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日제품 불매-추가 수입규제 거론… 日 “수입금지 철폐를”
[日 오염수 방류]
‘소금 사재기’ 중화권 전체로 번져
中외교부 “日방류, 지극히 이기적”
日선 “기시다, 시진핑에 친서 가능성”
美는 "日 방류과정 안전" 신뢰 유지
24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실시된 후부터 중국 전역에서 ‘소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쇼핑카트에 소금 상자를 잔뜩 쌓아놓은 한 여성이 상점 계산대 앞에 서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서 각국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2개국(G2)’인 중국과 미국의 온도 차가 상당하다. 방류 첫날인 24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중단한 중국에서는 소금 등 해양 관련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 조짐은 물론이고 추가 수입 규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중국에 수입 규제 철폐를 촉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중국은 싸늘한 반응이어서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미국은 “일본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방류 과정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며 안전하다”고 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아예 “31일 후쿠시마현을 찾아 이 지역의 생선을 먹겠다”고 밝혔다.
● 中, 소금 구매 육탄전… 중화권 전체로 번져
25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와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이미 곳곳의 소매점 내 소금 매대가 텅 비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소금을 사려는 이들이 몰려 육탄전을 벌였다. 산둥성 웨이하이항 근처 시장에서는 단 1시간 동안 판매된 소금의 양이 4t을 넘겼다. 랴오닝성 다롄에서는 한 소매 점주가 소금값을 2배로 올려 팔았다. 주요 온라인 몰에서도 소금이 ‘품절’된 지 오래다. 중국 내 유일한 소금 생산 국유기업인 중옌그룹은 성명을 통해 “비축량은 충분하다”며 사재기 자제를 촉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마카오 등에서도 소금 구입 열풍이 불고 있다. 사재기가 중화권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중국 소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염수 방류 영향을 받는 일본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 화장품, 의류, 잡화 등 일본산 소비재 전반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중국이 일본산 제품에 대한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날 “각 지역에서 모니터링 강도를 높여 식품 생산·경영자가 식품 안전 관련 법률과 수입 식품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감독하라”고 지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행위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 자기 고집대로 방류를 강행해 전 세계에 핵 오염 위험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 당황하는 日… 美는 日 지지
이런 반응에 일본은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사히신문 등은 “(중국 등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중국의 규제에 따른 타격이 큰데 정치적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 관료들의 말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28일 중국을 방문하는 집권 자민당의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친서를 전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다만 미국은 일본 지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한국 언론들의 관련 질의에 “일본의 계획에 만족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했다. 같은 날 이매뉴얼 대사는 교도통신에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일본의 체계적 절차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아사히신문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주요국 반응을 다루는 기사에서 미국, 대만 등은 찬성 국가라는 의미에서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중국, 홍콩, 북한 등에는 반대의 뜻으로 ‘엑스(×)’를 붙였다.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은 ‘세모(△)’로 분류했다. 한국의 상황을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와 과학을 믿어 달라’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를 정치 쟁점화하며 정부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고 평했다.
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