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일이면 우리나라도 고속철도 시대를 맞게 됩니다. 고속철도 개통 후 한국 대중교통 체제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역주변에 주로 버스터미널이 많았고, 그 이유는 장거리 버스라는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기차역에서 환승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전북 부안을 갈 때에는 예전에는 버스를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죠. 때문에 가장 가까운 김제의 신태인 역에서 하차하여 가까운 버스터미널에서 갈아탔던 것입니다.
이랬던 것이 고속도로의 발달로 인해 장거리 고속버스 및 장거리 시외버스가 출현하게 되고 기차와 버스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상호경쟁 관계로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도시 내에서 버스터미널과 역이 분리되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광주 같은 경우에는 아예 종합터미널 자체가 기차역과 전혀 관계없이 장/단거리 환승 터미널 역하을 하고 있습니다.
고속철도 개통시에는 현재와 같은 상호 경쟁체제가 상호경쟁 및 보완체제로 나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1.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많이 탈까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많이 탈 것 같습니다. 경부선의 기존에 60여회에 이르던 일반열차가 하루 11회로 감축되며, 호남선도 기존의 26회의 일반열차가 16회로 감축됩니다. 따라서 기존의 새마을호 이용자들이 고속철도를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고속철도의 개통은 국내 항공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2004년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 이후를 예상하자면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비행기 이용 승객을 상당수 흡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속철도 출발지는 부산역이며 도착지는 서울역입니다. 국내선 항공기의 경우 출발지는 김해공항이며 도착지는 김포공항입니다. 공항과 시내까지의 왕복시간을 약 두 시간으로 계산하며면, 접근성의 측면에서 고속철도가 우위를 지키며 항공기의 탑승과정이 복잡하므로 한 번 고속철도를 이용한 승객은 고속철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더욱이 경부선은 고속철도가 하루 66회 운행할 예정이므로 항공기의 운항횟수인 40회 보다 많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각 운송수단의 소요시간과 운임 기준을 보게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차 새마을호 4시간 30분 -> 일반실 35200원/ 특실 43000원
버스 우등고속 5시간 30분 -> 27500원
비행기 1시간 -> 60900원/71900원
고속철도 2시간 40분 -> 50000원
항공기의 경우에는 당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경부선과 호남선상에 있는 지역의 서울행 항공기는 거의 폐지된다고 봐야합니다. 다만, 지역적 특성상 열차를 이용하기 어려운 울산지역과 고속철도와 시간차(시내까지의 접근시간 고려)와 운임차가 많이 나지 않는 부산지역은 예외일 수도 있습니다. 호남지역은 여수, 군산공항은 갑자기 수요가 줄지는 않을 테고 광주공항은 고속열차 광주지역 정차역인 송정리역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수요가 급격히 줄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고속철도의 운영이 성숙해지는 단계 쯤에는 서울발 비행기는 없다고 보는게 옳을 것 같습니다. 현재 예천공항만 해도 중앙고속도로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요.
시간이나 운임 모든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국내선 중 부산(국내선), 대구, 울산, 포항, 광주, 목포, 여수, 군산 공항 등은 제주 선만 남는다고 봐야 합니다. 즉 제주도 전용 공항이 되는 거지요. 항공사들 자체적 판단에 따르면 대구는 80% 감소 부산은 50% 감소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사실상 서울 수요는 전멸이라고 봐야 합니다.
목포의 경우에는 현재 서울 2회 제주 1회 편성 중인데 제주 1회로 급감하면서 공항의 존재 자체가 붙투명 해질 수도 있습니다.
호남지역의 비행기 이용객은 지금도 고속도로 발달에 따라 줄고 있습니다. 서울-목포의 경우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후 1시간 감소 천안-논산 개통 이후 30분이 감소되어 공항과 시내 간의 이동 거리를 감안하면 버스나 비행기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경우에는 버스나 기차로 2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정기 통근권을 끊어 4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외에는 비싼 돈 내고 고속철도 타려는 사람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2.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고속버스는 타격을 받을 것 같은데요?
현재 신문과 방송에서는 항공계와 고속버스가 당장에 망할 것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내년 4월 1일부터 경부선과 호남선의 장거리 무궁화호가 거의 없어진다고 합니다. 새마을호가 현재의 무궁화의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문제는 새마을호가 통로 폭이 좁아 입석이나 자유석을 충분히 운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운임이 비싼 고속철도를 이용하자니 부담이 되고 무궁화는 거의 편성이 줄기 때문에 결국에는 고속버스 이용이 줄지 않을 것입니다.
경부고속철도의 운행간격은 15분 간격 호남고속철도의 운행간격은 40분 간격입니다. 경부고속철도는 기존선로를 대전시내 구간, 대구시내구간과 대구-부산 구간을 운행하므로 일반기차가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얼마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속열차가 상당수 편성될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호남선의 경우는 미지수 입니다. 호남선은 천안-논산 고속도로 개통 후 버스 교통편이 아주 좋아진 상태입니다. 서울-광주의 경우에는 3시 30분 이면 주파가 가능합니다.
고속철도의 경우 2004년 기준으로 서울-광주 구간 2시간 30분 소요가 예상됩니다. 호남고속철도는 광주역을 운행하지 않으므로 버스 이용객은 줄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도 5분 간격의 고속버스 운행 간격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임시 차량을 투입하는 등 괜찮은 노선입니다.
새마을호도 하루 9회 정도만 운행할 것이고 현재도 새마을호가 운임이 비싸고 시간도 버스와 동일하여 광주-서울간 새마을호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목포의 경우에는 터미널보다 역의 접근성이 좋아서 고속철도를 탈 승객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목포의 경우 2004년 이후 일반열차는 새마을호만 7회 운행할 예정입니다.
호남선의 경우에는 오히려 고속버스가 현재보다 더 장사가 잘 될 수도 있습니다. 2004년 고속철도 개통시 용산-광주간 가운임은 3만 8천원 수준입니다. 운행시간은 2시간 30분 고속버스가 밀리지 않는 주중을 기준으로 볼 때 일반고속 13000원(30분 간격) 우등고속 19000원이며 소요시간이 3시간 30분입니다. 넉넉잡아 4시간으로 칠 때, 결국 고속열차를 이용할 사람은 기존의 항공기 고객들이나 새마을호 이용자이지 고속버스 이용자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호남선의 종착역인 목포역의 경우 서울에서 목포까지 약 4만 3천원 선의 가운임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서울-목포 우등고속이 22400원이고 소요시간 평일 4시간 20분으로 볼 때 고속철도와 1시간 20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고속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새마을호에 학생할인을 적용하고 고속철도에 여러가지 할인을 적용한다고 해도 쉽게 메우기 힘든 차이입니다. 경부선은 고속버스 수요가 현재 보다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부산은 평일 20분 간격으로 운행 중인데 적어도 30분 간격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선 접근성도 상당히 떨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측면도 있구요. 5시간 반이면 꽤 걸리죠.
대구의 경우에는 서울-대구간 선로로 현 수준으로 기차가 다니게 되면 대구 노선도 수요가 현재 보다는 줄어들게 됩니다. 한 20분 정도의 간격으로 늘어나게 될 것 같습니다.
서울-대전은 통근용으로 장기 할인권(40%)을 끊어서 다니는 사람들 외에는 현재의 고속버스나 기차로 다닐 것 같습니다. 다만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새마을호보다는 고속철도를 이용할 것이므로 현재 기차와 고속버스의 승객 중 일부가 고속철도로 몰릴 것이라고 봅니다. (고속철도는 50분 vs 열차/버스 1시간 50분)
결국 기차의 경우 현 선로 이용 문제 때문와 장거리 기차가 새마을호로 교체되는 문제 때문에 고속버스와 고속철도에 승객을 빼앗길 것이고 장거리 고속버스 중 경부선은 고속철도에 많은 승객을 빼앗기고, 호남선은 지금보다 약간 타격을 입는 수준일 것입니다. 항공기는 호남지역은 많이 타격을 입고, 영남지역은 대구지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3. 경부고속철도 역
지난 12월 10일 철도청(앞으로 고속철도를 운영하게 될 기관)에서 경부와 호남고속철도 모두 서울/용산/광명역에서 출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색역은 계획이 없으며 일산 강매기지에 하루 4~5회 고속철도가 회차를 위해 들어오는 시간대에 일산 쪽 고속철도 운영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아직은 미확정 사항입니다.
신경주역은 원래 경부고속철도 초기 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동대구-부산간 고속철도 선로가 완료되는 대로 신경주역에는 기차가 서게 됩니다.
고속철도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밀양과 구포에는 고속철도가 서지 않습니다. 1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04년 이후에는 일부 차량이 영등포/밀양/구포에 선택정차할 예정이며, 밀양군은 환승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단계 사업이 끝나는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 정차역은 서울-용산-(영등포)-광명-천안아산-대전-동대구-(밀양)-(구포)-부산 입니다.
이 중 서울과 용산역은 현재 기차가 다니는 선로로 고속철도가 운행되므로 선로 포화 문제 때문에 전 차량이 서울과 용산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고 절반 정도는 광명에서 출발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일산이나 수색에는 고속철도 운행 계획이 없으며, 수원은 고속철도 선로가 지나가지 않으므로 역시 고속철도가 정차하지 않습니다.
4. 호남고속철도는 개통은?
호남고속철도는 장기 계획으로만 수립이 되어있으며, 전선 완공은 2020년 이후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현재 호남선 수요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호남고속철도가 단기간에 건설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속철도가 광주나 목포로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전-목포 구간은 기존선을 통해 고속열차가 하루 22회 운행할 예정입니다. 정차역은 전 열차 정차역으로 서대전, 익산, 송정리, 목포가 있으며 선택 정차역으로는 논산, 정읍, 김제, 나주역입니다. 광주역에는 고속열차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5. 고속철도 개통 후 지방 개발이 활성화 되나요?
어떤 분들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지방이 발전할 거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70년대면 가능한 논리이겠지만 고속철도 완전 개통시에는 돈만 많다면야 서울에서 부산까지 통근이 가능하므로 지방의 산업은 더 퇴보한다고 보는 편이 오히려 더 옳을 듯 합니다.
서울에 시설이 집중되어 있고 서울까지 왕래가 편해진 마당에 굳이 다른 지역에 투자할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정부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려는 움직이 있어서 수도권에 집중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6. 서울역에서 시흥(서울)까지는 고속철도 선로가 없던데요?
고속철도가 서울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서울시내구간과 한강철교에 노선을 새로 짓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서울역부터 서울시계 구간인 광명역까지는 기존 기차 선로로 운행합니다. 현재 다니는 열차만으로도 이미 이 구간은 포화상태이므로 고속철도 중 일부는 광명역에서만 출발합니다.
서울역은 고속철도의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 새롭게 역사를 건설했으며, 용산역은 앞으로 인천국제공항철도와 경의선 복선 및 여러 일반열차가 운행하는 역으로 사용될 것이므로 크게 짓고 있습니다. 꼭 역의 기능을 넓히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기존의 역을 개축할 재원 마련을 위해 민자역사로 짓고 있습니다. 대구역의 경우 역의 기능은 많이 상실했지만 대구 도심지이므로 민자역사를 건립해 철도청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7. 고속철도 운영기관은?
현재 철도를 운영하는 철도청이 주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통일호는 통근통일호(수도권 전철 형태)를 제외한 모든 통일호를 폐지하며, 무궁화는 중/단거리로만 운행할 계획입니다. 기존 열차의 운임도 12월 1일자로 10%씩 인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