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지맥은 호남정맥 추월산 부근 도장봉(459m)에서 출발해 병풍산, 불태산, 팔랑산, 어등산(339m)으로 연결되는 53.6km로 구간이다. 그 중심에 장성 불태산(佛台山)이 있다. 불태산은 불대산(佛大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래 전에는 상청사, 하청사, 인월사 등 상당한 규모의 사찰이 많이 있었다고 전해지나 현재에는 흔적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탕리 방면에 있는 나옹암터 마애불이 잊혀진 세월을 지키고 있고 대야제 근처에 광산김씨(光山金氏) 시조를 모신 평장사(平章祠)가 있다. 고려시대 때 8명의 평장사(平章事 정2품)를 배출한 명문 집안이다. 김수환 전 추기경도 광김(光金)이다. 진원제 아래쪽에 조선 성리학 6대가 (이이, 이황, 서경덕, 임성주, 이진상, 기정진)중 한사람인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을 모신 고산서원이 있다.
# 암릉의 오르내림이 큰 '빡쎈'산
장성군 진원면에서 담양군 대전면까지 이어져 있는 불태산은 속된 표현으로 ‘빡센’ 산이다.
지리산 종주가 산꾼으로 세례 받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불태산 완주는 초급자 티를 벗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우리나라 어느 곳에 있는 산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가졌다고 자신해도 된다. 불태산은 외모부터 까칠하게 생겼다. 난이도가 있는 산이다. 시선을 압도하는 번듯한 바위는 없지만 암릉 구간이 곳곳에 있어 쉽게 길을 열어 주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점차 위험 지역에 목재와 철재 계단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손바닥으로 바위를 기어오르는 짜릿한 촉감을 맛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은 아쉽다. 불태산 남쪽 서옥리 일대는 1954년에 생긴 전차포 사격훈련장이 있다. 오랫동안 일반인의 입산이 통제 되어왔으나 근래에 개방이 되었고 주중에는 지금도 전차 훈련이 실시된다. 유탄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남쪽 경사면 쪽으로는 내려서면 안 된다.
# 불태봉에 오르면 한 마리 새가 된다
광주시내에서 담양 대치방향으로 바라보면 불태산 우측에 삼인산(564m), 그 뒤로 가려져 있는 봉우리가 병풍산(822m)이다. 산행들머리는 장성 진원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진원제에서 출발 하는 것이 좋다. 귀바위에서 한재골로 내려오는 코스는 순수산행만 약 5시간 예상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우측 계곡으로 오르지 말고 좌측 숲속으로 들어서면 이정표가 나오고 귀바위(626m)까지는 완만한 경사지대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뻥 뚫린 듯한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다.
큰재는 바람이 다니는 길목이다. 산의 지형에 따라 바람이 흐르는 통로가 있는데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헬기장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등산로 주요 지점에 이정표가 적절하게 설치 되어 있고 길도 선명해 다른 길로 들어설 염려는 적다. 남쪽 깎아지른 절벽지대 너머로 황금들판과 멀리 무등산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다. 곳곳에 소나무 그늘 아래 자연목 쉼터에서 땀을 식힐 수 있는 휴식공간이 있다.
불태봉(710m) 주변은 푸른 하늘을 가슴에 꽉 채울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트여있다. 억새가 많아 가을에 더욱 잘 어울린다. 10여 분 거리에 갈림길이 있지만 이정표가 없어 산행 리본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좌측으로는 천봉(675m), 대산농장, 병장산(685m), 병풍산 신선대와 연결되는 구간이다. 한재골 계곡으로 내려서려면 선답자의 산행표시기를 이정표 삼아 우측으로 꺾어야한다. 40여분 내리막은 상당히 경사가 심하여 무릎에 압박을 주지 않도록 스틱과 보호대를 준비하는것이 좋다.
한재계곡은 개인 사유지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사계절 물이 마르지는 않는아 여름에는 가족 피서지로 북새통을이룬다.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탁족을 하며 피로를 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