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 'WEE'는
마르셀 뒤샹이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과 많이 닮은 부분이 있다
변기를 척 앉혀놓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였던 마르셀 뒤샹이나
해골, 죽은 상어, 알약 등을 진열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실제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 이 변기를 직접 봤을 때, 그리고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사기성 짙은 데미안 허스트의 유물들을 만났을 때의 묘한 기분을
이 리움에서도 느꼈으니까.
나의 현대미술작품에 대한 이해력과 지적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이들의 작품 앞에 서면 꼭 확인하게 된다
미술관 입구로 입장하기 위해 들어가는 통로에서 우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앞만 보고 직진하는 사람의 눈엔 안 뜨일 수도 있으니
그의 작품은 어쩜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들만이 감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도 모르겠다
로비로 들어서서 위층부터 보면서 내려올까. 아님 아래층부터 보면서 올라갈까
잠깐 갈등하는 순간 또 발견하게 되는 그의 작품
등신대로 만들어졌기에 실제 사람으로 오인하기 쉽다
카텔란의 작품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주의 작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대중적 요소가 강하다
어이없을 정도로 뻔뻔하기도 한 그의 작품 속에서 종교, 예술, 지적인 우아함 등을
순식간에 버려야 할 수도 있지만 모든 관계나 사회적 통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작품명은 <Void>
이 전시회에 진열된 모든 작품이 이 한 덩어리 안에 다 들어있는데
제목은 Void이다
그의 작품 안의 모든 동물들은 조각품이 아닌 실제 박제품이라고 한다
축 늘어진 말은 이제 힘차게 내달릴 수 없어 쓰임새가 다한 늙음을 표현한 걸까
실내에 잔뜩 들어와 있는 비둘기들이나 얌전한 개, 병아리는 야생을 포기한 채 애완동물이 되기를 원하는 걸까
동화 브레멘의 음악대를 연상시키는 이 두 작품은 멀리에 떨어져 전시되어 있다
이 동화의 마지막 부분에
인간들에 버림받은 동물들이 브레멘에서 음악대를 조직한다는 내용과 어김없이 이 같은 그림이 등장했는데
뼈대만 남은 이 작품은 백골이 되도록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며 살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
조금은 엽기적인 의미를 담는 것일까
이 작품은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여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리움 미술관 바닥을 뚫어야만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만들었을 이 작품,
관람하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흥미 있고 색다른 상상을 하게 한다
우선 바닥을 깨어 이 작품을 세워야 하는 수고로움 속엔 많은 결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수많은 관과 선들이 유기체처럼 이어져있을 바닥 중
미술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소를 선정하는 작업부터 이 미술관의 설계도를 샅샅이 점검했어야 할 듯 하기에...
작가 카텔란을 닮은 이 사람은 자기 작품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님, 내 작품들을 대하는 관람자들의 표정은 내 작품을 다 이해하나 하고 엿보러 온 것 같기도 하다
뒷모습에서 누구인지 짐작이 가지요?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이 사죄하고 있는 듯한데....
진정을 담아 용서를 구하는 모습일까?
뭔가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앞모습을 보러 가는 나
걸음걸이와 작품을 살펴보는 눈길에 의심의 눈초리가 담겨있다
역시나~~
이 얼굴표정에서 진심 어린 사죄의 느낌을 찾을 수 있나요?
"내가 뭘 어쨌는데~~"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를 축소한 미니 성당도 설치되어 있다
도대체 축척의 비율이 얼마일까 궁금해지는 이 작은 성당 안에 들어가려면 긴 줄 끝에 대기하며 인내해야 한다
하지만 들어가 보면 참 흥미롭다
뒷목이 저려오는 걸 참아가며 수없이 반복해 올려다보았던 천정화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점과
연옥이나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 들어 올려진 미켈란 젤로를 찾아내고
미켈란젤로를 괴롭힌 추기경이 뱀에 칭칭 감겨있는 모습을 찾아내는 흥미로움을 잠깐 즐길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꼼꼼히 바라보기는 역시 어렵다
이런 시도를 한 카텔란이 경이롭고 고맙다
이 성당에서 나오자마자 발견되는 이 작품에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운석에 맞아 쓰러져 있는 교황의 모습에서
카텔란의 여러 메시지를 찾아보고 싶어진다
신을 부정하는 것일까? 아님 권위에 대한 비판일까? 믿음이 가져오는 반향을 보라는 것일까
너무나 강렬한 메시지에 이 작품 발표 후에 쏟아졌을 작가에 대한 비난과 호응의 무게를 살짝 저울질해 본다
역시 나는 속물이다
먹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간 것 아닙니다
카텔란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찾아보기 위해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메시지도 받지 못했어요
내 눈엔 바나나와 강력해 보이는 저 회색 테이프만 보였으니까요
저 회색테이프 하나 사서 우리 집 벽에 바나나 붙여주면 카텔란의 작품을 구입한 게 되는 것 아닐까 상상했는데
글쎄, 누군가는 작품 표절을 했더라구요
미술관 근처의 어는 치즈전문 음식점에서 이런 센스를 발휘했더군요
명확한 표절 같지만 너무 멋진 센스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걸어가는 길에 이걸 발견한 큰딸의 눈썰미도 대단하군요
치즈 한 조각으로 웃음을 한아름이나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얼마 전 리움미술관 재개관할 때 관람했던 고미술관을 다시 들어간 이유는
이 찻잔들과 올라퍼 엘리야슨의 설치작품 때문이었다
역시나 신비스러운 느낌이 가득했다
이 찻잔 하나하나는 차의 맛을 다 다르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차를 음미하듯 이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고미술관을 나오면서 만날 수 있는
올라퍼 엘리야슨의 작품 '중력의 계단'
이 설치작품이 눈에 선하고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었는데
이번 카텔란 작품전을 계기로 다시 볼 수 있어 만족감이 높았다
올라퍼 엘리야슨의 전시도 딸들은 봤다고 하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너무 궁금하다
신비스런 이 공간에 들어오면 마치 우주의 행성들 사이를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이 전시관람을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오후 6시부터 2주 후의 날짜와 시간을 예약할 수 있는데
정작 6시엔 리움 홈페이지에 과부하가 걸려 예약이 힘들다
오히려
느긋하게 7시쯤 들어가면 원활한 시스템으로 돌아와 예약시간을 누를 수가 있답니다
단 예약자 본인이 꼭 와야 일행도 관람이 가능하다
딸이나 아들 이름으로 예약하고 부모님만 관람하시라고 하면 안 된다는 말씀
현장 티켓판매도 없으니 예약메시지 없이는 입장이 불가함
그래서
공간 크기에 알맞은 인원 입장으로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티켓가격은 0 원이랍니다
도슨트는 따로 없고
디지털기기를 빌려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작품 앞에 서면 저절로 설명이 나온다 했는데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이용해 오류가 많다
수동으로 작품 클릭해가며 설명들었다
디지털 오디오가이드도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