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 많다 보니 처음 찾아온 날부터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평소 읽고 싶었으나 엄두도 못내고 있던 임제록 게시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성질도 급한편에다가 시간에 늘 쫒기며 살다보니
우선 녹음보다는 글을 읽어보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임제록 강설]게시판을 하나 하나 읽어보려하니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역시 성질이 급하탓이지요.
임제록을 연달아 읽고 싶은데 사이 사이 한개씩 끼어 있는 글이
마치 밥먹으려는데 이빨 사이에 무언가 끼어 들어 거북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징검다리 건너듯 [사랑하는 임제, 그리고 무비스님] 이라는 제목은 건너뛰고
임제록만을 읽은 셈이죠
그러다 어찌 잘못 클릭하여 건너뛰기를 잊고 윗글을 클릭하여 열린 게시판 글이
[사랑하는 임제, 그리고 무비스님4]였습니다.
부부싸움에서의 본인 모습과 '아무나 드십시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고
이어서 맨마지막 줄의 시한줄
온세상이 화냥년이라고/ 돌을 던져도/
단 하룻밤 긴 머리 풀고/ 알몸으로 당신 품에 안기고픈/
서른 넘은 이 여자의 푸르른 관능 보이시나요.
이쯤에서 내 눈은 게시판에 딱 붙어버렸습니다.
언젠가 이글을 본적이 있다. 전후 좌우 없이 딱 그부분만을 보았을때
"무슨 여자가 관능이 어쩌고 뭐?"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덮은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어디에선가 본 듯한 글.
여자의 관능이 임제스님과 무슨?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지요
이번엔 임제록사이에 낀 [사랑하는 임제, 그리고 무비스님]이 아니라
[사랑하는 임제, 그리고 무비스님] 사이에 낀 임제록 강설을 건너뛰어
[사랑하는 임제, 그리고 무비스님]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하나 게시판을 열때마다 가슴이 두방망질을하다못해
멎어버릴 것 같았어요.
뭐하는 사람이길래? 대체 어떻게 임제록을 읽었기에 저렇게 ???
손이 떨려 게시판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무일도 하지 못하고 멎으려는 심장을 달래가며 [사랑하는 임제, 그리고 무비스님]를 다읽고
멍하게 천정을 바라보았습니다.
'넌 여태 뭐했니?'
'서른 넘은 한 시인이 저렇게 절절이 몸을 던질 수 있는데
오십이 다 되어가는 넌 뭐했니..여태...??'
모래밭에 던져진 송사리처럼 파닥거리는 심장과 생각이 씨름을 하는 동안
머리는 텅 비어갔습니다
다시 한번 읽어보자!
마음을 먹었지만 손을 댈 수 조차 없었습니다. 게시판을 열 수조차 없었지요.
겨우 게시판을 클릭했으나 숨이 멎는 듯한 통증에 겨우 게시판 글들만을 모아
프린트 해두었습니다.
여행기간 동안 차분한 시간이 생기면 읽어보리라
가방에 챙겨넣고 길을 떠났습니다.
비행기에서도.....호텔에서도 ....틈만 나면 손이 가방으로 갑니다.
'지금 읽어볼까?'
그런데, 왠 열등의식일까? 왠 두려움일까?
손이 가방으로 들어가다 살그머니 다시 나오고 마는 것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염화실을 찾았습니다. 재미있는 게시판의 글들을 다 되짚어 읽기는 시간이 안되었고
밀린 일들을 하는 틈틈이 잠깐의 틈에 한개 두개 게시판을 넘겨가면서
새로올라온 글들을 읽었습니다.
헉!!
이건 또 무언가??
유기성 시인의 글이 내게 몽둥이 찜질이었다면
이번 글은 몽둥이 찜질을 당한 후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듯한 글이었다.
여행을 떠나 있던 사이 염화실이 변화된 것은 몇개의 게시판이 새로 생겼다는 것입니다
무공스님의 솔직담백한 글도 따로 모아 한개의 게시판에 올려져있었고
또 다른 게시판 '미륵골이야기'라는 것도 새로 생겼더군요.
경전독송을 시작한 미륵골님의 이야기는 아픔이었습니다.
평소 '암기력이 떨어진다, 워낙에 외우는데는 약하다 '는 핑계로 경전 외우기에는 잼병이라고
스스로 말하면서도 미륵골님처럼 외우려고 노력해본적이 있는가?
없었습니다. '외워지겠지...언젠가는' 막연한 이런 생각으로
집중적으로 외워보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반야심경을 지금도 혼자 외려면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 전도몽상..' 이쯤가다가
도돌이표를 수도 없이 반복하여 '즉설주왈...' 이대목이 나와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하바'로 마무리를 할 것인데
아무리 외우고 외워도 '즉설주왈'의 대목으로 이어지지를 않습니다
반야심경 외우기가 이 지경인데야, 천수경 금강경은 언급할 수도 없는 상태지요
또한 늘 음치라는 한계를 드러내며, 법회 때에도 혼자 독경할 때에도
경전 독송은 늘 입안에서 웅얼거리고 맙니다
미륵골님처럼 혼자 외우고 또 외워서 줄줄 읊조릴 수 있는 상황에도
법회에서 보살님들과 함께 하자니 곡조를 맞추지 못해서
또 다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셨다는데
저는 곡조 맞추어볼 노력 역시 하지 않았습니다
제 곡조가 높아지려하면 다른 불자들은 내려가고
얼른 따라 내려놓으려치면 또 올라가 있고
그리하여 마냥....입안에서 옹알이하기로 지금껏 지내고 있습니다
"염불은 외우는 것이 아니다. 외우려한다고 잘 외워지는 것이 아닐뿐더러 설사 외웠다하더라도 입에서 매끄럽게 물 흐르듯 연결되지 않고 더듬거나 버걱거린다면 외웠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구절은 참으로 유기성 시인의 글에 몽둥이 찜질을 당한 후의 저에게 소금을 뿌리듯
아프게 하는 문구였습니다
첫댓글 네... 유기성님의 글은 저에게도 충격과 부끄러움 그리고 감사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유기성님의 글은 실은 올리기에 좀 머뭇거려졌던 기억이 납니다.
부끄러워 보이지 못한 저의 속내가 님의 글 앞에서 몸 둘 바를 모릅니다>
인생!~끝없는 고해의 바다로 홀로 항해하는 선장일까요. 날마다좋은날님, 유기성님, 무상행님 모두 훌륭하신 스승님이십니다. 훌륭하십니다.
날마다좋은날님! 저도 요즘 미륵골님께 경전암송법 특강 받고 있어요. 그 문제라면 저도 할 말이 많습니다. 날마다좋은날님이 쓰신 내용을 다 포함해서 또 저만의 콤플렉스가 있어요. <동병상련>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단점을 아는 사람만이 아름다워질 수 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저도 수없이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어요....성질 급해, 오래 못가, 수리력 약해..등등 입니다..ㅎ
하하하 수리력 약해... 저도요. 또 단순해, 재치없음, 감각없음 ...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