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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롯데 콘서트홀에서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KOC) 송년음악회가 있었다.
중국계 음악가 루 지아(Lu Jia)가 객원 지휘하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신세계)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송년음악회라서 그런지 족히 수 십 번은 들었을 법한 낯익은 곡이기에 편하게 들려 왔다.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히는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네 작품 가운데
다른 작품은 D단조인데 멘델스존의 것은 유일하게 E단조를 취하고 있다.
멘델스존(F. Mendelssohn)의 곡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 e minor, opus. 64)은
서주부터 부드럽고도 우아한 곡선같이 바이올린이 연주되면서
화려한 선율에 의한 순수한 아름다움과 발랄한 정서가 가미되어 내뿜는 그윽한 향기로 다가온다.
드보르작(A. Dvořák) 의 교향곡 9번(Symphony No.9 in E minor “From the New World” Op.95)는
풍부한 선율을 바탕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소박함과 단순함에 쉽게 다가오는데,
특히 2악장에서 전개되는 잉글리시 호른의 독주 선율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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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롯데 월드타워가 완성되자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강남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증거라고 했고,
서울 외곽 어디에서도 보이는 랜드마크임에는 틀림없다고 했다.
비오는 날 우산이 없어도 지하쇼핑몰을 통해 끝까지 와서 건널목만 넘으면 집으로 올 수 있고,
편한 신발 끌고 매일 세계 유명 브랜드를 눈요기하다 보니 집사람 눈만 높아졌다.
아파트 옥상에서 바로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만끽하기도 했고,
123층 전망대보다 더 편한 31층 식당가에서
북한산과 한강, 청량산과 석촌호수 풍광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만족한 건 월드몰 8층 콘서트홀에서
매일 밤 수준높은 공연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롯데 콘서트홀은 내부 구조(바닥, 벽, 천장)를 외부 구조로부터 완전히 분리한
Box in box 구조를 도입하였다.
이는 외부 공간을 이중으로 감싸면서 소음과 진동을 완벽히 차단하여
명징(明澄)하다는 표현, 즉 어떤 콘서트홀보다도 소리가 깨끗하고 맑더라.
또한 ‘빈야드(포도밭, 부채꼴 형태)’ 구조로 설계하여
무대와 객석의 교감을 높이고 공연 감상에 편안한 건 사실이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홀’,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 일본 ‘산토리홀’ 등
세계 유수 콘서트홀이 그렇듯이 말이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멜로디가 퍼지는 느낌을 본떠 붉은 색 계열의 그라데이션으로 디자인한
2,036석의 세련된 객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체격 큰 외국인도 많이 눈에 띄던데 고급 콘서트홀답지 않게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방불케 할 만큼 좌석 배열이 촘촘하고 객석 자리가 좁았다.
그러하기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에 치중하는 ‘롯데’ 답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식사를 브런치(brunch)라고 한다.
이를 본따 브런치 콘서트라는 게 있는데,
대부분이 저녁 8시 연주회이다 보니 여의치 않은 이들을 위해 오전 11시에 마련된 공연이다.
해설을 겸해 간단한 클래식 소품과 쉬운 곡들로 짜여 있고 때로는 케이크와 커피까지 제공하다보니
주부들이 크게 호응하여 이제는 상당수의 공연장에서 이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롯데 콘서트홀에서는 브런치 콘서트는 물론,
2018년부터는 오후 2시, 내지는 3시에 시작하는 애프터눈(Afternoon) 콘서트을 새로이 마련하였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상당수가 이제는 현장에서 물러난 은퇴세대이다 보니
이들을 수요로 삼은 기획인가 본데, 그러하기에 실력있는 국내 연주자들의 독주로 채워져 있었다.
집 가까이에 이런 훌륭한 공연장과 수준 높은 연주가 계속되는데 마다 할 이유가 없지 않기에
이러한 기획공연 또한 자주 참석하여 즐기리라.
중앙에 자리잡은 파이프 오르간은
5,000여 개의 파이프를 통해 68가지(68스탑)의 소리를 구현하기에 다채롭고 신비롭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신자도 아니면서 서양종교곡 듣기를 좋아하기에
내년에 연주되는 오르간 패키지를 미리 예약해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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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예술의 전당, 신문로 금호아트홀, 정발산역 아람누리 등을 드나들면서
“아, 이런 공연장 옆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하고 한없이 부러웠었다.
간절히 꿈꾸면 소원이 이루진다고 했던가, 아니면 오래 살다 보니 별 일도 다 있어서일까
정작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연장이 생기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월드타워 건립을 두고 좋지 않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롯데 콘서트홀은 음악회 수준에 비해 아직은 상대적으로 티켓 요금이 저렴하다.
물론 12월에 들어 선 이즈음은 어렵겠지만 콘서트홀이 8층에 위치해 있기에
공연에 앞서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즐기는 석양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는 어느덧 잠실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다.
그러다 보니 새벗유치원, 신천초등학교 나온 아들은 어느새 장가 갈 나이를 넘겼다.
한겨울이면 한강에서 불어 닥치는 골바람은 얼마나 매서운지,
난방이 제대로 안 되어 집안에서도 양말신고 조끼 걸쳐 입고
시도 때도 없이 하수구가 막혀 불편한 점도 적지 않지만,
이곳에 살면서 평생토록 내 할일 다하고 가족 모두 건강하였기에 더없는 축복으로 생각한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하늘에게 행복을 달라고 했더니, 감사를 배우라고 했다.”
또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살자.”라고도 했다.
머지않아 변화가 예상되기에 몇 년이나 이곳에서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까르페 디엠(carpe diem)! 그동안만 이라도 걸어서 갈 수 있는 연주회 감상을 실컷 즐기리라.
(2017. 12)
첫댓글 늦게 댓글을 답니다. 진즉 글은 폰으로 읽어 보았는데 성의가 부족한 것 같아 쓰지
않았거든요. 주변에 좋은 시설을 접할 수 있는 우리 동네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가까이 있어 소홀히 여기다가도 여러곳에서 보는 롯데타워는 보물같읕 기분이 들었습니다.
8층 콘서트홀은 6.25날 행사때 한번 가보았는데 어리버리해서^^*...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어제도 <오르간 오딧세이> 공연을 즐겼습니다. 무엇에 앞서 소리가 참 맑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