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XY 염색체' 복서로 불리는 이마네 켈리프(25, 알제리), 린위팅(28, 타이완)과의 8강전에 나서는 여자 복서들이 두 선수에게 파리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것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BBC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켈리프와 린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국제복싱연맹(IBA)으로부터 실격됐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출전을 허용해 대회 전부터 입길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무난히 8강전에 진출했다.
3일 여자 66kg급 8강전에서 켈리프와 맞서는 헝가리 복서 안나 루카 하모리(23)는 소셜미디어에 "내 보잘 것 없는 견해로는 이 상대가 여자 경기에 나선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으로선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난 바꿀 수도 없다. 이것이 인생"이라며 켈리프와의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녀는 "여러분께 하나는 약속할 수 있다. 난 최선을 다해 이길 것이며 가능한 오래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모리는 그래인네 월시(아일랜드)와 마리사 윌리엄슨(호주)을 차례로 격파하고 8강전에 합류했다. 그녀는 2018년 유스올림픽 대회에도 출전했고 2022년 유럽 22세 미만 선수권 66kg급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헝가리복싱연맹은 켈리프가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에 항의하는 서한을 IOC에 보냈고, 헝가리올림픽위원회는 IOC와 이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반면 알제리올림픽위원회는 켈리프를 향해 전개되는 "부도덕한" 선전전을 끝내달라는 소장을 IOC에 제출했다.
2일 57kg급 시토라 투르디베코바(우즈베키스탄)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둔 린과 4일 아침 준결승 진출을 다투는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불가리아) 역시 올림픽 참가 자체가 논란이 되는 복서와 맞붙어야 한다는 사실을 비판했다. 그녀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사람들이 페이스북, 인터넷, 매체에서 모두 한마디씩 한다. 여자 복싱에 좋지 않다"고 단언했다.
불가리아복싱연맹 대변인은 "선수들은 어떤 경쟁에서도, 특히 올림픽이라면 더욱더 공정한 수준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이마네 켈리프와 린위팅 사례에서 우리는 어떤 동동한 대우도 없는 것을 보고 있어서 그들의 출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켈리프와의 대결 46초 만에 기권해 논란에 불을 지핀 이탈리아 복서 안젤라 카리니(25)는 켈리프의 악수를 거절한 데 대해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BBC가 전했다. 카리니는 이탈리아 신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인터뷰를 통해 "이 모든 논란이 날 슬프게 만든다"면서 "상대에게 미안하다. 그녀가 출전할 수 있다고 IOC가 말하면, 난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특히 경기가 끝난 뒤 켈리프가 악수하자며 내민 손을 외면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덧붙였다. "내가 의도했던 일이 아니었다"고 말한 카리니는 "사실 난 그녀와 다른 모든 이에게 사과하고 싶다. 내 올림픽이 연기처럼 사라진 것에 화가 났다"고 했다. 아울러 켈리프를 다시 만나면 안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카리니는 지난 1일 켈리프와의 16강전 1라운드 30초 만에 펀치를 한 방 맞고는 주심에게 손을 들어 보인 뒤 코치가 있는 코너로 가 헤드기어를 고쳐 썼다. 경기가 재개되자 다시 한 방을 맞은 그녀는 다시 코너로 돌아가 경기를 그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리니는 나중에 BBC 스포츠에 "일생이 걸린 경기일 수 있었다. 난 그 순간 내 목숨을 잘 보존할 수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IBA는 지난해 젠더 적격성 검사를 한 뒤 켈리프가 "IBA 규정이 여성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으로 서술하고 있는 것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켈리프는 늘 여자 경기에 출전하고 있었으며 IOC로부터 여자 선수로 인정받았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이날 "알제리 복서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등록돼 있으며, 여자로 일생을 살았고, 여자로 복싱을 했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기재돼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