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생일 축하 주간이라 매일 밤 늦게 귀가...
이젠 나이가 나이인지라(ㅎㅎ) 다음날을 위해 숙면을 취해야 피로감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에
어제도 집에 들어가자마자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드는데 얼마나 잤는지
느닷없이 `생일 축하해요 엄마~'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얼핏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작은 놈 현섭이가 벼개를 들고 엄마생일 축하로 엄마랑 자겠다며 제 이부자리로 파고 들어옵니다.
징그럽다고 내치는 제게 아들한테 몰인정하게 저러는 엄마는 없다고 투덜거리더군요.
올 여름 밤이면 밤마다 현섭이한테 얼마나 시달림을 당했는지
오즉하면 제가 밤이 싫어,밤이 무서워 외치며 살았을까요?(ㅎㅎ)
1학기 동안 학교 앞에서 하숙하다가 방학이라고 집에 오니 그동안 어리광만 늘었는지
엄마가 해 주는 밥이 먹고 싶다고 노래하기에 바쁜 중에도 이 더위에 국 끓여가며 봉양했더니
이젠 밤마다 대화 좀 하자고 덤벼드는겁니다.(그것도 자기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밤 1~2시에 )
잠들 만 하면 대화하자니 졸려서 대충 얘기하면 엄마말에 성의가 없다,생명력이 없다~그러네요..
열받아서 얘기하다 보면 한 두시간이 그냥 지나가니 올 여름 수많은 밤 잠을 설쳤습니다.
군 제대후 희망에 차서 복학했는데 대학 생활 해보니 별 볼일 없다며
2학기 안다니고 휴학하고 싶다
성공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으니 자기에게 시간을 달라~ 가 요지였습니다.
저는 그래도 성급히 결론 내리지 말고 좀 더 다녀보라고 회유하면
현섭인 대학은 다 성공하기위해 다니는거 같은데 성공에 관심없으니 불필요하다고 우기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하나?로 고민한다는 겁니다.
아빠가 계시면 자기의 고민을 잘 들어주시고 격려해 주셨을거 같다며 아빠를 그리워하고..
그러면 저는 더 속상해집니다.
신랑 뒷바라지하며 고생 할 만큼 하고 의롭게 살려 애썼으니 이젠 좀 편히 살아도 될 것같은데
아빠를 빼다박은 국화빵 아들이 뒤를 이어 저를 괴롭히니 먼저 가버린 신랑이 얄미워집니다.(ㅎㅎ)
한창 젊은 시절 세상고민 다 짊어진 종진형 만나 그 고민 들어 주느라 숱한 시간 보낸걸 생각하며
현섭이에게 너도 여자친구에게 네 고민 털어놓고 엄마 좀 해방시켜달라고 애원해 보지만
요즘 세상엔 엄마같은 그런 여자친구는 없다며 저한테 매달립니다.
(이 대목에서 못난 놈 소리가 절로 납니다.그런 여자가 왜 없어요?자기가 못 찾는거지)
게다가 매일 저만 보면 `엄마 그렇게 살지 마세요'~ 노래부릅니다.
아무 생각없이 돌아다니기만 하고
공부하면서 자기 개발도 안하고
그냥 안주하고 편히 살려고만 한다네요...
한 술 더 떠 엄마의 그릇이 그게 아닌거 같은데...한알의 밀알이 되셔야하는데...그럽니다.
실실 웃으며 이렇게 말하면서 엄마한테 이런 말 해주는 아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니
복 받으신 줄 알라며 병주고 약주고 합니다.
매일 얘기해도 결론은 마찬가지...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는 현섭이에게 엄마가 하는 말은 다 현실주의자의 답으로 들리니
때론 `네 마음대로 살아라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걸 참기도 합니다.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날개달고 날아 갈까봐...
현섭이 녀석 제가 아무리 말려도 제 뜻대로 살 놈인걸 전 이미 알고 있지요..
다만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말고 세상을 좀 폭 넓게 바라보게 하고 싶은 엄마마음을
현섭이도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구요...
엄마가 자기 발목잡는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엄마에게 대화하자고 매달리는걸 보면
자기를 믿고 인정해달라는 몸부림이라 생각되기도 하구요..
아무튼 여름 내내 저를 들볶더니 제 생일 선물로 오늘 하숙집으로 이사한다는군요..
한동안 엄마 즐겁게 해 줄 아들이 떠나서 섭섭하지 않느냐고 넉살 떨면서..(ㅎㅎ)
오후에 현섭이 하숙집으로 살림 내 보내고
저녁에 친정 큰 오라버니 출판기념회가 있어서 친정 식구들 모이는데
그 자리에 친정엄마가 계셨으면 자랑스런 큰 아들 행사에 큰 딸 생일이 겹친 오늘
얼마나 기뻐 하셨을까 생각하니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고 엄마가 그리워집니다.
많지 않은 자식갖고도 엄마는 괴로워 소리가 수시로 나오는데
다섯 자식 키우시면서 얼마나 속이 많이 타셨을까 생각하니
오늘따라 그 크고 넓은 엄마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