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으로서는 어차피 체계적인 폐기(systematic abandon)가 필요하다. 경쟁사로 인해 폐기가 되기 전에 먼저 스스로 제품을 폐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른바 과감한 선셋(sunset) 조항을 설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정기간이 지나거나 어떤 품목의 단위당 매출액 또는 수익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해당품목을 폐기하는 것이다.
영화관에서는 아무리 제작비를 많이 들인 블록버스터 영화일지라도 객석점유율이 일정률 이하로 떨어지면 곧장 막을 내린다. 백화점 매장에서도 정 필요한 구색상품이 아니라면 수익이 오르지 않는 품목은 하룻밤 사이에 구석으로 밀려난다.
왕년의 스타급 선수라도 타율이 부진한 프로야구 선수는 그 즉시 마이너리그로 떨어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는 이보다 후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
이성규의 '이헌재식 경영철학' 중에서 (열매출판사, 63p)
경영에 합리성,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종종 '냉혹한' 일들이 자주 벌어집니다.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던 프로선수가 부진하다 싶더니 바로 마이너리그로 떨어지고, 거액의 돈을 들여 만든 대작영화가 관객이 많지 않다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간판이 내려집니다.
모두 사전에 정해 놓은 '기준'을 충족시켜주지 못해 생겨난 현상입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냉혹한 것이 아니지요. 경쟁자에게 패배해 타의로 내려지고 재기불능에 빠지기 전에, 스스로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경쟁이 덜 치열했을 때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풍경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영화가 의미 있는 작품이라면, 관객이 많지 않아도 '소신'껏 간판을 내리지 않고 상영했던 극장주도 있었고, 매장에서 잘 판매되지 않아도 "조금 더 두고 보자"며 해당 상품을 철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경영하다가는 많은 경우 경쟁자에 의해 도태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기업이 취급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일정 기준을 설정하고,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체계적으로 리스트에서 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과거의 정보, 과거의 지식, 과거의 자료를 무작정 쌓아두지 않고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의 지식을 일정 비율씩 매년 바꾸겠다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체계적인 폐기'(systematic abandon). 기업경영에서도, 개인의 자기경영에서도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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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의 경제노트 오프라인 모임'이 오는 8월25일(목) 저녁 7시30분 서울 강남역 부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립니다.
지난달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경제노트 가족들의 모임입니다.
이번 모임의 특강 주제는 '30,4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입니다. 강사는 유병률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최근 '서른살 경제학'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경제전문 기자입니다. 딱딱한 경제학을 언론인의 시각에서 필요한 부분만 쉽게 이야기해줄 이번 모임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모임은 물론 무료입니다. 오실 때 명함을 많이 가져 오셔서 주위 경제노트 가족분들과 교환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가족들이 서로 인사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당일 저녁 7시쯤 오셔서 행사진행을 도와주실 자원봉사 희망 가족께서는 이메일이나 댓글로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