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군을 낳게한 매화나무터의 무덤
임경업장군 초상화 남한산성 서쪽 등성이에는 커다란 무덤이 하나 있다. 이 무덤에는 병자호란 때의 명장 임경업 장군의 출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한다. 임경업 장군은 충주 달촌에서 태어나고 그곳에 묻혔다.
그런데 이 무덤이 주목받는 것은 임경업 장군을 태어나게 한 임씨 가문의 선조의 무덤인데다 다음과 같이 임경업 장군의 출생을 예견한 이야기까지 함께 전해지기 때문이다. 먼 옛날 한양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가난한 총각이 광주 친척집에 식량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런데 도중에 날이 저물어 산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날씨는 비바람까지 몰아쳐 그 총각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비를 맞으며 산길은 한참 동안이나 헤매던 총각의 눈에 불빛이 들어왔다. 멀리서 보이는 불빛을 발견한 총각은 그 불빛을 따라갔다. 그랬더니 웬 집이 하나 나타났다. 그 집의 문을 두드리니 놀랍게도 어여쁜 처녀가 나왔다. 깊은 산 속 외딴 집에 처녀 혼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총각은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무엇에 홀린 듯 처녀가 이끄는 대로 방에 들어갔고 차려주는 밥도 먹었다. 그리고 총각은 그 처녀와 꿈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한양에서 굶고 계실 어머니를 생각한 총각은 서둘러 광주 친척집으로 떠났다.
그러나 길을 걷는 총각의 뇌리엔 어젯밤 그 처녀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참을 걸어가던 총각은 마침내 그 처녀와 함께 살기로 작정하고 다시 어제 묵었던 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바로 그때 온 산이 쩡쩡 울리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듣거라! 나는 이산의 산신령이다. 너는 지금 마음을 돌이키고 어서 네 갈 길이나 가거라. 어제 밤을 함께 보낸 그 처녀는 오백년 묵은 암구렁이다." 총각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총각은 잘못들은 것이라 생각하고, 어제 묵었던 집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 처녀의 집은 보이지 않았다.
집의 자취는 온데 간데 없고, 다만 한 그루의 고목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총각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산발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산발한 여인은 바로 어젯밤의 그 처녀였다. 처녀는 숨가쁘게 뛰어온 총각을 보며 자초지정을 이야기했다.
"저는 산신령의 말대로 오백년 묵은 암구렁입니다. 세상 남자 중의 남자인 당신을 만나게 되어 이제 승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당신의 덕입니다. 아무쪼록 편안하게 지내십시오. 그리고 제가 하늘로 올라가게 되면, 이 자리에 비늘 세 개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 비늘이 떨어진 자리를 이후에 당신의 묘 자리로 쓰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자손 중에 나라를 구할 유명한 장수가 꼭 나오게 될 것입니다." 처녀는 말을 마치자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하늘로 올라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하늘로 올라가자 하늘에서 비늘 세 개가 떨어졌고, 그 비늘은 매화 나무 세 그루로 변했다.
그 후 임총각은 죽을 때, 처녀의 말대로 무덤을 매화 나무가 있는 자리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처녀가 승천하면서 남긴 말은 그대로 들어맞았는데, 총각의 자손 중에서 유명한 장수가 태어난 것이다. 그 장수가 바로 병자호란을 전후해서 큰 공을 세운 임경업 장군이다.
[출처] 임경업장군을 낳게한 매화나무터의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