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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의 유래와 종류
1. 폭탄주란 무엇인가?
미국 몬타나州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을 보면, 주인공 두 형제가 동네 마을의 바에서 폭탄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실연한 형이 위스키 믹스를 주문하자 바텐더가 맥주잔에 위스키 잔을 퐁당 떨어뜨려 건네주는 것이다. 또 다른 영화 '강철의 심장(Heart of the Steel)'에서도 제철공장의 노동자들이 노조파업과 공장폐쇄 과정을 거치면서 생활고와 시름을 달래려 폭탄주를 마신다.
이러한 폭탄주가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정치인·법조계· 경제관료·언론인과 경영자 등 사회 각층의 엘리트 집단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또 사회 저명인사들이 낙마하거나 망신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국무회의 석상에서 폭탄주 금지 문제가 거론되기도 하고, 이제는 초등학생까지도 폭탄주라는 말을 알 정도가 되고 있다.
맥주를 가득 담은 글라스에 위스키 잔을 떨어뜨려 맥주거품이 풀쩍 튀어 오르는 형태가, 마치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 폭탄의 원자雲 같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진 폭탄주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전에도 맥주와 막걸리, 맥주와 소주 등을 섞어 마시는 혼합주법은 있었다. 이제는 맥주와 양주를 섞는 정통 폭탄주는 기본이고, 포도주와 과일주인 리쾨르, 멕시코의 테킬라, 중국의 백주 등 여러 가지 주종을 혼합해 마시는 폭탄주가 등장하고 있다.
외국의 칵테일은 거의 대부분 술과 쥬스나 과일즙, 식물성 음료 등을 혼합하는 것이며, 술과 술을 섞는 칵테일은 아주 드물다. 술과 술을 섞는 한국의 폭탄주가 수십 종에 달하는 것은 외국과 아주 대조적인 것이다.
2. 폭탄주의 유래
맥주를 폭약으로 하고 위스키를 뇌관으로 하는 우리나라 폭탄주의 뿌리를 찾아보면, 비슷한 형태의 술이 외국에도 진작부터 있었다. 미국의 탄광, 벌목장이나 부두 또는 철강공장 등에서 일하는 노무자들이 즐겨 마신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가 폭탄주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온몸을 취기로 끓게 하는 술' 이란 뜻에서, '보일러 메이커'란 술이 고된 일을 하면서 벌이가 넉넉지 못한 사람들에게 싼값에 빨리 취하게 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서양 칵테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일러 메이커'는 맥주를 마시고 그 다음에 양주를 잇달아 마시는 '체이서(Chaser)'또는 맥주잔에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우리나라 스타일의 폭탄주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등 북유럽에도 '잠수함(Submarine)'이라는 형태의 폭탄주가 있다. 500cc 맥주잔에 독일 술 슈납스를 가득 담은 잔을 떨어뜨려 마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이러한 형태의 폭탄주가 등장했을까?
어떤 이는 삼국시대에도 다른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원초적 형태의 폭탄주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00년 전 '혼돈주' 라는 일종의 폭탄주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혼돈주란 반사발의 막걸리에 소주 한 잔을 섞은 혼합주로 '자중홍 (自中紅)' 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 주둔했던 미군이 폭탄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보일러 메이커'를 이 땅에 전파했다는 주장도 있다. 1960년대 이후에는 소주에 맥주 또는 막걸리를 섞어 마시거나, 소주에 콜라 또는 소화제인 멕소롱 등을 섞어 마시는 주법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형태의 맥주에 위스키를 혼합해 만드는 폭탄주는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1983년경 춘천 지역의 검찰·경찰·언론 등 기관장들의 모임에서 폭탄주가 개발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러한 폭탄주가 법조계에 이어 군(軍)으로, 언론계 등으로 전해져 간 것으로 추정된다.
폭탄주의 개발과 보급 시기는 국내산 양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1980년대 전후와 시점이 맞아떨어진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하고, 양주가 흔해지면서 양주를 대량으로 마시게 되고, 맥주에 양주를 혼합하여 마시게 된 것이다.
3. 폭탄주와 알코올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실 경우, 알코올 도수 40-43도의 독주를 그대로 마시게 되나, 폭탄주로 마시면 순하게 된다.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 및 알코올 함량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ᄀ.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
폭탄주는 알코올 도수가 10% 수준이므로, 청주(12-13%)와 비슷하다. 그러나 폭탄주 한 잔을 마시면 거기에 포함된 알코올 함량은 소주 2잔분(分)에 해당한다.
a. 양주 폭탄주 : 일반적 맥주잔의 용량은 230-250cc,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4-5%. 양주잔은 일반적으로 35cc, 알코올 도수는 40-43%. 따라서 35cc 양주잔에 양주를 가득 채운 뒤, 230cc의 맥주잔에 넣으면, 맥주는 195cc 만큼 들어간다. 그러면 맥주+양주의 알코올 도수는 10.35%가 된다. 즉 알코올 도수 12-13%인 청주나 백세주보다, 다소 낮은 정도인 것이다.
b. 소주 폭탄주 : 같은 방법으로 55cc 소주잔으로 25% 알코올 도수의 소주 폭탄주를 만들 경우 9% 수준이 된다. 따라서 알코올 도수로 보면 위스키 폭탄주나 소주 폭탄주가 거의 비슷하다.
ᄂ. 폭탄주의 알코올 함량
위스키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는 10% 수준이나, 중요한 것은 거기에 담긴 알코올 함량이다. 즉 맥주잔으로 폭탄주를 만들었을 때, 들어있는 알코올 총량은 23그램이다. 이 정도면 소주나 위스키 각 2잔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a. 알코올 도수 40~43%의 위스키 한잔 (35cc)에는 알코올이 14.5~15.05 그램 들어있다.
b. 알코올 도수 22~25%의 소주 한잔 (55cc)에 담긴 알코올 함량은 12.1~14.75 그램이다.
c. 맥주 한 잔 (230~250cc)에 알코올 4.5%의 맥주를 가득 채우면, 10.35~11.25 그램의 알코올이 된다.
따라서 위스키 폭탄주 한 잔은 소주 두 잔을 한꺼번에 마시는 셈이며, 이는 양주 스트레이트 1.6잔에 해당된다.
ᄃ. 취하는 속도
맥주에는 탄산가스가 들어 있어 소주나 위스키와 같이 도수가 높은 술과 섞어 함께 마시게 되면, 탄산가스의 작용으로 위 속의 알코올이 빨리 흡수된다. 결국 과음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4. 왜 폭탄주를 마시는가?
구미 국가에서는 기업이나 단체·조직 구성원들이 단체로 회식을 하는 기회가 흔치 않다. 근무를 마치면 곧장 귀가하여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거나, 가사를 돕던지 부부동반으로 사교모임에 참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양 문화권 중에서도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직장동료들이 단체로 큰 연회를 갖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단체·군대 등 거의 모든 조직 사회에서 집단으로 회식 자리를 갖는다. 직장 모임·동창회·단체 모임 등 집 밖에서 술을 마시는 기회가 잦다. 우리가 집단 회식에서 갖는 술자리는 여흥이 아니라 '일의 연장선' 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술자리는 업무상 '스트레스 해소의 場'이기도 하며,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 융화를 이룰 수 있는 '半 공식적인 자리'인 셈이다. 이러한 '유유상종의 음주 공동체'에서 업무적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인간관계 구축을 통한 정보 교환, 비공식적인 의사소통 등 개인의 고립과 단절을 극복하고 조직에 적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해마다 우리 국민이 마시는 술 중 맥주가 500㎖ 기준 약 35억병, 양주는 약 4천만 병이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 한 사람이 평균 맥주 119.7병, 위스키 1.4병을 마신 셈이다. 위스키와 포도주 等의 소비 급증에 따라 연간 전체 술 수입금액도 2000년 2억 2200만 불에서, 지난 해 2억 5600만 불로 15% 증가했다. 특히 영국산 위스키 수입액은 1억 7800만 불에 달해, 세계 4位의 스카치위스키 수입국가로 기록됐다. 이와 같은 양주 수입에 따라 외화 유출의 비난은 물론이려니와 폭탄주의 병폐에 대해서 논란이 많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폭탄주를 마시는 것일까?
ᄀ. 폭탄주는 '경제적인 주법'
우리나라에서는 단체 회식을 할 경우, 상사 또는 특정 관리자가 식사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관례적이다. 이럴 경우 상사로서는 회식비용을 줄이기 위해 폭탄주를 이용하기도 한다. 폭탄주를 돌릴 경우 술자리가 빨리 끝날 수 있고, 안주 비용이 절약되기도 한다. 폭탄주 자리가 끝나고 나서 살아남은 끈질긴 사람들끼리 2차를 가게 되면, 그야말로 집단회식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ᄂ. 폭탄주는 '건강용'
지난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관련된 국회 청문회에서 전 대검 공안부장은 "왜 폭탄주를 마시는가?" 라는 질문에 "양주가 너무 독해서" 라고 답변하였다. 이 말은 사실이다. 양주를 그대로 마시면 43도이나 양주에 맥주를 혼합한 폭탄주로 마실 경우 알코올 도수는 10도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ᄃ. 폭탄주는 '공평한 주법'
우리 사회에서 술좌석을 주도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술 부담이 크다. 상사가 술자리의 모든 사람들과 일대 일로 대작을 하다가는 혼자 곯게 된다. 상사에게 술잔이 몰리기 때문이다. 조직 생태적으로 부하들은 상사에게 '예의상 성의의 한 잔'을 권하게 되고, 상사는 답잔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혼자 가장 많이 마시게 되고, 가장 먼저 만취하기 십상인 것이다.
군대나 직장 등에서 상사가 술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술을 덜 마시고자 할 때, 폭탄주는 아주 '평등하고 유리한 주법'이 되는 것이다. 지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모두 한잔씩이기 때문에 적어도 상사에게는 폭탄주란 '민주적'인 것이다.
ᄅ. 폭탄주는 '단합용'
우리 사회의 집단 회식자리는 흔히 산만해지고, 개별적 대화로 소란스럽다. 이 경우 폭탄주는 개별적인 사담을 금지시키고 모든 참석자들의 시선을 폭탄주 제조에 집중시킨다. 폭탄주를 마시고 잔을 흔들어 딸랑 딸랑 소리를 내고 모두 박수를 치면서 모임 전체의 단합된 분위기를 유도한다.
ᄆ. 폭탄주는 '기념주'
정부 부처간 또는 기업간 업무적인 타결이 이루어 질 경우, 관련 조직간의 회합에서 기념 또는 축하의 의미에서 폭탄주를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오랜 갈등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폭탄주를 마시고 감정의 앙금을 푸는 것처럼, 폭탄주는 대립과 불화를 푸는데 이용된다. 한국인들은 술을 마시고 감정이 이완되어 통합하기를 기원할 때 '이왕이면 폭탄주'를 마신다.
ᄇ. 폭탄주는 '약자를 위한 술'
기업에서 외부 인사를 접대할 경우 상대방 보다 훨씬 약한 입장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폭탄주는 좋은 방어 수단이 된다. 신분에 관계없이 똑 같은 양의, 똑 같은 횟수의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ㅅ. 폭탄주는 '과시용'
폭탄주 대결은 의지와 담력과 체력을 나타내게 된다. 술자리는 상대방을 테스트하는 광장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폭탄주 자리에서 살아남고 상대방 보다 세다는 소리를 들으면 '비즈니스도 잘 풀리고 대외적, 대내적 관계도 잘 풀린다.' ‘폭탄주를 몇 잔을 마신다'라는 기(氣) 싸움에서 이기게 되면 그 강인한 이미지를 절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ᄋ. 폭탄주는 '술자리의 엔터테인먼트'
폭탄주 술자리는 술만 마시는 자리가 아니다. 폭탄주를 제조하고 마시는 모든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박수치고 즐기는 자리인 것이다. 폭탄주를 제조하는 방법에는 수십 가지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함께 즐기는 하나의 놀이이며 오락이다.
ᄌ. 폭탄주는 '분위기 메이커'
모임에서 서로 주고받을 마땅한 이야기가 없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동석해야 할 때, 또는 상사가 사무실에서 부하를 야단치고 술자리에 와서 서먹서먹할 때 분위기는 아주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폭탄주는 아주 유용하다. 마시고 취해 서로 객적은 소리를 안해도 봐주고 용인하게 된다. 폭탄주는 이럴 경우 사교감과 친밀감을 높여주는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5. 폭탄주의 종류
정통 폭탄주는 맥주에 위스키를 혼합한 칵테일이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 재료와 제조 방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재료도 맥주와 위스키 외에 포도주, 소주, 중국 백주 (배갈), 이온음료, 보드카, 테킬라 등을 섞기도 한다. 다만, 폭탄주를 들면서 피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프레미엄급 고급 위스키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오랜 기간 오크통속에서 숙성시킨 고급 위스키를 맥주와 혼합하여 마신다는 것은 일종의 모독이므로, 절대로 피함이 옳다. 둘째,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시기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권해서는 아니 된다.
폭탄주의 종류에는 그 재료의 혼합방법에 따라 3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원자 폭탄주 : 맥주잔에 맥주를 거품이 덮도록 따르고 뇌관인 위스키 잔을 퐁당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때 거품이 풀쩍 튀는 모양새가 마치 원자운(雲)과 흡사하다고 해서 원자 폭탄주라하고 이를 정통 폭탄주라고도 한다. 둘째, 수소 폭탄주 : 맥주잔에 위스키를 붓고, 맥주를 작은 양주잔에 넣어 섞는 것이다. 사실상 알코올 도수 40~43도의 위스키를 마시는 것이어서 아주 독하다. 웬만한 주당들도 기피한다. 셋째, 중성자 폭탄주 : 맥주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여기에 위스키를 넣으면 중성자탄이 된다. 한마디로 맥주잔을 100% 위스키로 채워 마시는 것이라서 '주선(酒仙)'급 이라야 마실 수 있는 폭탄주이다.
이상의 세 가지 폭탄주 가운데 원자 폭탄주가 고전적 정통 폭탄주이며, 원자 폭탄주의 제조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1) 태권도주 : 맥주컵에 맥주를 가득 따르고 젓가락 2개를 벌려 놓은 후, 그 위에 양주를 채운 양주잔 뇌관을 얹는다. 테이블을 따라 정권(주먹)을 뻗어 젓가락을 날려 양주잔을 맥주잔 안으로 퐁당 떨어뜨리면 '태권도주'가 만들어진다.
2) 가라데주 : 태권도주와 같은 방법이나 수도(손바닥)로 젓가락을 쳐서 양주잔을 떨어뜨리면 '가라데주' 라고 한다.
3) 가랑이주 : 맥주잔 위에 젓가락 2개를 놓고 그 위에 양주 뇌관을 얹는다. 젓가락 두 개 사이에 손가락이나 얼음 집게를 넣어 쫙 벌려서 양주잔을 퐁당 빠뜨리면 '가랑이주' 라고 한다.
4) 골프주 : 맥주컵 위에 젓가락 2개를 걸쳐 놓고 빈 양주잔을 놓는다. 양주잔에 술을 부은 다음 또 다른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스윙해 양주 뇌관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골프에서 이름을 따서 일명 '스윙주' 라고도 한다.
5) 회오리주 : 정통 폭탄주 중에서 상당히 많이 보급된 폭탄주이다. 먼저 정통 폭탄주를 만든다. 양주 알잔에 양주를 따라 맥주를 채운 잔에 부어 섞는다. 그 다음 냅킨을 잔 위에 씌워 손바닥으로 막고 잔을 빙빙 돌리다가 손목에 스냅을 주어 확 뻗는다. 그러면 술잔 안에서 회오리 폭풍이 일어난다. 맥주와 양주가 잘 섞여 맛이 부드럽다는 게 주당들의 평가이다. 회오리주를 만든 다음 술에 젖은 냅킨을 위나 뒤로 던져 술집 천장이나 벽에 붙어 '척' 소리가 나게끔 던지는 놀이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6) 다이아몬드주 : 회오리주에 얼음 한 조각을 띄우면 조명을 받아 보석처럼 빛난다. 얼음을 띄우는 것은 술을 적게 부으면서 모양을 보기 좋게 한 것이다. 주로 여성용이다.
7) 슬라이딩주 : 맥주잔 위에 신용카드나 명함을 얹어 놓고 여기에 양주뇌관을 얹는다. 그런 다음 카드나 명함을 순간적으로 살짝 빼버리면 양주잔이 맥주잔 위에 떨어진다.
8) 월드컵주 : 모정치인이 선보였던 술이다. 맥주잔 위에 올린 젓가락 두 개를 발로 휙 쳐서 떨어뜨리는 것이다. "아무리 기발한 폭탄주라지만, 술잔 위에 있는 젓가락을 발로 차다니" 하고, 처음 본 사람은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9) 금테주 : 맥주를 80% 정도 채운 후 잔 위에 냅킨 한 장을 놓고 양주잔의 양주를 따른다. 냅킨을 여과하여 잔에 떨어진 양주가 비중의 차이 때문에 맥주와 섞이지 않아, 금테를 두른 것처럼 보인다. 10) 비아그라주 (페니스주, 변강쇠주) : 이름은 고약하지만 마시기는 편한 폭탄주다. 맥주잔에 넣은 양주잔에는 양주를 채운다. 그런 다음 양주와 섞이지 않게 맥주잔의 3분의 1정도 맥주를 따른다. 양주 위로 맥주를 부어도 된다. 그러면 맥주 위에 양주잔이 볼록 튀어나온 형태로 폭탄주가 만들어진다. 마치 맥주 위에 양주잔이 서있는 모습이 남자의 성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다양한 이름이 붙었다. 정통 폭탄주보다 맥주 양이 절반 이하로 적다. 따라서 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술이 세지 않은 사람이나 여성들에게 좋다. 자주 애용되는 폭탄주의 일종이다.
11) 사정(射精)주 (미사일주, 물총주) : 폭탄주 술자리의 오락용이다. 양주를 알잔에 따른 다음, 맥주를 가득 채운 맥주잔에 붓는다. 여기까지는 회오리주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그런 다음 랩으로 맥주잔 위를 씌운다. 그리고 랩에 이쑤시개로 작은 구멍을 뚫는다. 잔을 손으로 돌려 회오리주를 만든 다음, 술상 위에 탕 소리가 나게 내려놓는다. 그런 충격에 따른 술잔 내의 압력으로 랩의 작은 구멍을 통해 술이 높이 치솟는 모습을 따서, 사정주라고 한다. 듣기 민망해 미사일주나 물총주로도 표현된다.
12) 쌍끌이 폭탄주 : 1999년에 한일 어업협상에 쌍끌이 어로법이 문제가 되자 선보인 변종 폭탄주. 모신문사 간부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쌍끌이주는 정통 폭탄주 두 잔을 만들어 나란히 놓는다. 그리고 한 잔씩 연거푸 들이켜, 한 번에 폭탄주 두 잔을 마시는 셈이다.
13) 소방주 : 폭탄주에 냅킨을 씌우고 동전을 올려놓은 뒤 참석자들이 순서대로 담뱃불로 구멍을 뚫어 동전을 빠뜨린 사람이 마신다. 담뱃재가 술에 섞일 수도 있어 별로 위생적이지 않다. 놀이 성격이 강하다.
14) 수류탄주 : 맥주 캔의 따개 밑 부분에 구멍을 낸 뒤 맥주를 조금 밖으로 따른다. 그런 다음 양주를 맥주 캔에 넣어 가득 채운 다음 조금 흔들어 섞는다. 그리고 캔을 따서 마시거나 빨대로 빨아 마시기도 한다. 다 마신 후 빈 캔을 천장에 '투척'한다고 해서, 수류탄주라고 부른다.
15) '잘 부탁합니다'주 (껄떡주) : 먼저 위스키잔에 위스키를 채운다. 빈 맥주잔을 거꾸로 양주잔 위에 덮는다. 그런 다음 양주잔을 꼭 잡고 맥주잔과 같이 뒤집는다. 그러면 맥주잔 안에 양주가 담긴 위스키 잔이 거꾸로 뒤집혀 있다. 여기에 맥주를 붓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폭탄주는 절대 한번에 마실 수 없다. 거꾸로 뒤집은 양주뇌관에서 위스키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그래서 폭탄주를 조금 마신 뒤 다시 맥주잔을 바로 세우고 또 마시기를 4-5번은 반복해야 한다. 숨을 껄떡거리며 마신다고 해서, 껄떡주라고도 한다. 고개를 여러 번 앞으로 숙여서 마셔야 하기 때문에 술자리의 제일 막내나 새로 리더가 된 사람이 '여러분 잘 부탁합니다'고 요청하는 의미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16) 폭포주 : 맥주잔 위에 젓가락을 놓고 그 위에 위스키가 가득 찬 양주 뇌관을 얹는다. 위스키 잔에 맥주를 부어 철철 넘치게 한다. 그러면 맥주가 양주잔을 넘쳐 밑의 맥주잔으로 떨어진다. 마치 폭포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폭포주라고 부른다. 먼저 위스키 잔을 마시고, 젓가락을 치운 다음 맥주잔을 비운다. 폭탄주 제조과정에서 미리 양주와 맥주가 충분히 섞이게 되므로 마시는 것이 부드럽다고 주당들은 말한다.
17) 청산리 벽계수주 (3단주) : 폭포주의 발전 형태로 먼저 빈 맥주잔위에 젓가락을 두 개 얹는다. 그 위에 빈 양주잔을 올려놓는다. 다시 젓가락 2개를 얹고 그 위에 빈 양주잔을 올려놓는다. 술을 붓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맨 위의 양주잔에 양주를 따라 가득 채운다. ②양주잔 위로 맥주를 붓는다. 그러면 맥주가 양주잔 안에서 양주와 섞이면서 양주잔 위로 흘러내려 먼저 중간에 있는 양주잔을 채운다. 중간의 양주잔을 채운 다음에는 다시 술이 철철 넘쳐 맨 아래 맥주잔을 채운다. ③ 술 마시는 순서는 맨 위의 양주잔, 그리고 중간의 양주잔, 아래 맥주잔 순이다. 뒤늦게 참석한 사람에게 벌주(後來者 三杯酒)로 많이 활용된다.
18) 타이타닉주 ('함몰주' 또는 '북어뢰정 격침주') : 미국 영화 '타이타닉'의 이름을 본떠 시중에 유행하는 폭탄주다. 비교적 폭탄주를 천천히 마실 수 있는데다 술자리에서의 오락성까지 겸해, 관리들 뿐 아니라 대학생 등 젊은 층에서도 사랑을 받는다. 제조법은 맥주컵에 맥주를 60%정도 넣고 빈 소주잔을 띄운다. 소주잔에 양주를 조금씩 넣으면 잔이 무거워지면서 천천히 맥주잔 밑으로 가라앉는 것이 마치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타이타닉주로 불린다. 또는 '함몰주' 라고도 한다. 이때 양주잔 대신 소주잔을 쓰는 이유는 소주잔은 바닥 면적이 넓어 빈잔을 넣으면 맥주 위에 뜨게 되며, 3분의 2정도 양주가 차면 맥주 속으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19) 물레방아주 : 맥주잔에 양주잔을 덧붙여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잡고 마시게 되면 양주잔에서 맥주잔으로 양주가 흘러 들어가 맥주와 섞이도록 만든 폭탄주이다. 미리 양주와 맥주를 섞지 않고 양주를 맥주잔에 흘러들게 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양주가 조금씩 섞이기 때문에 마시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20) 박치기주 (충성주) : 이 충성주는 먼저 만들기 전에 '□□에게 바친다'라고 선언을 한다. 맥주잔 위에 젓가락을 놓고 그 위에 양주잔을 얹은 후, □□을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한 다음 머리를 술상에 꽝 박으면, 그 충격에 양주잔이 살짝 튀어 올랐다가 젓가락 사이로 빠져 맥주잔 안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박치기주는 술자리 처음부터 마시기보다는 정통 폭탄주 등으로 어느 정도 마셔 취기가 오른 다음 끝날 무렵 오락용으로 이용되는 편이다. 21) 드라큐라주 (일명 흡혈귀주) 포도주에 양주를 넣어 만든 폭탄주로 마신 후 포도주가 자기도 모르게 양쪽 입가로 흐르는 모습이 드라큐라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은 것. 포도주에 양주를 넣는 것 보다 코냑을 넣는 것이 마시기에도 몸에도 좋다. 포도주에 중국산 배갈을 넣는 경우도 있는데 권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독하다. 폭탄주는 시원한 감이 드는데, 드라큘라주는 끈끈하다.
22) 무지개주 : 맥주에다 숙취 해소제인 '멕소롱'과 이온음료인 '포카리스웨트'를 차례로 부으면 色色으로 차이가 난다. 그래서 무지개주라고 부르는데 맛은 별로라는 평가다.
23) T자주 : 맥주잔에 위스키를 담은 양주 뇌관을 넣은 뒤 맥주를 80% 정도 채운다. 여기에 붉은 포도주를 양주 뇌관위로 가만히 따르면 양주잔에 있는 양주가 밀려 나오면서, 포도주가 양주 뇌관과 맥주 위에 깔려 T자 모습을 나타낸다. 또는 맥주잔에 맥주를 ⅔ 가량 따른 후 양주잔에 포도주를 채워 가만히 맥주잔에 넣고는 계속해서 양주잔 위로 포도주를 부어 맥주잔을 채우면 T자 모습이 만들어 진다.
24) 삼색주(三色酒) : 맥주잔의 3분의 1정도에 맥주를 나머지 3분의 2는 거품이 되도록 따른다. 그런 다음 적포도주를 천천히 따르면 맥주거품 밑으로 포도주가 천천히 들어가 맥주 위와 맥주 거품사이에 자리하게 된다. 즉 맥주의 노르스름한 색깔, 그 위에 포도주 색깔 다시 그 위에 하얀 맥주 거품이 있어 보기에 좋다. 이때 맥주를 갑자기 부으면, 맥주와 와인이 섞여 제조에 실패하게 된다.
25) 정충하초주 :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고 양주 뇌관을 넣는다. 그런 다음 종이 냅킨을 맥주잔 위에 덮는다. 냅킨 가운데 구멍을 낸다. 구멍을 일부러 내지 않더라도, 톡톡 건드리면 맥주에 젖어 찢어진다. 거기에 우유를 조금 부으면 양주 뇌관으로 우유가 들어간다. 우유가 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정충처럼 보여 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오락용이다.
26) 티코주 : 대우의 경승용차인 티코의 이름을 딴 것이다. 큰 맥주잔을 쓰지 않는 게 특징이다. 양주 알잔에 맥주를 거의 가득 채운 다음, 양주를 두 세 방울 떨어뜨린 것이다. 소주 한잔만 마셔도 생리적으로 쓰러질 정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나 여성을 위해 등장한 약식 폭탄주이다.
27) 샤워주 : 맥주잔에 양주를 채운 양주잔을 먼저 넣고, 병맥주를 1/4 가량 따로 따라 낸 후에 병 입구를 엄지손가락으로 막고 상하로 흔든다. 그런 다음 맥주 병 입구를 양주잔이 담긴 맥주 잔 위에 대고 조심스럽게 엄지손가락을 조금 떼면 맥주가 분수처럼 쏟아져 들어간다. 그 형태가 마치 샤워하는 것 같다고 해서 샤워주로 이름 지어졌다.
28) 도미노주 : 맥주잔을 인원수대로 (3잔부터 20, 30잔이라도 좋음) 잇대어 놓고 맥주를 따른다. 잇대어 놓은 맥주잔과 잔 사이에 양주잔들을 얹은 후 양주를 따른다. 그리고는 첫 번째 양주잔을 손가락으로 살짝 밀치면 고려화학㈜의 TV CF에 응용되었던 도미노 게임 그대로 모든 양주잔들이 각각 다음 맥주잔에 퐁당, 퐁당 빠지게 된다.
글 출처 : "달리는 의사들"모임의 이동윤
* 요즘은 소맥 (소주+맥주)이 유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