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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쌍둥이>
영광이를 만난 건 지난 해 겨울이였어요.난 그날도 어김없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놓고 이어폰을 귀에 꼽은 채 흥얼대며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어요.그날따라 이상하게
어느 한 쪽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게 보였지요.워낙에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 쪽으로 다가갔어요.그 쪽엔 여러명의 사내 아이들이
유난히 까만 눈을 가진 남자아이,아니 영광이를 마구잡이로 떄리고 있었답니다.
영광이와 떄리는 사내 아이들은 뭐라뭐라 흥분하며 말을 주고 받곤 했지만,볼륨
을 50으로 맞춰놓은 턱에 노랫 소리 외에는 아무 말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어요.간
간히 누군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같았지만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지요.그제서야 저
는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서 한창 싸움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제가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었을 떈 이미 싸움이 끝나고 사내 녀석들도 욕짓거리를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
가버렸죠.재밌게,혹은 안타깝게 바라보던 시민들도 등을 돌려 영광이를 외면한 채
그렇게 다시 자신의 갈길을 걸어가기 시작했어요.하지만 어려서부터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고양이 라던가…,애완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저였기에 저는 피
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영광이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저기…괜찮으세요?"
"아니야…아니야…"
괜찮냐는 저의 물음에 영광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연신 아니야만 중얼거렸어
요.하도 많이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기도 했기 때문에 저는 항상 대일밴드와 마데카
솔을 들고 다녔어요.마침 영광이의 입술이 터진 걸 본 저는 주머니 깊은 곳에서 대일
밴드와 마데카솔을 꺼냈지요.그리고는 정신을 놓아버린건지 멍해 있는 영광이의 입
술에 응급처지를 하기 시작했어요.그떄까지만 해도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던 영광
이는 입가에 대일밴드가 붙여지자 말자 슬픈 눈동자로 제가 물었어요.영광이가 말을
건 것은 그 순간이 처음이였어요.
"난…한 영광…이야.넌…?"
"최 가연이요,최.가.연.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에요?"
"…친구하자.친구…."
동문서답(東問西答)이라는 말을 지금 쓰는 게 딱 맞을 듯 했어요.영광이는 괜찮냐는
저의 물음에 그저 친구를 하자고만 반복였죠.할 수 없이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이
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광이의 그 슬픈 눈동자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그
게 영광이와 저의 첫만남이자…,
* * * *
"이게 우리 엄마,아빠,나.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우리 형이야.
멋있지?내가 세상에서 젤로 좋아해."
처음이였어요.영광이가 저에게 가족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 건요.영광이는 지갑 안
에서 낡고 빛바랜 가족사진 한장을 꺼냈어요.거기엔 인자해보이는 20~30대 정도의
여자와 남자가 웃으며 서 있었죠.그리고 여자의 한쪽에는 영광이가,남자의 한쪽에는
영광이와 무서울 정도로 쏙 뺴닮은 한 남자아이가 안겨있었답니다.저는 신기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베시시 웃고 있는 영광이에게 물었어요.
"쌍둥이야?"
"응.우리 형이랑 난 쌍둥이야.형이 나보다 1분 빨리 태어 났어.쏙 뺴닮았지?"
"응!!정말 빼닮았다.너라고 속여도 믿을 것 같아!"
"우리 형 이름은 한 영웅이야.한 영웅,멋있지?반하면 안되.그리구 우리 형은 다음에
꼭 소개시켜줄게."
"그래.헤헤."
영광이는 가족사진을 이내 지갑에 넣어버리고서는 녹아버릴 것 만 같은 다정한 웃음
을 지어보였어요.베시시-하고 말이죠.사실 영광이를 만난 지 이제 곧 일년이 다되가
요.그 짧은,혹은 긴 세월만에 우리는 정이 들어 몇달 전 부터는 열심히 교제중이랍니
다.나는 영광이가 너무 좋아요.하지만 영광인 처음 만났던 날 왜 싸웠는 지 물었지만
대답해주지 않았어요.그 땐 얼마나 아쉬웠는 지 몰라요,사실은 지금도요.저는 콜라
의 마지막 한모금까지 후루룩 마시고서는 영광이와 함께 도날드를 나왔어요.햄버거
로 배불리 배를 채운 탓인지 저와 영광이의 배는 풍선 마냥 빵빵하게 불러있었지요.
서로의 손을 잡고 무작정 목적지도 없이 한참을 걸어갔어요.영광이가 입을 열었어
요.
"이틀 후면 무슨 날인 줄 알아?"
"당연하지요!"
"무슨 날이게?우리 가연 공주."
"바보 한영광과 공주 최가연이 만난 지 100일 되는 날이 잖아.그걸 어떻게 잊어먹
냐? 바보가 아닌 이상…아 맞다.영광이는 바보지?"
제가 장난으로 말을 내뱉자 영광이는 뾰루퉁해진 얼굴로 제 손을 놔버리더니 휘적
휘적 빠르게 제 앞을 걸어갔어요.전 미안하다고 웃으며 영광이에게 달려가 등을 안
았구요.우린 너무 행복했어요.아마 한 영웅,영광이의 쌍둥이 형이 나타나기 전 까진
말이에요.
* * * *
이틀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어요.드디어 영광이와의 100일이에요.
저는 어제 영광이와 약속했던 시간인 11시까지 광장 앞에 서있었죠.하지만 십분이
흐르고 이십분이 흘러도 영광이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괜히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뜯어 물며 영광이를 기다리자,곧 어슬렁 어슬렁 영광이
가 나타났어요.항상 웃던 얼굴이 아닌 처음 보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이에요.
"한 영광!늦었어!"
"나 한 영웅인데."
한 영웅?그 사람은 분명 전에 얼핏 들었던 영광이의 형 이름이였던 것 같아요.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영광이..아니 영웅이라는 남자를 쳐다보았죠.영웅인 여전히 무
표정한 얼굴로 제게 말했어요.
"영광이 그 자식이 어제 비를 쫄딱 맞고 들어오더니 오늘 감기가 걸려버렸어.도저히
나갈 수 없는 상태였는데도 널 꼭 만나야 한다길래 내가 대신 나온거야.그 자식은 자
기 인척 행세해달라고 했지만 남을 속이는 건 그닥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아,기억나요.어제 영광이가 절 기다린다고 비를 쫄딱 맞았었거든요.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면 영웅이라는 사람이 말해요.
"그냥 돌아가면 영광이 녀석 꽤나 실망할테니깐…오늘만은 날 한 영광이라고 생각
해."
"하지만…"
"녀석을 실망시키지 말아줬음 해.적어도 내 동생이니깐 울상짓는 건 보기 싫어."
"네…"
하는 수 없었어요.제가 생각하기에도 영광이는 자신때문에 백일을 망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으니깐요.저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죠.그게 화근이였어요.영광이
가 준비한 백일 이벤트를 저는 영웅이라는 사람과 보내게 됬어요.하룻동안이나…
커다란 레스토랑에서 웃으면서 스테이크를 잘라 먹기도 했고,영웅이의 따스한 노랫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점점 영광이에게 미안했던 마음은 다 사라져버린 채 점점 영
웅이에게 끌리기 시작했어요.얼굴을 똑같았지만 하는 행동은 달랐거든요.영광이는
제가 챙겨줘야 했지만 영웅이는 저를 챙겨주었어요.그 점에서 영광이의 어리광에 지
쳤던 나는 오아시스가 필요했던 걸 지도 몰랐어요.어느 새 땅거미가 지고 백일을 무
사히 마친 영웅이와 저는 헤어질 시간이 되었어요.저는 아쉬운 얼굴은 한 채 영웅이
에게 말했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
"좋아.그 때는 한 영광이 아닌 진짜 한 영웅으로 만나는 거다.잊지마라."
"응!"
그렇게 헤어졌어요.서로에게 등을 돌리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그렇
게….며칠 뒤 말짱해진 모습으로 영광이가 나타났어요.베시시 웃으면서 말이에요.
"형이 다 까발렸다면서?씨이.진짜 나뻐…어쨌든 내가 준비한 이벤트는 좋았어?응?"
"…응."
"기운이 없어 보이네,재미없었던 거야?"
"아니!정말 재미있었어!그런데…영웅이랑…함께 셋이서 언제 한번 놀 수 있을까?"
내 말에 웃던 영광이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갔어요.이내 무표정이 되버렸죠.마치
영웅이를 처음 봤을 때의 얼굴과 흡사해요.저는 실수라도 한 마냥 손까지 흔들며 오
해라고 말했죠.
"난 영광이 너 밖에 없는 거 알잖아!그냥 니가 형을 좋아하니깐…"
"믿어도 되지?우리 형 한테 안 반한거 맞지?응?"
"…당연하지."
그 뒤로 저는 죄책감으로 영광이의 얼굴을 자신있게 바라보지 못했지만 그나마 행복
했어요.아주 그나마 말이에요.사소한 트러블로 싸우기도 했지만 아주 그나마….
띠링띠링-띠링띠링-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어요.궁금한 마음에 저는 수화
기를 든 채 전화를 받았죠.
"여보세요?"
-[최 가연이냐?나 한 영웅인데.]
가슴이 미친듯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어요.영웅이라는 그 두글자만 들어도 말이죠.
저는 ‘응’ 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고선 영웅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어요.그건 뜻밖에
도 저와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였죠.저는 잠바 하나만을 걸친 채 영웅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한 카페로 달려갔어요.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오면 제 눈에 보인 건 커
피 한모금을 마시다가 절 발견하고선 한쪽 눈을 찡긋해보이는 영웅이였죠.
"무슨 일이야?"
"다음에 꼭 만나자고 했었잖냐.몰래 영광이 핸드폰에서 니 전화번호 알아내서 전화
했다.보고 싶어서."
"영광이가 알면 어떡하려구…"
영광이가 조금 걱정됬지만 한동안 보고 싶었던 영웅이를 만나게 되서 전 좋았어요.
저녁 8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거리의 상가들은 네온 불빛을 반짝이며 우리들을 이끌
었죠.카페에서 나온 영웅이와 저는 한 길거리 상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거기
에서 크리스탈이 십자가에 박혀있는 목걸이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하나 였음에도 불
구하고 그 크리스탈은 굉장히 반짝거렸기 때문에 제 관심을 사로잡았죠.그렇게 삼천
원을 아저씨에게 내주고서는 영웅이의 목에 걸어주었죠.영웅이는 피식 하고 웃음을
살짝 지으며 말했어요.
"내 심장이 죽어도 절대 안뺀다.이 목걸이."
"정말 그럴거지?"
한번더 물어보자 영웅이는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곧 엄마에게서 빨리 돌아오
라는 전화가 왔고 아쉽게 영웅이와의 두번쨰 만남을 끝내야만 했어요.
* * * *
"나랑 이야기 좀 해,가연아.응?"
"미안…집에 가야되."
옥상 위에는 저와 영광이 뿐이였어요.영광이는 제 손목을 잡으며 절 붙잡으려 힘을
썼죠.그러더니 자신을 피하는 저의 어꺠를 잡고서 벽에 밀어붙이더니 말했어요.
"요즘 왜그래?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잖아.날 피하고만 있잖아!!"
"…미안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영광이의 애절한 말에 저는 고개를 살며시 들어 힘겹게 영광이의 눈과 마주했어요.
그러자 영광이는 슬프게 미소 지으며 제 입의 자신의 입을 맞추었어요.전 거부했지
만,영광이의 힘은 상상 외로 쎘어요.
"그만…그만…."
제 몸부림에 그제서야 영광이는 입술을 떼고서 절 바라보았죠.그 순간 전 발견하고
말았어요….‘그것’을.물어 볼 겨를도 없었어요.그저 놀란 듯 벙찐 채 옥상을 도망쳐
나온 것 뿐이였죠.가방을 멘 채 교시을 빠져나오려고 했어요.그 떄 요즈음에는 잘
이야기 하지 않던 반 친구가 들어왔죠.
"아,안녕?"
인사를 건냈어요.친구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절 여자화장실로 데리고 왔죠.전 무슨
일 이냐며 물어보았고 그 친구는 조용한 목소리로 제게 물었어요.
"니 남자친구가 한 영광이라고 했어?"
"응…그런데?"
"너 그 애 과거를 알고나 사귀는 거야?"
"과거…라니?"
곧이어 들려오는 친구의 말을 그야말로 충격이였어요.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고
말았죠.친구의 말은 다름아닌….
‘그 애 위에 형이 한명 있었대.한 영웅이였나?중학교 때 정말 천재로 불리면서 차가
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았지.니 남자친구도 자기 형을 존경했대.근데 사람
들 모두 자신의 형만 좋아하더래.자기가 끔찍히 아끼고 사랑했던 여자친구 마저.그
래서 그 애는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른거야..여자친구의 대한 사랑 때문에 그만
옥상에서 형을 밀어버렸대.다행히 돈때문에 깜방은 면했지.근데 그 애가 그 뒤에도
형이 살아있다면서 헛소리를 하고 다니더라구.내 친구 엄마가 정신과 의산데 그 애
를 담당하고 있대.근데 한 영광,그 애가 이중인격..?이였나.그래서 가끔 가다가 자기
형으로 변한다는 거야.정말 무섭지 않니?아무튼 빨리 헤어지는 게 좋을거야.그리구
이건 너니깐 해주는 이야기야.비밀 꼭 지켜.그럼 난 가볼게.’
나는 반친구의 이야기를 애써 지우며 화장실을 나왔어요.그리고 내 앞에는…
"한참 찾았잖아,최가연."
무섭게 웃고 있는 영광이 혹은 영웅이가 보였지요…한 손에는 시퍼런 칼을 들고 있
는 채 말이에요.
* * * *
작년 겨울.
"이 새끼 자기 형 죽인 살인자 잖아.미치광이 살인자."
여러명의 남자 아이들이 날 둘러싸며 역겹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형이 죽었다니,그
것도 내가 죽였다니,말이 되지 않잖아!나는 제일 가운데 있는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며 말헀다.
"아니야!!우리 형 안죽었어!!내가 안죽였다고!!!"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는 발길질과 구타가 날라왔고 나는 꼼짝없이 맞고만 있었다.
구경꾼들이 주위를 에워싸며 우리를 재미나게 구경했고 나는 흐릿한 눈동자로 보았
다.예전 여자친구를.이어폰을 낀 채 날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야…아니야…수미야,내가 안그랬어…"
애타게 수미에게 말했다.모든 사람들이 가고 난 후에서야 수미는 이어폰을 빼더니
내게 다가와 괜찮냐고 물었다.하지만 난 그저 아니야라는 말만 되풀이 할 수 밖에 없
었다.후에서야 그 아이가 수미가 아니란 걸 알게 됬지만….
* * * *
"또 다시 떠나버리는 건 용서 할 수 없어.내 곁에 있어.응?"
"저…저리가!다가오지마!…"
"영원히 널 사랑할게.한 영광이…한 영웅이."
* * * *
2007년 ○월○일 모 고등학교에서 한모군이 최모양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
다.경찰은 정확한 살해 동기를 찾기 위해 한모군에게 물어봤으나 한모군은 연신 아
니야 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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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치고는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떠오른 거라서 정리가 잘 안됬을 수 도 있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중간에 ‘그것’은 무엇이였을 지 여러분들이
추측해보세요~
첫댓글 저기^^;,,,,,, 죄송하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서 흐릿하게 보입니다;;;;
으아~죄송합니다!수정 했어요!말해주셔서 감사드려요(__)
크아...잘봤습니다 반전이네요^^!잘봤습니다!!
와ㅎㅎ감사드려요~ㅎㅎ
섬뜩하고 잼잇네요 ..^^ 잘봣습니다.
우와 윗분 똑똑하시다 생각해보니 목걸일 것 같기도 하네요 ^^ 소설 넘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