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청와대는 안병영 교육부총리 후임으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을 임명했다. 언론은 물 만난 고기처럼 수많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벌떼같이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그의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유용, 부동산 투기, 아들의 이중국적과 부정입학, 게다가 병역기피 의혹까지 교육부총리로서의 자질을 문제삼았다. 이렇게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던 그는 단 3일 만에 스스로 사퇴하고 말았다. 시간상으로 보면 역대 2위다.
문민정부에서의 단명장관들
돌이켜보면 역대 장관들 가운데 단명장관이 꽤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문민의 정부 때 단명장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제일 먼저 7일 시장이었던 김상철 전 서울시장을 들 수 있다. 그는 재임기간이 1993년 2월 26일부터 일주일이다. 김 전 시장은 개발제한구역 안의 농토를 사들여 정원으로 무단 형질 변경해 사용하고 가옥 일부를 불법 증축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문민정부 첫 내각에 3명이 11일간 장관직을 수행한 이들이 있었다. 우선 박희태 전 법무장관(현, 한나라당 의원)을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딸을 이화여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미국 국적으로 정원 외 특례 입학시킨 사실이 밝혀져 자진 사퇴했다. 그리고 허재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있었는데, 그는 장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보유부동산이 많아 이것이 후에 국토계획을 총괄하는 건설부의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사퇴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용퇴한 경우도 있다. 바로 서정화 전 내무장관이다. 후배인 고건 전 명지대 총장이 총리에 발탁되자 취임 21일만에 스스로 후배를 위해 용퇴한 것이다. 다른 장관들과는 달리 그는 도덕성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 후배이자 내무행정관료 후배인 고건 당시 명지대 총장이 총리에 오르자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뒤 물러난 것이다. 후에 후배의 입지를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평가가 되기도 한다.
국민의 정부에서의 단명장관들
국민의 정부에서 단명했던 인사들을 보면 3일 장관을 했던 안동수 전 법무장관을 들 수 있다. 안 전 장관은 2001년 5월 21일 오후 3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 받아 장관에 취임했는데, 그 다음날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23일 오전 10시 사표가 수리됨으로써 재직 기간은 3일, 재직시간은 43시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가 이처럼 단명으로 물러나게 된 것은 이른바 '충성서약' 사건 때문이다.
그리고 16일 장관을 지낸 김태정 전 법무장관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김 전 장관은 당시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취중 발언 파문의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부인이 연루된 옷 로비 의혹 사건이 낙마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런가하면 17일 장관을 지낸 김용채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있는데 그는 DJP 공조 파기로 정우택 해양수산부, 한갑수 농림부 장관 등 자민련 출신 다른 각료들과 함께 물러난 일이 있다.
24일 장관직을 했던 인사도 있다. 송자 전 교육부장관이다. 장관 물망에 올랐을 때부터 자신과 부인 등 가족의 이중 국적 문제와 관련해 비판을 받아온 송 전 장관은 참여연대의 삼성전자 실권주 인수폭로가 퇴진의 기폭제가 됐다. 게다가 그의 저서가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참여 연대의 2차 폭로인 한일은행 사외이사 자격문제가 잇따름으로써 결국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그런가하면 24일 기록을 남긴 안정남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있다. 그는 특정 신문들로부터 집요하게 땅 투기 의혹을 받아 결국 자진해서 사퇴했고, 32일 장관을 지낸 손숙 전 환경부장관이 있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2차 개각 때 입각했던 손숙 전 장관은 임명 전 예정됐던 러시아 연극 공연에 주연으로 출연했다가 전경련 간부로부터 2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문제되어 한달 만에 낙마했다.
한편 58일 장관을 지낸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있다. 자민련 몫으로 입각한 주 전 장관은 재산 축적과정에 있어 투기적인 성격과 해명과정에서 나타난 거짓진술 등이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입각 초기부터 문제가 제기되긴 했으나 당시 DJP 공조 때문에 그나마 2달 정도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게 당시의 평가다.
현 참여정부의 단명장관
참여정부 들어서는 13일 장관직을 지낸 최낙정 전 해수부 장관이 있다. 그는 구설로 낙마한 인물이다. 한 특강에서“대통령은 태풍이 오면 오페라 보면 안 되냐”고 발언하는가 하면, 국무회의에선“대통령이 위기에 처했는데 장관들이 몸으로 막아야지”라고 발언하기도 하고, 또 다른 특강에서는“기자들 앞에선 말을 못하겠다”며 퇴장시비를 빚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교사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는“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교사들이 많은데 몇 놈이 교장 된다고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발언해 교원 단체의 엄청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하튼 지금까지 문민정부부터 참여정부까지의 장관들 가운데 단명으로 끝난 이들을 대략 살펴보았다. 그런데 위에서 이미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대다수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거나 혹은 자진사퇴의 형식을 빌어 사퇴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번의 교육부총리 조기사퇴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좌우간 어떤 형태로 낙마든 사퇴든 관계없이 단명으로 그 직을 떠난 것은 모두가 도덕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사전에 도덕성을 검증하는 단계가 있었지만 검증하지 못한 결과다.
道德性이란 무엇인가?
이 번의 이 부총리 사퇴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한 마디로 엉터리였음이 여러 채널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당국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여론을 수렴하기보다는 진화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모두가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정권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인사에 대한 담보 즉 도덕성이 중요시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체 도덕성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정권이 흔들리는 것이란 말인가.
도덕성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갖추고 닦아야 할 행동 규범'을 말한다. 혹은 간단하게 말해서 '도덕적 품성'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적 의미보다는 구체적인 모습을 보자. 도덕성에서 '道는 날마다 생기는 것'이라고 하고 '德은 날마다 쌓는 것'이라고 한다. 날마다 생기고 이를 쌓아 가는 것, 이것이 도덕이고 이것을 끊임없이 '살려 가는 것'을 도덕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기준으로 보자. 그간 수많은 인사들이 날마다 생기는 道를 어떻게 처리했는가를 보자. 평소 잘 다스리다가 어떤 욕심이 불쑥 튀어나와 갑자기 착한 마음이 흐려져 그 욕심을 채우고 지나간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이 평생 몇 번 되지 않더라도 이것이 후에 국가를 운영할 재목이 될 때쯤 돼서는 분명 흠결이 되곤 하는 것이다. 道와 德을 그래서 끊임없이 다스리면서 쌓아 가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삼일 장관부터 두 달 장관까지 단명의 장관들이나 지난 번 이회창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두 번씩이나 자식의 병풍으로 인해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이처럼 '날마다 생기는 道를 제대로 쌓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도덕성을 결코 간단하게 여길 수 없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나 어떤 한 조직의 장을 맡을 만한 인사는 반드시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고선 장수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지도자는 모름지기 북극성과 같아야 한다고 했다. 중심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도자란 '날마다 생기는 道'를 충실히 그리고 묵묵하게 쌓아갈 줄 알아야 한다. 그런 훈련과 인내가 담보된 인사라야만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가 진실로 더불수 있을 것이며,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조금씩 生氣를 모아 커다란 德을 진척하는 인사가 교화의 주체로써 국민의 북극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