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홍선 박사도 이 점을 감안해 회차가 계속될수록 운동 강도를 높였다. 최고 운동강도는 심박수 80~90%까지 올렸다. 가장 간단하게 최대 심박수를 계산하는 것은 220에서 나이를 빼주는 것이다. 65세라면 분당 155회가 최대 심박수다. 65세 기준 분당 124~140회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한 것이다.
79세의 나이에도 근육운동을 열심히 해 20년은 젊게 살고 있는 임종소 씨. 임종소 씨 제공.
먼저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권오돈 씨(74)는 “평소에도 운동을 했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체중이 4kg이나 줄었다. 음악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1시간이 금세 간다”고 했다. 양경숙 씨(65)는 “처음 왔을 때는 한발 들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쉽게 서고 있다. 진짜 운동이 주는 효과를 제대로 봤다”고 했다.
종합 테스트 결과 체력 향상이 눈에 띄었다. 운동군은 하지 근육 향상이 12.4% 증가한 반면 비운동군은 오히려 5.9% 감소했다. 심폐지구력도 운동군은 11.9% 향상됐지만 비운동군은 0.8% 하락했다. 이밖에 유연성, 평형성, 헙응력 등에서 운동군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무엇보다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인 ADAS-cog 수치가 운동군에서 운동 전 16.8에서 14.1로 떨어졌다.
ADAS-cog는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30이 넘으면 치매로 판단한다. 송 박사는 “뇌 혈류량 조사 결과 운동군에선 대뇌 전전두엽에 혈관의 상호 연결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쉽게 설명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처리 과정에서 뇌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원이 ‘국민체력100 체력 UP, 치매 DOWN’ 운동 프로그램 20주를 마친 뒤 참가자들의 인지능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유산소 및 무산소(근육운동) 운동을 3개월 이상 하면 뇌의 모세혈관이 30% 증가한다. 운동으로 생성된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으로 새롭게 형성된 신경세포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새 신경세포는 자극이 없으면 소멸하는데 운동은 좋은 자극제가 된다. 운동이 뇌를 계속 건강하고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이다. 송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노인들이 장기간 운동에 참여하면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 신경학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운동이 가장 효과적으로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운동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68.9%, 그 외 인지 향상, 예술치료 및 기다 프로그램이 31.1%를 차지하고 있다.
운동하면 근육에서 BDNF가 생성되고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운동을 하면 근육이 IGF-1이란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단백질은 인체 내 신경전달물질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다. IGF-1은 피를 타고 흘러 뇌까지 이르는데 뇌 신경전달 물질인 BDNF를 포함해 다른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명령을 신경계에 보내는 것이다.
올해 71세인 강현숙 씨는 매일 근육운동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강현숙 씨 제공.
정기적인 운동을 하면 우리 신체는 BDNF의 수준을 높여주고 뇌세포는 가지치기를 시작해 서로 힘을 합치고 새로운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과정은 학습 능력을 키워준다. 뇌에 BDNF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식 축적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이 얻은 결론이다. 운동이 머리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우울증은 물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배경에 위와 같은 과학적 결과물들이 있다.
물론 운동을 중단하면 신경전달물질도 안 생긴다. 전문가들은 “새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는 연결 부위는 수년간 탄탄하게 결속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을 그만두고 한 달이 지나면 아스트로사이츠가 감소하고 뉴런의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몸을 방치하면 뇌도 그에 따라 기능이 쇠약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뇌의 활성화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대 때 운동을 계속한다면 70세가 돼서도 효과를 볼 것이다. 운동 습관이 향후 50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결국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땀을 배출하고 심장박동을 울리는 정상적인 유산소운동을 통해 뇌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77세의 노익장 강석헌 씨가 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입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있다. 강 씨도 매일 근육운동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강헌석 씨 제공.
치매는 여섯 번째 생체신호인 걸음걸이가 치매 예측과 예방의 중요한 척도다.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걸음 속도 범위는 초당 1.2∼1.4m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걸음 속도는 이보다 떨어진다.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면 초당 0.6∼0.8m. 걸음 속도가 초당 0.4m 이하로 떨어지면 낙상 확률이 높아졌다. 육체적인 결함 없이 초당 0.4m 미만으로 걷는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걷기를 인지기능에 관여하지 않는 자동적 운동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뇌의 해마·전두엽과 연결된 복잡한 인지기능이 동반된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상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뇌에서 가장 빠른 길에 대한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이후 심리상태와 환경 사이에서 다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떻게 가야 안전하고 효율적인지 걸으면서 계속 계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판단이 내려진다. 파란불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지금 가야 하나’ ‘아냐 지금 가면 위험해’,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 등 수많은 인지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치매는 잠복기가 10년에서 15년이 된다. 65세에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50세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미 걸린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50~58세에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 듀크대 등 세계 유명 대학교는 걸음걸이로 치매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송홍선 박사.
송홍선 박사의 말이다.
“치매는 한번 발병하면 치료하기 힘들다. 지속적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조기에 치매 위험을 선별해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치매 고위험군에게 예방적 처방을 내려 발병을 5년 지연시킬 경우 20년 후 국가 치매 유병률이 44%로 낮아지고, 의료비 또한 8배 정도 줄일 수 있다. 치매는 예방이 중요하다. 치매 예방의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이런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전국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