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나폴레옹>
1. 1815년 워터루 전투에서 패한 후 ‘세인트 셀레나’섬으로 유배를 간 나폴레옹은 죽으면서 ‘프랑스, 군대, 조세핀’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것은 나폴레옹의 인생을 지배한 핵심적 키워드였다. <글라디에이터>에서 고대 전투를 실감나게 재현했던 거장 리들리 스코트는 영화 <나폴레옹>을 통해 근대의 전쟁과 나폴레옹의 권력쟁취 그리고 파멸의 과정을 빠른 속도로 재현한다. 영화 속 핵심 주제 또한 군대와 조세핀이었다. 1789년 프랑스 혁명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나폴레옹은 주요 전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조금씩 권력을 획득하였고 결국 1803년 황제로 등극한다.
2. 영화는 나폴레옹의 권력이 강화되는 과정을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인 사건과 대화를 통해 표현하며 그의 강인하면서도 모순된 성격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 과정은 냉철하면서도 과감한 도전이자 선택이었으며 두려움 없는 행동의 결과였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은 조세핀과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자식을 낳지 못해 결정된 이혼과 그 이후의 애달픔이 서로의 강렬한 개성을 통해 표출되는 장면들이다. 3시간에 가까운 영화가 보여준 핵심적 주제는 조세핀과의 사랑이며, 나폴레옹의 권력쟁취 과정이다. 두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너무도 많은 내용을 소화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나폴레옹의 권력욕에 대한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내면적 접근은 부족했다. 이해할 수는 있고 설명할 수는 있어도 동감하기 어려운 것이다.
3. 영화 속에는 3가지 주요 전투 장면이 재현되어 있다. 나폴레옹이 주목받게 된 전투와 이후 황제가 된 후 벌어진 러시아 원정 그리고 가장 유명한 워터루 전투가 거대한 평원에서 실감나게 펼쳐진다. 하지만 전투방식의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같은 감독의 <글라디에이터>에서 보여주었던 로마군과 게르만족과의 전투의 생생한 감동은 느낄 수 없었다. <글라디에이터>에서 살과 살이 부딪히고 피와 피가 흐르는 너무도 끔찍하면서도 실제적인 전투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공포스럽지만 아름답던 전쟁의 한 장면이었다. 하지마 이번 ‘워터루 전투’는 규모가 크고 전체적인 장면을 조감하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전투의 생생한 느낌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분명 영화 속 전투장면을 화려하고 폭발적인 장면임에도 그의 과거와 비교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4. 영화는 나폴레옹의 인생을 축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이해에는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이 감동적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나폴레옹으로 캐스팅된 명배우 ‘호야킨 피닉스’에 대한 인상때문인지 모른다. 피닉스는 <조커>나 <보이스 어프레이드>와 같은 영화 속에서 강렬하고 폭력적이며 어두운 인간의 면을 잘 표현한 인물이다. 피닉스가 갖고 있는 이런 어두운 속성이 아마도 나폴레옹의 복잡한 인간성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다 싶어 감독은 그를 기용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어두운 측면의 과잉이 나폴레옹의 다면적이고 복잡한 성격을 묘사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싶다. 영화 <나폴레옹> 속 나폴레옹은 지나치게 어둡고 늙고 침울한 인상을 준다. 다비드의 그림으로 알려진 나폴레옹의 스마트한 느낌은 전혀 표현되어 있지 않다. 비록 다비드의 그림이 선전용으로 그려진 성격이 크지만 나폴레옹의 젊고 활기찬 모습이 표현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인물로서의 나폴레옹이기 보다는 비극 속에서 등장했던 ‘맥베스’와 같이 지나치게 어둡고 권력에 향해 질주하는 나폴레옹의 성격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실감나게 다가오는 나폴레옹의 등장과 몰락, 오늘날은 누가 영웅으로 나타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