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제는 강남쪽에 나갔는데, 서울문고는 어제까지 영업을 마치고, 코엑스몰로 이전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서점 직원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7월15일이 오픈 예정인데, 아무래도 조금 연장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올 봄에 파인애플 세이지란 허브 화분를 샀습니다. 창가에 두었는데, 자꾸만 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빛과 조화를 이루면서 이 여름을 나고 있는 허브가 기특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제부터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기형도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 제 나이와 같은 스물 아홉이란 나이에 종로의 한 심야극장에서 뇌졸증으로 죽은 젊은 작가의 작품들은 왜 이토록 음울한지....밤 늦은 시간까지 기형도를 생각했습니다.
위험한 가계 . 1969
2.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줌 집어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 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 봄엔 벌써 열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에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4.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 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어요?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튀밥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래요.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
-기형도-
스물 두살 때, 바다에서 해가 뜨는 걸 처음 보았습니다.
제주의 한 인심좋은 시골 마을이였는데.....텐트 밖에서 우연히 만난 해돋이의 전경. 그 신선한 출렁거림을 향해 자연과 한 몸이 되고 싶어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올 여름 휴가길에 제주에 가실 분들은 꼭 제가 만났던 그 태양과, 새벽 수평선 너머. 우주의 행성들처럼 끝없이 펼쳐졌던 오징어 배와, 섬 전체에 감돌던 야릇한 안개와, 붉은 칸나와, 푸른 연녹색의 구릉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모든것들은 제주의 한적한 시골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