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는 양미리를 호매이고기라고 한다.
언젠가 어느 유명인사가 신문에 썼던 글을 올린다.
“어릴 적에 듣던 말을 한동안 잊어버렸다가 다시 듣게 되면 울컥하고 무엇이 올라올 때가 있다.
내게는 호매이고기가 그렇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 것이다.
겨울철만 되면 밥상에 오르던, 특별한 맛이 있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영 맛이 없다고도 할 수 없는, 크고 통통한 미꾸라지처럼 생긴, 길쭉하고 파리한 몸을 짚으로 총총 엮어 참 불쌍하게도 보이던, 그래도 고기라는 말까지 이름 뒤에 붙어 있어서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었던 호매이고기!”
경북 북부지방에서는 호미를 ‘호매이’라고 한다. 호미처럼 가운데 허리쯤이 굽은 물고기라고 해서 호매이고기라고 부르게 된 것.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이 물고기가 양미리다.
동해안에서 잡힌 양미리가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동안 통통하던 몸이 마르면서 엮인 부분이 구부러진다.
옅은 갈색을 띠던 양미리의 빛깔도 이때쯤은 푸르스름하게 변한다.
비린 것이 귀하던 시절에 양미리는 내륙지방에서 톡톡히 대접을 받았다.
달달하게 간장에 조려 밑반찬으로 먹기도 했고, 두부와 무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고 찌개를 끓여 온 동네 사람들이 한 그릇씩 퍼먹었다.
알이 밴 양미리가 나는 좋았는데, 숯불이나 짚불에 구워 양념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도 그만이었다. 언젠가 강원도 양양에 갔다가 시장에서 양미리를 한 두름 사와서 그 추억의 맛을 복원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옛날의 그 맛이 아니었다. 양미리 탓이 아니다. 내 입과 혀가 호매이고기를 배반하고 살아왔던 것“
강릉 묵호에서 흔해서 개도 안물어가는 양미리를 경북 사람들이 그렇게 귀하게 여길줄은 몰랐다.
한편으로는 동해안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