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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나요.
#1
한적한 카페 안, 난 그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미치도록 싫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뽑아 흔들어버린 그 여자.
‘딸랑-’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주위를 살핀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역겹다. 나를 보았는지 눈치를 보며 나를 향해 걸어온다. 싫다.
“ㅁ..미안해 늦었지.”
미안한 건지 내가 무서운 건지 말을 더듬으며 내 눈치를 보는데 무지 답답하다.
“커피 식었잖아.”
“그..그래 미안해.”
“더듬거리지 마. 역겨워.”
인상을 구기고 말을 쏘아붙였다.
“그..그래 미안해.”
그놈의 미안하다는 말 사람 참 지겹게 만든다.
“왜 불렀어.”
“이..이거 받으라고. 요즘 힘들지? 옷 만드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잖아.”
구깃구깃 구겨진 흰 봉투를 내민다.
“..필요 없어.”
"그래도 엄마가 힘들게 돈 벌어서..“
“그래, 알아. 정말 잘 안다고.., 근데, 도대체 왜 그렇게 까지 힘들게 돈 벌어서 나를 주는 건데! 엄마가 쓰면 되잖아 엄마도.. 됐어. 나 바빠. 먼저 나 갈게. 계산 할 테니까 마시다 나가든지 해.” 가방을 챙기고 카운터로 갔다.
“계산이요.”
“네 7200원입니다.”
돈을 건 내고, 대충 거스름돈을 지갑에 넣은 후 나가려다 뒤를 돌아보았다.
식은 커피 잔을 멍하니 처다 보더니 이내 한 모금 마시는 그 여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릴 것 같아 시선을 피하고 카페를 나갔다.
‘지이잉-’
핸드폰이 울린다. 가방을 뒤져 핸드폰을 찾아보니 핸드폰 액정 위에 뜨는 글자 ‘상민 씨’
이어폰을 빼고 mP3을 가방에 넣고 전화를 받았다.
“네……”
“엇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녜요! 괜찮아요. 무슨 일 이예요?”
“ 그냥 자기 보고 싶어서”
“거짓말 하지 말아요.
“치..들켰네.
“무슨 일 인데요?”
“아..나 출장 가”
“그럼 출장가면 되죠.”
“에이.. 자기 얼굴도 못 보고 가기 싫다 정말”
“어리광부리지 말아요. 언제 가는데요?”
“내일.”
“아..그럼 내일 영화 못 보겠네요.
“그러게 미안해 티켓 줄 테니까 친구들이랑 볼래?”
“아. 모르겠어요."
“그러지 말고, 친구들 만나. 아니면 버릴까?”
“티켓 아깝잖아. 버리지 말아요.나한테 줘요 내가 볼래."
“혼자?”
“혼자면 뭐 어때요 음. 점심시간 끝나 가는데 퇴근길에 우리 회사 앞으로 와요. 거의 나오면 전화하고 내려갈게”
“그래 알았어. 미안해 조금 있다가 봐”
“네 끊어요.
“그래 .민정아!”
“네?”
“울지 마.”
“…….안 울어요. 나 괜찮아요. 끊을게요.”
‘뚝-’
상민 씨 덕분인건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상민 씨는 나에게 웃음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엄마가 미웠던 것은 아니다. 날 그곳에 버린 그 여자가 미웠을 뿐이다.
‘엄마! 엄마!―’
‘민정아! 엄마 다시 올게. 엄마 다시 올 거야. 와서 우리 민정이.’
‘안 돼. 엄마 가지마! 가지마!’
발버둥 치는 내 팔을 양 쪽으로 붙잡고 괜찮다며 우리엄마를 내 쫓는 선생님. 성인 남자에게 어린 여자아이를 제지하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괜찮아요. 어머님. 걱정 마세요. 제가 우리 예쁜 민정이 잘 보살펴드리겠습니다.’
웃으며 날 보던 선생님. 자상하고 친절해 보였지만 나는 엄마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고 무서웠다.
‘으아앙- 엄마 가지마!’
‘민정아 선생님이랑 놀자! 자 어서..’
나를 번쩍 들어 올려 선생님 품속에서 가두고서는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긴다.
‘민정아! 엄마 다시 올게 걱정하지 말고, 선생님말씀…….’
우리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 안고 교실에 들어가 문을 닫는 선생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자동차의 시동소리가 들리자 선생님의 표정이 변했다.
‘조용히 해.’
눈물로 번진 내 얼굴을 차갑게 쳐다보는 선생님. 그 순간부터 그 남자는 변했었다.
“12시 43분. 아직 여유 있네.”
가방에서 mP3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듣는다. 1번 트랙 강대성- Baby don't cry.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다. 남들이 본다면 그 나이에 아이돌가수 노래를 듣는다고 뭐라 할 것이 뻔하다.
‘그래도 어떻게 좋은걸.’
‘Baby don't cry Baby don't cry Baby don't cry 언젠가는 웃을 거야-’
노래를 흥얼거리다 어느새 회사 앞까지 다 왔다.
‘꼬르륵-’
“아 나 점심 안 먹었구나. 하아. 지금 시간이.”
손목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은 1시, 애매한 시간이다.
“그냥. 간단히 때우지 뭐"
노래에 취해 그렇게 거리를 걸어 편의점에 도착했다.
‘아아 어디 있지.’
열심히 전주비빔 삼각 김밥을 찾는데 보통 보이질 않는다. 뚱 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고개를 돌리며 열심히 찾다 드디어 내 눈에 들어왔다.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삼각 김밥에 손을 뻗는데 삼각 김밥이 사라져버렸다. 깜짝 놀라 옆을 보니 날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상민 씨가 보였다.
“엇 지..지금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말을 더듬어 버렸다.
“헤- 글쎄. 에이 뭐야. 아무 일도 없다면서 왜 여기서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 있는 건데?”
장난스러운 말투로 얼굴을 들이대면서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
“뭐…….뭐가요. 내가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다고! 나는 그냥……. 삼각 김밥을 찾……. 아! 삼각 김밥! 나 그거 주면 안 돼요?”
“우리 공주님한테는 삼각 김밥은 너무 촌스러운데, 나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요?”
“고…….공주님은 무슨!!”
다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보니 얼굴이 빨개졌을 것이 분명하다
‘아- 창피해.’
나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나보다. 어느새 내 뜨거운 볼을 감싸고 있는 두 손.
“우와 진짜 빨개졌어 ― ”
남은 창피해 죽겠는데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실실 웃는 상민 씨.
'창피하게 이게 뭐람.'
“치이 사람 얼굴 빨개지는 거 처음 봐요? 뭐가 좋다고 자꾸.”
“예뻐.”
‘화르륵-’ 다시 불타오르는 내 얼굴. 정말 이 남자 뭐라는 거야. 그러면서 나는 뭐가 좋다고 자꾸 웃음이 나오는지. 바보 같아
“ 놀리지 마요”
“놀리는 거 아닌데~ 정말 예뻐.”
내 눈높이를 맞추고는 웃더니 팔을 벌려 날 안으려는 상민 씨.
순간 나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실수한 것 같아 상민 씨를 바라보는데 그렇게 미안할 수 가 없다. 하지만 고맙게도 주춤거리는 나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먼저 말을 건네준다.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아..아니요! 나갈래요. 맛있는 거 사준다면서요.”
참 이상하다. 우울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이 사람만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즐거워진다.
‘세상엔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구나.’
“뭐 먹을래요?”
“글쎄 날씨도 춥겠다. 따뜻한 우동 한 그릇 어때?”
“좋아요.”
#2
회사 점심시간은 까맣게 잊고 그렇게 상민 씨와 점심을 먹고 회사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역시 그와 나의 공통 관심분야는 패션.
“오늘 나 어때?”
“음…….”
당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상민 씨. 내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고 깨끗했다.
“ 분홍색 셔츠에 검정 스키니 진 그리고 회색 패딩베스트. 자칫 평범할 수 있는 패션에 행커치프로 멋있는 스타일링을 완성했네요. 90점?”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빙의해 나름 그를 평가하여 점수를 매기니 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한지 입술이 삐죽 나왔다.
“왜 100점이 아닌 건데?”
“글쎄요. 신발이 미스랄까요?”
“신발?”
신발을 유심히 쳐다보다 아차 싶었는지 아쉬워한다.
“물론 검은 스키니 진에 컨버스화는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지금 입고 있는 패딩베스트에는 실격이네요.”
안경을 추켜올리며 그를 바라보니 학구열이 불불 타오르는 그의 눈이 보였다. 그 눈 속을 자세히 바라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였다.
‘나도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구나.’
“민정아?!?!”
“…….네??”
“뭐야 무슨 생각을 하기에 내 말을 못 들어.”
“아..미안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어 보이니 오히려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상민 씨.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실수한 것 같아 미안하다.
“에이 나 괜찮다니까요~”
더 방긋 웃으니 이제야 안심된다는 듯 날 따라 더 환하게 미소 짓는 상민 씨.
“근데 회사 안가? 나야 뭐 편집장이니까, 늦게 들어가도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아! 회사!! 어떡해 정말..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나도 참 바보같이.”
“에이 바보 같기는. 택시 잡아줄게 기다려.”
철두철미하던 나인데 상민 씨 앞에서는 항상 바보가 되는 것 같다.
흐트러진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왜 이사람 앞에서는 이렇게 빈틈이 많은 건지.
“왔다. 타!”
“고마워요~ 일 열심히 해요!”
“응~ 너도.”
택시를 타고 유유히 사라지는 나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들어주는 상민씨.
“지이잉……”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그에게서 온 문자다.
‘도착하면 꼭 문자 보내줘!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걱정 되니까 꼭 문자 보내, 택시기사 아저씨 얼굴 보니까 더 걱정된다. ^b^ ’
문자를 확인한 후 아저씨의 얼굴이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네. 문자할게요.’
문자를 보낸 후 창밖을 보니 내 눈 속에 가득 차는 평범한 겨울의 풍경.
신호에 걸려 잠시 정차중일 때, 지루함에 못 이겨 다시 이어폰을 꽂고 다시 창밖을 본다.
내 눈을 사로잡는 나무 한 그루.
그 나무는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아 있었고, 여기저기 생채기가 있지만 눈으로 덮어놓곤 시치미 때는 것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택시에서 내리고 그렇게 나무를 향해 한걸음 다가갔다.
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나무에 손을 뻗어 쓰다듬으니 손에 전해지는 차가운 냉기.
“힘내.”
‘........!’
나도 모르게 내 뱉어버렸다. 난 왜 그 나무에게 힘을 내라 말했을까.
그때 나에겐 비가 내렸다. 투명하고 여린 내 빗방울. 나의 빗방울이 새하얀 눈으로 가득 덮여있는 땅에 떨어진다.
‘내가……. 깨끗한 눈을 더럽혔어.’
눈물을 훔치고 다시 뒤를 돌아보니 내 발자국이 보인다. 하얗고 깨끗한 눈길을 방해한 내 발자국. 마음이 먹먹해지고 가슴이 메어진다.
‘내가 더러워서. 내가 더러워서, 또 다른 무언가를 더럽힌 거야.’
자꾸 내리는 비를 모른 체하고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보았다. 휴대폰 액정에 비치는 내 얼굴을 바라보니 새 빨게 지고 퉁퉁 부어오른 내 입술. 왜 눈물이 나면 항상 입술을 깨무는 걸까. 울고 있는 내 모습의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괜찮아.’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자리에 주저앉으려는 순간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서럽게 우는 어릴 적 나의 울음소리. 난 그렇게 또 울음소리에 먹혔다. 몸이 굳고 고개는 아래로 떨어뜨린 체 벌벌 떨리는 두 손으로 내 귀를 감쌌다. 손으로 귀를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렷하게 들리는 울음소리. 몸은 점점 떨리고 마음은 불안해져 갔다.
‘아니야. 들리지 않아.’
고개를 저어 현실을 부정하려하지만 저항할수록 소리는 더 깊게 날 짓누른다. 차가운 냉기가 돌고 그 냉기 속에 나는 갇혀버렸다. 여전히 두 눈은 꼭 감은 채 손을 더듬으며 가방 안에 있는 칼을 찾았다.
‘드르륵.’
커터 칼을 밀어 떨리는 손으로 손목을 세게 그었다. 손목을 긋는 동시에 소리는 사라지고 고통과 냉기만이 날 지배했다.
‘괜찮아. 난 괜찮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밀려오는 고통을 무시한 채 그저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수없이 말하며 내 자신을 속이려했다. 하지만 괜찮다고 하기엔 내 하얀색 블라우스 소매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내 눈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결국 난 고통과 두려움만이 존재하던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3
제가 쓰고있는 단편소설의 일부입니다.
다소 전개가 빠르다는 지적을 받았는데요.
첫 작품이고 아직 글에 대해 아는게 많지 않은 터라 이래저래 부족한 점이 참 많습니다.
글을 읽어보시고 문제점과 그에 따른 해결방법이나 조언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댓글 일부분이라서 그런지 자살 하는 부분이 이해가 안 됩니다.
(여자의 고통을 계속해서 보여줘야 할 듯 싶습니다.)
시와는 달리 소설은 긴 문장이기 때문에 한 번에 이해시켜야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살 부분은 여자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난 다음
단편이니깐 거의 2막 마지막 쯤에 넣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속도를 올리고 싶을 때는 대화를, 반대로 낮추고 싶을 때는 서술,행동이라고 책에서 배웠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평가를 받고 싶을 실 때는 문장연습으로 올려주세요.
p.s. 대화에 서술이나 행동 부분을 집어넣으면 조금은 속도가 안정될 것에요.
전 대화를 못 쓰는데...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자살이아니라 자해하는 장면을 넣은거구요.
저 내용뒤에 병원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조언 너무 감사하고, 많은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부터 평가를 받고 싶을 때는 꼭 문장연습으로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