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그와 살고 싶은 내가
봄날 물 빠진 버드나무 군락에 방 한 칸 차렸습니다
겨우내 마른 가지 분질러 딱 한 사람만 누워도 좋을 구들을 들이고
벽지 바르지 못한 사방에서 바람이 새어들 듯도 했는데요
이 시대는 웰빙이잖아요 조각보 같은 여러 겹의 하늘과 벽
오랜 세월 달을 지키는 개밥별같이 저만치 혹은 이만치 그와 나
곧 온 몸 물먹은 버드나무 봄눈이 싹틀 것입니다
나는 조금 전 강물 위 나직이 날으던 재두루미를 생각합니다
강물 속으로 저와 닮은 두루미 한 마리 거느리고 있었는데요
잘 닦인 수면과 그것을 경계로 나는 두루미
함께 산다는 게 별거겠어요 그와 내가 벽 없는 방에 누워
버드나무 뿌리로 뿌리로 물 길어 숲 짙은 그늘을 이루듯
재두루미 제 그림자 거느리고 가는 구름과 바람과 하늘
한데 어우러져 봄 여름 갈 겨울 계절이 되는 것입니다
강가 높은 산이 자꾸 깊어지는 것도
겨우내 견뎌온 제 마른 몸 추스르며 물질하는 것일 텐데요
우리의 구들에서도 쩌렁쩌렁 신록 우거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2.07.01. -
저마다 각각 다른 환경과 조건, 기후와 살림, 강남과 강북, 통칭하여 삶의 질이 다르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좀 더 눈을 돌리면 삶의 질이란 것이 주어진 것보다는 내가 느끼는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치는 주관적일 때 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오늘 하루 비가 장대처럼 내려도 커피 한 잔에 창문 밖 빗소리에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치이며 웰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록의 계절이다. 눈을 돌려보자. 몇백만 평 내 정원에 쩌렁쩌렁 초록이 남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