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 22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울산 확진환자 발생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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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여 만에 `청정 지역` 울산 방어망이 신종 코로나(코로나 19)에 뚫렸다. 지난 21일 오후 대구 거주 초등교사 A씨(27ㆍ여)가 고속전철(KTX) 울산역 열화상 카메라에서 이상 고열이 발견돼 울산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은 결과 확진자로 최종 판명됐다.
여기에 더해 울산시가 A씨의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보다 1주일 전인 지난 16일 울산 신천지교회에서 약 100명의 신지와 함께 예배를 본 사실이 23일 드러나 지역 감염 확산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앞서 A씨는 지난 9일 대구 신천지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던 31번 확진자가 임의로 병원을 떠나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도 바로 이때다.
이에 따라 31번 확진자와의 접촉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이후 인후통과 기침 증세를 보이자 10일 부친이 근무 중인 울산 중구 우정동 모 내과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송철호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에 주소와 거주지를 둔 27세 여셩 한 분이 울산시 소재 부모님 댁에 왔다가 코로나 19 확진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현재 확진자는 울산대 병원의 국가지정 음압격리 치료실로 이송됐고 부모님과 동생 1명은 자가 격리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송 시장은 이어 그 후속 조치로 "질병관리본부에 중앙역학조사관 파견을 긴급 요청했고 질본과 함께 조속히 확진자의 이동 경로와 접촉자를 확인, 관리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울산시의 상황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일 15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10일 부친이 근무 중인 울산 중구 우정동 모 내과에서 인후통과 기침증세로 진료를 받고 대구로 다시 귀가해 15일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5일 대구에서 내려와 17일까지 울산 부모님 댁을 거쳐 부산 해운대, 부산역 등 부산지역에서 여행을 한 뒤 다시 대구로 돌아갔다. 이어 18일 감기증세로 대구 소재 모 내과에서 감기처방을 받고 대구 자택에 머무르다가 21일 KTX편으로 울산역에 도착했으나 역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에서 37.1도의 발열이 확인돼 카메라 모니터링 근무자들이 가까운 진료소를 방문해 진료를 받을 것을 안내ㆍ권고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확진자 A씨는 5002번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 중구 학성동에서 하차한 뒤 택시로 중구 보건소로 이동, 진료 후 검체 검사를 받았고 다시 택시로 울주군 범서읍 자택으로 돌아와 대기 중 이날 오후 2시 무렵 확진자로 최종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울산시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우선 확진자가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10여 일 동안 울산ㆍ대구 등 두 곳에서 감기증세로 진료를 받았으면서도 본인이 왜 신종 코로나 감염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또 15일 울산 자택에 내려온 A씨가 일요일인 16일 울산예배에 참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울산 신천지 교회 측은 21일 오전까지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울산시는 이들의 보고를 그대로 수용했다. 함께 예배를 본 신자들에게서 집단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감기증세 처방을 한 부친이 신종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왜 A씨가 울산 예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통제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남는다.
또 지난 18일 대구 소재 모 내과에서 감기처방을 받고 3일 뒤 울산 부모님 댁을 찾은 정황을 살피면 확진자가 이미 대구에서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이쯤 되면 부친이 직접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의뢰하는 게 보편적 상식이다.
확진자의 동선 확인도 급선무다. 송철호 시장도 이날 "중앙 역학조사관이 울산에 내려와 역 추적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여서 질본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선 A씨가 지난 10일 울산과 대구를 오갈 때 어떤 교통편을 이용했는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15일부터 17일까지 확진자가 이용한 울산~부산 해운대~부산 역의 교통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확진자가 이용한 교통수단을 함께 또는 이후 이용한 접촉자들을 얼마나 빨리 확인하고 이들을 격리 또는 감시하느냐가 문제점으로 남는다. 적기를 놓칠 경우 제2, 제3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날 밝혀진 울산 신천지교회 교인 6명의 `대구 예배` 참석도 도마에 올랐다. 21일 김석진 행정부시장은 본지 기자의 질문에 "지난 9일 예배에 울산 신천지 교인 6명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교회 측으로부터 전달 받았다"고 밝혔었다.
앞서 울산 신천지 교회는 지난 20일까지 대구 예배 참여자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남구 보건소에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본지의 취재결과 이런 사실이 드러났고 김 부시장이 이를 시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취재진이 이들 6명에 대한 격리 조치여부를 물었고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가 "접촉자로 파악되지 않아 개별 행동을 하고 있다"고 답변하자 "이들이 길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하도록 놔두고 있단 말이냐"는 항의성 발언이 쏟아졌다.
그러자 관계자가 다시 "다시 적절한 조치를 취히겠다"고 대답하는 등 해프닝도 이어졌다.
한편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울산시는 당분간 시정을 `코로나 19 대응 비상체제`로 전환, 운영한다. 필수 업무를 제외하고 모든 공무원을 당면한 코로나 대응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확진자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신속히 파악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역학조사반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 19 고위험 집단의 집중관리를 위해 재난관리기금, 예비비 등 가용재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코로나 19로 인한 민생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