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도 습성따라 살아야 행복… 中에 잘 보내줘야”
에버랜드 판다 담당 강철원 사육사
푸바오 탄생으로 국내 첫 자연번식, 국내 첫 쌍둥이 탄생까지 함께해
“푸바오 가족이 내게 더 큰 행복 줘”
쌍둥이 판다 이름 공모 이벤트 시작
“제 소원이 있다면, 속 시원하게 판다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예요. ‘원하는 게 뭐니? 어디가 아프니?’라고 터놓고 직접 물어보고 싶어요.”
24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푸바오가 사육사들이 준비한 ‘얼음 냉면’을 먹고 있다. 얼음 냉면은 죽순과 댓잎을 넣고 얼린 것으로, 더위를 많이 타는 판다가 좋아하는 여름 별미다. 한편 에버랜드는 최근 태어난 쌍둥이 판다(작은 사진)의 이름을 이날부터 온·오프라인으로 공모한다. 에버랜드 제공
‘국내 1호’ 아기 판다 푸바오에 이어 국내 첫 쌍둥이 판다까지. 푸바오 가족들과 매 순간을 함께하면서 푸바오 팬들에게 ‘강바오’라는 별칭까지 얻은 에버랜드 강철원 사육사(54·사진)는 에버랜드가 24일 국내 첫 쌍둥이 판다의 출생 50일을 맞이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마련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8년 에버랜드 전신인 용인자원농원에 입사한 36년차 베테랑 사육사인 그는 이날 푸바오에게 죽순을 넣어 얼린 얼음에 당근을 얹은 ‘얼음 냉면’을 먹이며 연신 “맛있어? 잘 먹는다. 예쁘다”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강 사육사는 현재 아이바오(엄마), 러바오(아빠), 푸바오(첫째 딸) 등 판다 가족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1994∼1998년 판다 밍밍과 리리를 담당하며 처음 판다와 연을 맺은 뒤 2016년부터 푸바오의 부모인 러바오, 아이바오를 사육하다가 2020년 푸바오 출생으로 국내에서 처음 판다 자연 번식에 성공한 사육사가 됐다. 특히 2016년 각각 3세, 4세였던 아이바오, 러바오를 중국에서 데리고 올 당시 중국에 먼저 건너가 생활하며 판다들과 낯을 익히고 중국어까지 배웠다.
이날 가장 관심이 집중된 건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시점.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이날 “아이바오, 러바오도 3월 정도에 (한국에) 왔기 때문에 (푸바오도) 그 전후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중국 야생동물보호협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를 만 4세가 되기 전에 귀환시키고 있다. 푸바오는 만 4세 생일인 내년 7월이 마지노선이다. 강 사육사는 “판다에게 행복은 판다 종 특성이나 습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인 만큼 (푸바오를) 보내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강 사육사는 현재 푸바오 동생인 쌍둥이 판다를 돌보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24시간 집중 관리하는 시기라 사육사들이 돌아가며 야근한다”면서도 “아이바오가 두 번째 육아라 좀 편안해한다. 제가 있어도 새끼를 돌볼 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에버랜드는 쌍둥이 판다들의 이름을 짓기 위한 ‘대국민 이름 공모 이벤트’를 이날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종 이름은 쌍둥이 판다가 생후 100일이 되는 10월 중순 발표한다. 강 사육사는 “36년 사육사 생활에 방점을 찍는 게 판다”라며 “제가 푸바오 가족들을 돌본 것보다 푸바오 가족들이 오히려 저에게 더 큰 행복과 즐거움을 줬다”고 했다.
용인=김소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