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발가락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더니 오늘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게다가 어제는 강연 일정 때문에 스톡홀름대학교 교수님과 면담을 하고 나서
괜히 신경이 예민해져
두 시간 정도밖에 못잤다.(이 놈의 불면증 ㅠㅠ)
그래서 오늘은 푹 쉬려고 했으나, 아침이 되자 눈이 말똥말똥... 마음까지 우울해지는 거였다.
이럴 땐 그래도 나가는 게 상책이다.
저렴한 커피를 먹기 위해 스톡홀름대학 역까지 가서 편의점에서 라떼를 먹었다.(약 3000원 정도)
커피를 먹고 나니 조금 기운이 났다. 대학기숙사가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헌책방도 기웃거리고(무라카미 하루끼의 '노르웨이 숲에서'도 발견), 꽃가게에서 예쁜 곰돌이도 보았다.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다음에는 시립도서관에 가서 영어버전으로 나와 있는 동화책을 좀 보기로 했다.
이놈의 나라는 온 국민이 영국사람처럼 영어를 잘하면서 도통 영문자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없으니.. ^^;;
그래도 오랜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니 위로가 되었다.
간략하게 점심까지 먹고 나서 우리나라 책도 있다는 건물을 찾아갔다.
이층으로 올라가자 대형 원형도서관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앗!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패트릭 모디아노"의 북콘서트가 열리는 거였다.
뜻하지 않게 이런 이런 행운도 오나보다.
그러나 모디아노의 강연을 가만히 듣자하니 불어는 아닌 것 같고, 영어도 물론 아니고,
통역이 없는 걸로 보아 Swedish였다.
저렇게 유창하게 스웨덴어를 하다니..
하긴 유럽 사람들은 웬만하면 3개언어는 기본이더라.
어쨌든 참 부럽다.
모디아노의 강연이 끝나고 공연이 있었다.
샹송인 걸 보니 프랑스 가수인가 보다.
국제도서관 건물은 본관과 이어져 있었다.
꽤 다양한 국가의 책들이 있었다.
중국, 일본 서가 옆에 드디어 찾았다!
한국 서가!
동화책은 서양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대체로 이민 온 사람들이 자녀를 다 키우고 나면
도서관에 기증한 책들이어서 오래 된 책들이 대부분이다.
불행하게도 내 책은 한 권도 없었다.
떠나기 전 몇 권 기증하고 가야겠다.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정글만리를 빌렸다.
이역만리 타국에 와서 정글만리를 읽다니.. ㅎㅎ
도서관을 나와 세르겔 광장으로 갔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
또 웬 시위대??
ISIS 반대를 외치는 거 같았다.
내 귀에는 "이지스 고만해, 이지스 고만해."
이렇게 들렸다.
저녁은 스웨덴 와서 두번째로 남강회관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무려 34500원! 입이 벌어진다. 그러나 양도 많고 맛있다.
구글지도 어플로 겨우겨우 찾았지만, 행복한 포만감이 몰려왔다.
오늘은 단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첫댓글 도서관 너무 멋지네요. 특히 서가가 인상적이어요.
그렇죠? 유럽은 원형으로 된 서가가 당시에는 일반적이었나 봐요. 특히 고서들..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