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고려장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민술
봄날씨처럼 착각할 정도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왔다. 아침부터 가랑비에 눈이 조금 섞여 온다. 비온 뒤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아내를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해 주고 학산으로 갔다. 마당재를 가로질러 보광재로 오르는 길, 약수터물이 플라스틱 파이프를 통해 쉼 없이 흘러내린다. 양지쪽엔 이름 모를 풀들이 푸릇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위 음지쪽엔 아직 눈이 하얗게 남아 있는데, 다시 한파소식에 푸른 새싹들이 언 땅에 묻힐까 걱정된다. 겨울을 이겨낸 강인한 생명력이라고는 하지만 안쓰럽게 보였다. 솔밭에서 긴 호흡을 하며 유산소운동을 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될 때는 태양에너지와 연결된 오른쪽 코를 손가락으로 막고 왼쪽 코로만 길게 3~10회 정도 호흡을 해보면 평온한 호흡으로 돌아 올 수 있다. 몸살감기로 한기가 들고 몸이 차가워졌을 때 달 에너지와 연결된 왼쪽 코를 막고 오른쪽으로 같은 방법으로 해보면 찬 기운과 더운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 몸이 따뜻해진다. 10시쯤 하산하여 10시 40분 복지관에 도착했다. 2층 도서실에서 신문을 읽었다.
신문 사회면을 읽다 깜짝 놀랐다. 서울 대방동에 사는 박 모 씨(57)는 3층 아파트에서 아버지(84) 어머(79)를 모시고 살고 있다. 1998년에 아내와 이혼하고 줄곧 15년 동안 혼자 살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어머니에게 밥을 떠먹이며 지극한 효심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4~5년 전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차례로 치매를 앓게 되면서 병원비 감당이 어려워 졌다고 한다. 거기다가 자신의 전자부품사업까지 안 좋아지고 어머니는 폐암합병증으과 중증치매로 할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보내려고 수속을 끝내 놓고, 군에 입대한 아들생각에 골몰한다. 아들은 한류 스타요 딸은 배우다. 그 아들딸들에게만은 이 같은 고통을 물려주기 싫어 그랬는지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5일 밤 압박 붕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었다. 박 씨의 주검 옆에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간다'라는 유서가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어떤 할아버지가 치매할머니를 홀로 남겨놓으면 염려가 돼서 치매아내를 차에 태우고 함께 저수지로 빠져 자살한 사건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박 씨 사고 소식을 신문에서 읽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들은 어떡하든 병을 고처 보겠다는 마음으로 간병하지만 1,2년 지나면 한계에 봉착하고 혼자 간병하는 경우 더욱 고통스럽다. 간병하는 사람도 우울증으로 치매 간병의 고통을 받아내기는 불가능하다. 박 모 씨 경우도 그렇지 않았나 생각된다.
치매는 아직까지 치료하는 약도 없고 치매에 걸리면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렵고 장기간 입원하여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어마어마한 간병비용이 들어 환자나 가족이 함께 고통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극단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정신건강의학에서도 치매를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온몸을 떨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파킨슨 중후군 알츠하이머병이 있다. 그 병을 앓고 있는 세계헤비급 권투선수 알리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정신 및 행동장애 신경계질환으로 발생하는 부위는 뇌에서 나이가 들면 노화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바로 몸에서부터 이상 신호가 오게 되는데 가족도 못 알아보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걷지도 목하고 밥도 혼자 못 먹는 불상사로 이어진다. 기억력과 언어능력, 판단력, 인지능력 등의 손상이 핵심 증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환이 도적이고 장병에 효자 없다고 한 것이다.
2013년 통계에 의하면 65세 인구 600만 명 중 10%인 60만 명이 치매환자로 등록되어있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2030년에는 지금의 배가 넘는 127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가 문제다. 치매 속도를 줄이고 발병을 막는 방법으로 금연과 금주를 하라고 한다. 흡연을 하면 인지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들에게는 노년기 기억장애가 온다는 것이다. 음주를 너무 많이 즐기게 되면 뇌에 있는 기억회로 손상을 입히게 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하기 때문에 금연과 금주가 힘들면 평소의 흡연 량과 음주량을 줄이는 게 좋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꾸준한 운동을 하면 체력 향상효과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덜 받거나 안 받는 사람에 비해 5년 기간 동안의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2배 정도 높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바로 풀어주어야 좋다. 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서 해소시켜야 한다. 평소 식습관도 바꾸어 채소, 생선, 견과류 등을 많이 먹고, 고기와 버터를 적게 먹게으면 치매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토마토, 닭고기, 녹황채소가 좋고 요리는 그때그때 자주 해 먹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또 치매에 걸리게 되면 혼자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24시간 지켜주어야 하고 그럴 때를 대비해서 “간병 보험”을 준비해 두어야 하는데 장기간 입원, 지속적인 치료는 어마어마한 간병비용이 들어서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간병보험 센터와 상담을 권유하고 있다.
나는 산에 가면 산에 있는 나무를 세곤 한다. 그 많은 나무들을 세다보면 잊어버리고 그리고 또 세어본다. 정답이 나올 수 없다. 나올 수 없는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서 열심히 세어 보는 것이다. 운동기구를 사용하면서도 사용하는 수를 끊임없이 외운다. 안과병원에서도 머리에 있는 것 다 쏟아내고 눈을 지그시 모으고 명상하라고 한 말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아가라는 것 같아 조금 수긍이 간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갈 때에도 몇 층인지 다 알면서도 새어보고 또 센다. 이제는 수를 세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옛날 우리 선인들은 현대의학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치매를 어떻게 했을까 더듬어 보고 싶다. 옛날에도 나이가 들면 뇌가 망가진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 딸이나 손녀한테 어머니라고 부르고 자기가 배출한 그것을 손으로 주무르고 문살에 바르기도 했다. 가족이 볼 때는 기이한 행동으로 노망(老妄)들었다고 했다. 치료시설도 없으니 그 처치방법으로 고려장(高麗葬)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고려장은 고려시대의 장례풍습이다. 늙은이를 산 채 산에 버려두었다가 죽으면 매장했다는 고려 때의 풍습이었다. 바위틈새에 공간이 있으면 저런 곳에 고려장을 했다고 한다. 고려장은 전근대적 한국의 전통인 것처럼 알려져 왔으나 이러한 장례풍속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옛날,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를 산중에 버리는 풍습이 있었다. 한 아들이 자기 아버지가 일흔 살이 되었으므로 늙은 아버지를 버리기 위해 지게에다 지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서는 약간의 음식과 늙은 아버지와 지고 왔던 지게를 놓아둔 채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를 따라 왔던 아들이 그 지게를 다시 지고 오기에 왜 지게를 가지고 오느냐고 물었다. 어린 아들은,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에 지고 와서 버려야 하기 때문에 가지고 왔다고 대답하였다. 그 아버지는 크게 뉘우치고 늙은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시고 간 뒤 잘 봉양했다고 한다. 그뒤부터 고려장이라는 악습은 없어 졌다고 한다. 이는 고려장이 없어지게 된 유래의 기로전설(棄老傳說)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유럽 어느 국가가 치매 신약을 개발하여 임상실험 중이라고 한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 병상에 처방전으로 나오기를 바라며 간병보험에 가입해서 극단적 사고를 막았으면 좋겠다. 60만 치매환자 가족의 고통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사회가 공동으로 아픔을 같이 하고 국가도 절반이 넘는 경증 치매환자가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촉구하면서 박 모 씨 부모님과 박 씨의 영전에 삼가 冥福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