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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운동장일각 (교사용 주차장 근처) 오후 (전회연결)
형준,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있는데
장미와 선화, 다가온다.
선화 : (먼저 오며 눈물 가득히) 선생님.
형준 : 어. (돌아보는데)
장미 : (다가와 선화 뺨을 친다)
형준 : 무슨 짓이야? (장미 손을 잡는데 이미 늦었다)
선화 : (뺨을 움켜쥐고)
장미 : (선화에게) 오해 하지 마. 이건 선생으로서 때린게 아니라, 형준이 친구로서 친거야. 선화 너한테 너무너무 화가 나.
선화 : ...
장미 : 고3 인생만 중요한게 아니야. 선생 인생두 있어. 부임한지 얼마나 됐니?
니 그 무분별한 행동 때문에 교사로서의 인생 시작이 얼마나 망쳐졌는지 너 알어?
선화 : (고개 숙이고 눈물 뚝뚝)
형준 : 됐어, 그만해. 선화 책임만은 아니야. 나두 생각이 짧았던 점 많아.
선화 : (형준 보며) 죄송해요.
형준 : 괜찮아, 얼른 들어가 봐라.
장미 : (O.L) 괜찮긴 뭐가 괜찮니. 무조건 감싸는게 선생은 아니야. 야단 칠 일은 야단을 쳐야지.
형준 : 야단 칠 일이 뭔데? (좀 짜증이 나는)
장미 : 그렇게 당하구두 이 애 역성을 들고 싶어? 하여간 너 하는거 보면 보통 답답한게 아니야.
(두사람 흘겨보다가 자기 차로 간다... 운전해서 가버린다)
형준 : 후우...(다시 얼굴을 쓸어 안는다)
선화 : (곁에 앉으며) 정말 죄송해요.
형준 : 그런 생각 하지 마. (어깨 다독여 준다)
선화 : (드디어 터지듯이 엉엉 운다) 제가 잘못 한거에요. 백선생님 말씀 다 옳아요. 제가 처음부터 선생님 곤란하게 했어요.
야간 자습시간에 놀은것도 잘못했구... (꺽꺽 숨 막히며) 괜히 편지 때문에 선생님한테 골 부린것두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그러지만 않았어두... 엉엉.
형준 : 그렇지 않아. 내가 교사로서 미숙했던 점이 오히려 많지. 그만 울어, 홍수 나겠다. (손수건 준다)
진여사 차, 운동장으로 들어온다.
교사용 주차장으로 가다가
진 : 잠깐만.
기사, 차 세운다.
진, 차장내리고 본다.
형준이 선화 다독이는 뒷모습이 다정해 보인다.
진 : (좀 보다가 차창 올리고) 가지.
차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선화 : (눈물 닦고) 이제 어떡해요?
형준 : 글쎄... 하여간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들어가라.
선화 : (본다)
형준 : 나도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
선화, 마음 놓이지 않지만 일어나 간다.
형준, 선화 가고 나면 긴 한숨...
S#2. 교장실, 오후
이사장, 들어오고
최교장과 현자, 담임, 대화하다가 일어난다.
이사장에게 목례 정도.
진 : (앉으며) 어떻게들 결정 하셨나요?
최교장 : 일단 부담임을 그만 두고.
진 : (O.L) 중학교로 내려 보내세요.
교장 : 예? 그건 좀... 고3 막바지라... 다른 학생 생각도...
진 : 이사들이 보통 화를 내는게 아니에요. 이게 외부로 알려져 봐요. 우리 학교 위신이 어떻게 되겠나...
더군다나 남학교도 아니고 여학교에서?! 소문 조금만 나두 우리 학교는 문 닫아야 합니다.
애초에 단호히 정리를 해야 해요.
모두 대꾸 못하고
진 : 민선생 딸이라면서요?
현자 : 예.
진 :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겁니까?
현자 : (얼굴 붉어지고)
진 : 내가 올라오면서 봤는데...두사람 또 같이 있었어요. 도저히 이대로 묵과할수 없습니다.
이번 수능 마치고 중학교로 발령 내세요. 담임은 물론 부담임도 당분간 안됩니다.
교장 : 예.
담임 : (너무하네 하는 얼굴)
진 : 내 딸하고 소문이 많은걸로 아는데 나 그런 소문 듣고 싶지 않아요. 절대 개인적인 이유로 봐주지 않습니다.
김형준 선생의 실력이 의심스러우면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전해 주세요. 개인적인 관계로 우리 학교 들어온건 아니에요.
그 점 다른 선생님들에게 환기시켜 주시구요.
담임 : 예... 누가 그런... 아무도 그런 의심은 하지 않습니다.
진 : (현자 보며) 봉선화 문제는...(서류 보며) 학칙에 위배 되는게 한두가지가 아닌데...(둘러본다. 담임에게) 성적은 어때요?
담임 : 좋습니다. 원래 공부가 떨어지는 애는 아니죠. (교장 보며) 은지 부모가 좀 과민한 점도 있죠?
(동의를 구하며) 꼭 선화까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요?
진 : (본다)
담임 : 아니 뭐... (뒷머리 긁으며) 고3 마지막인데...그리고 특별히 잘못한 일도 사실 없습니다.
진 : ...(서류 보며)
다른 사람들. 좀 보며...
진 : (끄덕) 좋습니다. 김선생 징계로 마무리 짓죠.
현자 : (안도의)
진 : 앞으로 선화의 행동은 민선생께 부탁 하겠어요.
현자 : 예, 주의 주겠습니다.
진 : ...아무리 여학교지만 이런 일로 신경 쓴 적은 처음입니다.
현자 : 죄송합니다. 변명 같지만... 아마, (보며) 김선생이 저희 고모 초등학교 제자에요.
아시겠지만...아마 그래서 선화에게 잘해 주신게.
진 : (O.L) 그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세요?
현자 : ...
S#3. 화장실, 오후
선화, 물 틀어놓고 눈물 닦는데
미경 : (들어오다가 본다... 냉랭하게 지나간다)
선화 : 미경아.
미경 : (본다)
선화 : 미안해, 너한테 거짓말 하려는 의도는 없었어. 그것만이라도 알아주길 바래. 이건 순전히 운이 나쁜거야.
은지한테 잘못 걸렸다구.
미경 : 호박씨도 그런말 할 줄 아니?
선화 : (말 하려는데)
현자 : (찾으며 문 열어본다. 선화가 있다)
선화 : 엄마.
현자, 좀 굳은 얼굴로 나가고
선화, 따라나간다.
미경 : (쌤통이다, 하는 얼굴)
S#4. 상담실, 오후
현자, 선화 노려본다.
선화 : ...할 말이 없어, 하지만 이건...
현자 : 너한테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야.
선화 : 엄마까지 그러지 마세요. 정말 죽고 싶어요.
현자 : 속 안썩이고 잘 커준다고 고마워 했는데, 한꺼번에 기절시키기로 작정했어? 도대체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겠어.
선화 : ...죄송해요... 김형준 선생님은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현자 : (째려본다)
선화 : (고개 숙이다가) 뭐어...정말 가만 생각해 보면 억울해. 그냥 대학교 가서 구경한거 뿐인데 그게 무슨 죽을 죄를 진거야?
현자 : (본다)
선화 : (변명처럼) 내가 대학 갈 생각 없다고 했어. 그랬더니 대학에 데리고 가신거야. 나더러 대학 포기하지 말라구.
선생님 잘못 없어.
현자 : (더 기가 차서) 어디를 갈 생각이 없어. 뭘 포기해?
선화 : (아차 싶지만) 정말이야. 난 꼭 대학에 가야 하는지 그 이유두 아직 모르겠다구요.
특별히 가고 싶은 과두 없고 하고 싶은 공부두 없어. 그냥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니까, (하는데 눈에서 별이 번쩍)
현자 : (선화 따귀를 한대 쳤다) 대학에 갈 생각이 없어? 너 지금 제정신이야?
선화 : (연타로 맞은 화를 엄마에게 푼다. 대들며) 대학에 가기 싫을수도 있지. 대학에 왜 가는데? 공부하러 가잖아.
난 공부 하기 싫어.
현자 : (언성 높아지며)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없어. 대학 안가고 그럼 뭐 할거야?
선화 : (내친김에 어긋장) 시집 갈거야.
현자 : (말 할 가치도 못느낀다... 본다)
선화 : ...(좀 숙어들며) 안가겠단 소리가 아니라, 필요성을 못...
현자 : (정말 화가 난 낮은 목소리 O.L) 집으로 가, 집에서 봐 너.
선화 : (나간다)
현자 : (기운이 쭉 빠진다)
S#5. 선화교실. 오후
은지. 애들하고 죽 앉아서 사진 감상한다.
은지 : 이거 잘 찍었지? 너무 놀래서 언니 카메라 들고 그냥 눌렀는데 잘 나오지 않았니. 나 사진학과에 갈까봐.
아이들, 킬킬 웃는다.
덕순, 무리에 끼지는 않았다.
선화 : (오다가 본다)
아이들, 좀 눈치보며 조용해진다.
은지 : 사진학과나 갈까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선화 : (다가와 사진을 일일이 찢는다... 은지에게 뿌린다) 저질.
은지 : (냉소하며) 그래, 너두 이 정돈 해야 화가 풀리겠지. 이해해. 하지만 필림은 내 손에 있다는걸 알아야지.
내가 화나서 크게 확대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러니?
선화 : (때리고 싶은 마음 참으며) 그만 해. 나두 참는데 한계가 있어.
은지 : (아이들에게) 야 사진이라 이정도지 니들 실제로 봤으면 영화 찍는줄 알았을거야. 둘이 얼마나 다정했는데...
(선화보며) 너희 정말 연애하는거 아냐?
덕순 : 은지야 적당히 해둬. 니말대로 우리도 공부 좀 하자.
선화 : (덕순에게도 서운한 마음 가득한 시선으로 본다)
덕순 : (공부하고)
은지 : (찢어진 사진 치우며 문득) 너 대학 갈 생각도 없다면서, 이참에 아예 김형준 선생님 밥이나 해 주고 눌러 앉아라.
선화 : (노려보다가) 그래 한번 생각해 볼게. 그 생각은 미처 못했다.
은지 : 나이 많은 남자가 그렇게 좋아?
덕순 : (버럭) 그만 하라니까! 김은지, 너 정말 나한테 혼나 볼래?
은지 : 니가 잠자는 사자냐? 되게 무게 잡구 야단이야. (사진 쓰레기통에 치우고 나간다) 애들아 매점 가자. 내가 간식 살게.
은지와 아이들, 우루루나간다.
덕순과 선화, 좀 어색해서...
덕순 : (다시 자리에 앉아 공부하며) 넌 반장이면 애들 자습 좀 시켜. 이래서야 어디 고3 반이라고 하겠니,
니가 대학 안가면 우리 모두 다 안가?
선화 : 난 너한테 더 서운해. 너까지 나한테 이럴수 있는거야?
덕순 : 그만 좀 해. 너 정말 김형준 선생님한테 시집 갈거야, 아니잖아. 오해라며? 오해면 가만 있어.
니가 조용해야 오해가 가라앉지. 바보야.
선화 : ...(자리에 앉아 입술 깨문다) 시집 갈 수도 있지 뭐.
덕순 : (보다가 기막혀 웃는다) 말 되는 소리를 해라. 아무리 약오른다구 아무 소리나 막 하냐? (손 잡아준다)
선화 : (뿌리친다...눈물 떨어진다)
덕순 : 가만있어...가만 있으면 다 해결 돼.
선화 : 뭐가 해결 되냐? 선생님 부담임도 그만 두고 내년부터 중학교로 내려간대. (눈물 닦는다)
덕순 : 그정도야?... 하여간 되게들 호들갑이네. 그 막강한 이사장 백은 뭐해?
백장미 선생이 김형준 선행님 그렇게 당하게 둔대?
선화 : 선생님 그런 도움 원치 않으셔.
덕순 : 그래? (시시껍절하게 끄덕)
S#6. 스쿼시장, 밤
장미, 땀 뻘뻘 흘리며 운동하고 있다.
여러 생각들이 회상과 함께 스친다.
형준과 선화의 사진..선화를 두둔하던 형준의 모습...등..
주저 앉아 땀 닦으며 심호흡한다.
S#7. 선화네 거실, 밤
윤과 미자, 민섭, 현자, 다 앉아있다. 시계본다. (7시 30분)
진수 : (눈치보여 살금살금 냉장고 물 따라 마신다)
민섭 : 진수야.
진수 : 에? 예 아버지..
민섭 : 누나 친구네 전화 좀 다 넣어봐.
현자 : 내가 해 봤어요. 기집애 일찍 오라고 했드니..
E : 초인종
진수 : 제가 나갈게요. (얼른 나간다) 누나야?
모두, 긴장하고 현관 보는데 황여사 나타난다.
황 : 선화있냐? 니 할머닌?
윤 : (좀 당황해서) 왔어?
황 : 왔어구 갔어구, 선화 어딨어, 선화.
윤 : 왜이래, 체신없게. 무슨 큰일이라도 낸줄 알겠네.
황 : (미자와 민섭의 인사에 아랑곳없이) 그럼 큰일이지, 이보다 더 큰일이 어딨어? 난 더 큰일 없어.
황금같은 내 아들 직장에 가자마자 밀려 나구, 이보다 더 큰일이 어딨어?!
미자 : 저기 좀 앉으시죠.
황 : (그제야 미자가 눈에 보인다)
미자 : 저 기억 하세요? 형준이 담임이었죠.
황 : 아 예 기억하죠. 우리 형준이 어려운일 만날 때 마다 번번히 도와주시구...(글썽이며 두손 잡고) 이 일을 어떻게 해요,
다른 일도 아니고 여학교에서 이런 보기 민망한 일이 생기니, 젊은 놈 구만리 같은 앞길을 어떻하냐구요, 글쎄.
미자 : 예...저희도 몹시 놀랐습니다.
윤 : (황의 태도에 기막혀서)
황 : 이집이야 다 잊고 시집 가면 끝이지만, 우리 형준이는 그학교 주인딸하고 혼인 하기로 철떡 같이 약속을 했잖아요.
가뜩이나 내가 얼굴을 들 수 없는 혼인이라 쥐구멍이라도 찾겠구만... 이런일까지 떡하니 생기니..
우리 형준인 이제 다 글렀습니다. (다리 뻗고 울 자세다)
미자 :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일은 아닌것 같네요. 괜찮을 겁니다.
황 : 그러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현자 : (더 기막혀 딱 넘어지겠는 얼굴)
윤 : 앉아, 앉아서 얘기 하자구. 누군 뭐 지금 신나는줄 알어. 우리두 자기 못지않게 기막혀.
황 : 흥. (흘겨본다) 자고로 이런일은 여자가 꼬시는 법이야. 듣자하니 대학을 뭐 가네 안가네 하며 우리 형준일 꼬셨다든데..
참, 말이 되는 소릴해야지. 잘도 대학을 안가겠다? 그말을 누가 믿어? 공부나 못해, 이집에서 걔 대학 안가게 둘 거야?
이건 순전히 선화 걔가 끼가 넘쳐서 우리 순진한 형준이 꼬득인거야.
윤 : 정말 듣자 듣자하니 못 들어 주겠네. 학생이 그런다구 선생이 넘어 가는게 선생이냐, 잡놈이지.
황 : 뭐 잡놈?
민섭 : 장모님 고정하세요. (황보며) 우리 선화 그런애 아닙니다. 그건 제가 장담해요.
황 : 에비가 장담 한다는 말 누가 믿어. (하다가 좀 심했다고 여겨서) 내가 선화를 본래 미워한 사람이 아니야.
애 예의 발러, 싹싹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선화가 어디 나물랄데가 있어?
윤 : 어유 어유 (현자에게) 아 애가 안 들어오면 나가서 좀 찾아봐, 그렇게 두손 놓고 있지 말구. (핑계삼아 나간다)
S#8. 선화마당, 밤
윤, 나오며 손 부채질...
S#9. 대학로, 밤
화려한 밤거리
인파속에 선화, 혼자 걷고있다.
장미 : (E) 니 그 무분별한 행동 때문에 교사로서의 인생 시작이 얼마나 망쳐졌는지 너 알어?
- 선화,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젓는다. 부러 씩씩하게 걷는데..
- 다시 떠오르는 회상, 화분을 깨고 마구 덤볐던 기억(2회 엔딩)
선화, 속상한 마음을 떨칠수가 없다.
터덜터덜 걷는데 문득 꽃집(팬시문구와 함께 파는)이 보인다.
꽃집에 들어가 화분을 고른다.
자기가 깨트린 것 같은 화분을 찾는다.
팬시점에서 학생들이 인형에 음성녹음을 하며 깔깔대고 있다.
곰이나 귀여운 인형에 자기 음성으로 사랑고백 등 하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 웃는다.
- 선화, 구경하며 보다가 문득 작은거 하나 집어 든다.
S#10. 형준의 방, 밤
황 : (걸레질 치며) 선화 아주 눈물이 쏙 빠지게 혼줄이 날거다. 그렇게 발랑 까진애는 확실하게 다 잡아 놔야 해.
형준 : 왜 그러셨어요.
황 : 넌 억울하지도 않냐?
형준 : (말 하려다가 참는다)
E : 전화벨
형준 : 네 여보세요... 아 선화 어머니세요? 예...(황본다)
황 : 무슨 일이래?
형준 : 아뇨. 네, 낮에 학교에서 보고 못 봤습니다.
황 : 아직도 안들어 왔대?
형준 : (고개 끄덕이고) 예, 저도 찾아 보겠습니다. 예, 그럼. (끊는다)
황 : 걔가 보통이 아니라니까, 여학생이 간도 크지, 지금이 몇시야?
어이구 세상 무서운줄을 몰라, 걔가 아직도 정신을 덜 차렸어.
S#11. 장미의방, 밤
장미, 씻고 들어오면
진여사, 따라오며
진 : 중학교로 보낼거다.
장미 : (본다)
진 : 싹수가 노란 녀석이야. 너두 생각 다시 해.
장미 : 형준이 원래 그런애야. 누가 자기 깨문에 힘든거 못 봐.
진 : 이참에 너두 선두 보고 새로운 사람을 좀 만나 봐. 속 터지게 맹꽁이 처럼 굴지 말구.
장미 : 엄마, 내가 형준이 왜 좋아하는데, 바로 그런 점 때문이야. 지나친 휴머니즘.
진 : 휴머니즘 좋아하네.
장미 : (O.L) 나 학교 다닐때 애들한테 왕따 당한거 엄마 모르지?
진 : 니가 왜?
장미 : 나 형준이 아니었으면 학교 졸업 못했어. 걔 그런 애야.
진 : (흘겨보고) 밸 빠진거..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두 사람 이상해.
장미 : 두사람이 이상해? 선화하구 형준이? 말두 안돼.
진 : 아무리 선생이래도 남잔 남자야.
장미 : (O.L) 으으 엄마 도대체 무슨 소릴 하시는거에요, 형준이 그런애 아녜요.
진 : 내가 오늘 봤어 이것아, 둘이 이렇게 안고 있드라구. 생각해 봐, 형준이 너한테 틱틱거리는거 왜 그런지.
장미 : 엄마!
진 : 사람 상대만 이십년이야, 내 느낌 무시하지 말어, 너! 큰 코 다치기 전에.
장미 : 어우 그만 하세요.
진 : (단호히) 이번주말에 선 봐, 날 잡을거야. 나두 뻐적지근한 사위 좀 보자. 이거 원 좀스러워서 상대 하겠니?
E : 전화벨
장미 : 여보세요, 응. 나야.
진 : (본다)
장미 : 선화가, 아직두? 몰라. 나, 지금 왔어. 그래. (끊고)
진 : 봉선화 찾는거니?
장미 : 예.
진 : 속두 어지간히 썩이네. (나가며) 가출만 해 봐라, 정학이다. 고3이고 뭐고 없어.
장미 : 무슨 이사장이 그래?
진 : 이사장이 아니고 지금은 니 엄마야, 그녀석한테 들인 공이 얼만데... 나두 열받는다구. (문 쾅 닫고 나간다)
장미, 생각에 빠진다.
S#12. 거리, 밤
민섭, 진수, 덕순, 흩어져 찾는다.
진수 : (오며) 거기두 없어?
덕순 : (끄덕) 얘, 멀리 갔나 봐.
진수 : 아이 참... 우리 누나 왜 이러지.
덕순 : 나라도 좀 잘해 주는건데, 너무 몰아 붙였어.
진수 : (본다)
덕순 : (좀 웃고) 나 질투 했거든.
진수 : 질투?
덕순 : 선화가 나말구 선생님을 너무 좋아 하는거 같애서 좀 화가 났어. 너 여자들 그런 마음 이해해?
진수 : 미경이 누나가 더 좋아 한다면서?
덕순 : 미경이하고 달랐어, 나한테 비밀이라곤 없었는데 선화가 말두 안하는거 같구... (웃으며) 나 유치하지?
진수 : 유치한지는 모르겠는데 단순히 인생을 복잡하게 사는거 같애.
덕순 : 어유 내가 널 데리고 무슨 말을 하냐?
민섭 : (오며) 학교 근방은 없다.
진수 : 도서실이랑 근처 PC방두 다 봤는데요.
민섭 : (좀 화나서) 들어가자.
진수 : 그냥요?
민섭 : (앞서며) 오든지 말든진 맘대로 하라구 해. 못 된 것. (간다)
진수와 덕순, 마주본다.
S#13. 형준의 방, 밤
황, 가려고 일어난다.
황 : 신경쓰지 말구 자.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더니.. 그말이 딱 맞어.
형준 : (건성으로) 예. (배웅하려고 일어난다)
S#14. 형준의 집앞, 밤
선화, 화분과 인형들고 망설인다.
안에서 인기척 나자 얼른 숨는다.
황여사 나와서 가고 형준, 조금 멀리 배웅한다.
선화, 그사이 얼른 대문 안에 화분과 인형 놓고 어둠속으로 숨는다.
형준, 집으로 들어간다.
선화 : ...
형준 : (곧 다시 나오며) 선화야. (두리번 거린다)
선화 : (꼭꼭 숨 죽이고 있다)
형준 : (화분을 보다가 인형을 눌러본다)
인형에서 나오는 선화 목소리...선생님 죄송해요, 힘내세요.
형준, 피식 웃음 나온다... 다시 눌러 본다. 다시 나오는 선화 목소리...
형준, 인형 눌러 보며 두리번 거린다.
선화, 어둠속에서 형준의 그런 모습 본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덜어 지는 듯 하다.
S#15. 윤여사방, 밤
현자, 윤, 앉아있고,
선화, 그 앞에 무릎 끓고 있다.
선화 :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윤 : 그래, 할머니 오늘 너한테 너무너무 실망했어. 다시는 그러지 말어, 누가 뭐래두 넌 여자야. 여잔 소문두 조심 해야 돼.
선화 : ...
현자 : 뭐해, 대답하지 않구.
윤 : 잘못했다고 하잖아. 어서 가서 자라. 너두 많이 놀랬을텐데. (다독여 준다)
현자 : (여전히 흘겨보며) 나가 봐, 아빠 단단히 화 나셨어.
선화 : 예. (일어나 나간다)
현자 : 어유...
윤 : 자식 키우면서 간 떨어지는게 어디 한 두 번인줄 알어, 그래두 선화는 탈없이 큰거야.
이럴수록 니가 잘해, 안그러면 더 빗나가.
현자 : 그거 누가 모르나. 하도 기가 막히니까 그렇지.
윤 : ...가서 쉬어라.
현자 : 예, 주무세요. (나간다)
윤 : (자리 깔다가) 참 쟤 저녁은 먹었다니?
현자 : 지 아빠가 알아서 하겠죠.
윤 : (일어나며) 아니다 오늘은 봉서방두 화가 많이 났든데.
현자 : (말리며) 걱정 마세요. 종아릴 친다구? 그걸 누가 믿어. 요렇게 째려보다가 데리고 나갈거야, 저녁 멕이러.
윤 : (웃으며 다시 앉고) 그럼 다행이구.
S#16. 선화마당, 밤
민섭, 담배피우고 있고,
선화 나온다
선화 : 아빠... 잘못했어요.
민섭 : (본다)
선화 : 정말이에요. 아빠까지 화내시면 저 정말 힘들어요. (핑그르)
민섭 : ...(대꾸 안하고 보지도 않은 채)
선화 : (아빠옆에 앉아서) 아빠아... (손 잡는다) 다시는 안 그래요.
민섭 : (그제야 조금 돌아 본다)
선화 : (얼른 안기며) 아빠는 내 편이잖아...
민섭 : (꽁) 한번만 더 속 썩이면 아빠 딸 안하고 고아원으로 내 쫓을거야, 알았어?
선화 : (눈물 가득한 채 고개 끄덕... 웃는다)
민섭 : (안아주며) 저녁 먹었어?
선화 : (고개 젓는다)
민섭 : 살짝 나가서 뭐 먹고 올까?
선화 : (끄덕)
현자 : (나오며) 그럼 그렇지, 뭐 종아리를 쳐?
민섭, 선화 푹 웃는다.
민섭 : (무안하지만) 자기는 고등학교때 선생님 좋아한적 없냐, 다 그런거지.
현자 : 난 없어. (문 쾅)
민섭 선화, 찔끔하고 살금살금 대문 열고 나간다.
S#17. 은상의 방, 밤
옥희, 얼굴에 로션 바르고 있다.
은상, 온다.
옥희 : 어머니 오셨어요?
은상 : (앉으며) 응.
옥희 : 삼촌은?
은상 : 괜찮대.
옥희 : 어유 별일이야, 삼촌이 그런 스캔들도 낼 줄 알고.
은상 : 스캔들이라니.
옥희 : 스캔들이지 뭐. 다른게 스캔들인가.
은상 : 어유 얼른 불 꺼. 피곤해. (눕는다)
옥희 : 자기집 일이라면 듣기 싫어서. (흘겨보고 눕는다)
S#18. 선화의 방, 밤
선화, 야단맞고 기운빠져 들어온다..
책상에 앉으며...
선화 : (E) 너무 긴 하루였다. 단순한 일이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였는지 모르겠다.
...(습관적으로 컴퓨터 켠다...나타나는 메일 표시)
선화, 얼른 클릭하면
형준 : (E) 김형준 선생님이야. 언제 다녀 간거야. 왔으면 얼굴이라도 보고 가지. 왜 그냥 갔어.
인형은 아주 귀엽다, 고마워. 하지만 학생이 선생 걱정 너무 하는거 같아서 기분 나뻐. 괜찮으니까 넌 공부나 열심히 해.
선화 : (보며 혼자말) 또 공부.
형준 : (E) 대학 안간다는 둥 헛소리 하지 말구... 그런 나중에 보자.
S#19. 형준의 방, 밤
형준, 컴퓨터 치다가 문득 생각에 잠긴다.
인형을 한번 눌러 본다.
화분 옆에 나란히 앉은 인형.
S#20. 선화의 마당
밤에서 새벽으로 밝아진다.
선화, 집에서 나와 등교한다...
S#21. 매점, 아침
선화, 빵과 우유 사고 있으면
후배나 친구들... 지나가며 선화를 힐끗 거린다...서로 속닥인다.
선화, 이제 좀 담담한 표정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S#22. 교무실, 아침
교장 : 고3 수업은 계속 해도 됩니다.
형준 : 예.
교장 : 하지만 앞으로 학생들과 사사로운 만남은 자세해 주세요. 절대로 지켜 주기 바랍니다. 당장 아래 학년으로 조정 하라는
이사회의 결정이 있었지만, 제가 반대 했어요. 김선생 한 사람으로 인해 고3 수업에 지장을 줄수는 없습니다.
형준 : 예.
교장 : 가서 일 보세요.
형준 : (자리로 오는데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 느껴진다)
장미 : (담담하게)
담임 : 김선생.
형준 : (OL) 죄송합니다. 끝까지 도와 드리고 싶었는데...
담임 : 무슨 사람이 말을 못하게 해.
형준 : (웃기만)
S#21. 상담실, 아침
현자와 형준, 커피 마시며
현자 : 너무 미안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형준 : 아닙니다. 교사 이전에 선화 부모님으로서 학부모신데 제가 사과를 드려야죠.
현자 : 애가 맹랑해요.
형준 : 무슨 말씀을요, 선화 잘 컸습니다.
현자 : ...고모가 한번 오라고 하셔요.
형준 : 예 그래야죠.
현자 : (형준의 사람됨을 살피듯이 본다)
S#24. 선화교실, 오전
형준, 수업하고 있으면
미경, 엎드려 자고
은지와 같이 사진보던 아이들 야유한다.
학생1 : 사진 구경 잘 했어요, 선생님 모델 하세요.
학생2 : 내년엔 중학생 가르치신다면서요, 내동생 조심하라고 해야겠네.
아아들, 웃고
형준 : 잘 봤다니 고맙다. 여기 이 문제는
학생1 : (OL) 첫사랑얘기 해 주세요.
형준 : 수능 끝나고 하기로 하자, 자 다시, 이 문제는
학생3 : 수능 끝나면 저희두 재미없어요. 지금 해주세요.
선화, 기가 막히고
은지, 좀 재밌는 얼굴
미경 : (일어나서 한마디 소리 치려고 하는데)
덕순 : (OL) 공부합시다!
형준 : 하하 그래 공부 하자. 공부 해야 하는 시간에 공부 안했다고 나 징계 먹었어. 이젠 하늘이 두쪽이 나도 공부 할 생각이다.
그게 좋겠지, 김은지?
은지 : (좀 당황해서) 예?
형준 : 자 은지가 공부 하길 원하니까 우리 모두 공부 하자. 중학교에서 마저 쫓겨나면 우리 엄마한테 나 혼나.
(웃고) 이 문제는...
형준, 학생의 반응과 상관없이 문제 풀이 한다.
선화, 고비를 넘기는 형준의 모습을 본다.
덕순, 선화의 마음을 알고 다행스럽게 웃어 준다.
미경 : (본다)
S#25. 교무실, 오후
형준 : 선생님께서 말씀을 좀 해주세요.
담임 : 우리반은 수학 마저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다?
형준 : 저는 괜찮지만, 아이들이 집중을 못해요.
담임 : (끄덕) 알았습니다, 교장 선생님께 한번 의논해 보죠.
형준 : 예. 그럼.
담임 : 참, 김선생.
형준 : (일어나려다가 본다)
담임 : 오늘 종례 직접 하는게 어떨까 싶은데.
형준 : ...마지막으로요?
담임 : 그냥... 그게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형준 : (생각하다가) 예, 그러겠습니다.
S#26. 선화교실 오후
아이들, 떠들다가 형준이 들어오자 자리 앉으며 본다.
형준 : 오늘 종례는 내가 하기로 했다.
학생1 : 짤리시는 기념인가요?
형준 : ...그래 짤리는 기념으로.
선화 : (일어나 구경한다) 차려.
형준 : 됐다. 인사는 생략하기로 하자.
선화 : (앉는다)
형준 : 불과 한달이지만, 내겐 여러분이 첫 학생들이다. 아까 첫사랑을 말해 달라고 했지... (보며) 내겐 여러분이 첫사랑이야.
아이들..보며.
형준 : 신생아때 옆에 누운 갓난아기 말고는 여러분이 내겐 가장 소중한 첫사랑이었어. 믿어 주기 바란다.
미숙한 점은 많았지만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용의가 있었다.
나두 어려운 고3을 지냈기 때문에, 고3인 여러분이 타인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면 내가 너무 과장하는건가...
나는 오늘 여러분의 표현대로 짤린다.
미경, 눈물 고인다.
형준 : (진정하며) 첫사랑에게 짤리는게 바로 이런걸까?
(자조하며) 여러분이 시험 끝나면 같이 비디오도 찍고 싶었구, 도시락도 비벼 먹고 싶었다.
고3이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수 상황이, 자유로운 여러분을 구속하는게 늘 가슴이 아팠기 때문에,...
그래서, 노래 부르라면 노래 불렀구, 도서실 가겠다고 하면 보내줬어.
내가 허락할 수 있는 조금의 자유라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잠깐 목이 메어... 말을 삼킨다)
미경, 훌쩍이고..
몇명 눈가가 붉어진다.
형준 : 그리구... 덧붙이자면, 내가 가장 속상한건 나를 너희가 믿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어.
굳이 선화가 아니어도, 난 누구라도 힘들다고 호소 했으면 도서실 보내 줬을거야.
어째서 내가 편애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가장 속상한 점이다. (자조하며) 물론 이제와 변명밖엔 아무 의미가 없겠지...
선화, 형준의 말이 기분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하고..
형준 : 수학 수업도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실거야.
아이들, 조금 동요하며
형준 : 거절 당한 첫사랑을 계속 보는건 너무 괴로우니까. (좀 웃고) 부디 건강하고 고3이라는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잘 마무리하길 바라 마지 않겠다. 참 이런 노래 너희도 아는지 모르겠는데... 내 좌우명이야.
‘돈 워리 비 해피! 걱정하지 말아라, 행복해 질거야’ 그런 뜻이거든.
여러분도 힘들땐 이 말을 생각하기 바래. 돈워리, 비 해피! (웃는다)
미경 : (울며) 가지 마세요.
형준 : (미경보며) 한달이지만 난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 고맙게 생각하고 늘 잊지 않으마.
덕순 : 수학 가르쳐 주세요.
형준 : (본다)
덕순 : 부담임도 해 주시구요. (아이들 본다)
학생1 : 가지 마세요. 선생님이 싫어서 그런건 아네요.
은지 : (좀 당황스럽고)
형준 : (손 저으며) 이러지 말자, 난 정말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 지금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랄 뿐이야. 그럼 이상이다. (교탁에서 비켜서며 정중하게 인사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형준, 아이들 하나하나 눈 맞추며 인사하고 나간다.
아이들, 좀 동요하는데
미경 : 봉선화, 김은지, 너희들 때문이야. 니네가 가서 선생님 모시고 와. 책임을 져야지.
학생1 : 그래 선화랑 은지가 책임져.
은지 : 별꼴이다, 니네. (화내며) 김형준 선생님 꼴보기 싫다고 야단일땐 언제고, 선생님 한마디 하니까 금새 이러니?
냉정하게 생각해, 시시한 감정에 사람 우습게 만들지 말란말야.
학생2 : 하지만 선생님을 내 쫓을 필요까진 없잖아.
은지 : 그 책임을 왜 나한테 묻냐구 글세?! (선화보며) 재미 본 사람은 따로 있는데.
선화 : (앞으로 나가서) 조용히 하자.
아이들, 본다
선화 : 우선 반장으로서 너희들 한테 굉장히 미안해.
하지만 아까 선생님 말대로 선생님은 누구만 편애 한게 아니야, 우리반 모두를 사랑하셨어. 그건 너희두 알거야...
일이 공교롭게 됐는데, 지금에 와서 우리끼리 책임소재를 묻는건 아무 의미가 없다구 봐.
내 생각엔 학교에서 정한대로 조용히 따르는 게 선생님을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좋을 거 같애. (보며) 그렇게 하자.
그리구, 다시 한번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선화, 자리로 들어가다 안됐겠는지 나간다.
S#27. 운동장 구석, 오후
선화, 천천히 걷는다...
S#28. 동네시장, 낮 (다른날)
윤, 장보고 있다. 생선과 야채 좀 사는데
황 : (E) 어 이거 맛있네, 한근만 좀 싸줘.
윤 : (돌아보면)
황, 시장 보며 순대집에서 순대 먹어 보며 사고 있다.
윤과 황, 서로 본다...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외면하는 두사람.
황 : 흥, 고개 빠지겠네. 뭐 잘한거 있다고 고개를 돌려?
윤 : (장사에게 돈 주며 대꾸 하려다가 참는다)
장사 : 두분 왜 그러세요?
윤 : (들으라고)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잖아. 내가 참아야지.
황 : 사둔 넘말 하네. 우리 아버님 지난밤에 내꿈에 그러시드라, (아버지처럼) 애야, 백로는 까마귀 옆에 가는거 아니란다.
윤 : 아니 정말. 그럼 내가 까마귀고 자기가 백로란 소리야?
황 : 하모. 말귀는 빨러.
윤 : 기가 막혀서. 백로 흉년에 다 죽었구만. 흥. (가며) 순대 먹다가 콱 체해라.
황 : (슬며시 웃음 나며 크게) 체하면 소화제 먹지.
윤, 대꾸안하고 간다.
장사(순대) : (순대 싸주며) 왜 그러세요?
황 :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거지 뭐. (윤여사와 달리 발걸음 가볍게 간다)
S#29. 김치공장마당, 오후
덕순네 해남댁과부댁 옥희, 순대먹으며
덕순네 : 하하 하여간 재밌게 사신다니까.
옥희 : 우리 삼촌만 아니면 그러시지도 않아. 워낙 애지중지 하는 아들 일이라 좀 오래 가는거야.
과부댁 : 속상하시죠.
옥희 : (끄덕) 학교에서야 삼촌이 실력있으니까 또 시간이 가면 차차 나아지겠지. 문제는 삼촌 결혼할 여자가
몹시 화가 난거에요. 어머님도 그게 젤 맘에 걸려 하세요. 가뜩이나 여러 가지로 신경쓰이는 혼산데.
해남댁 : 그렇다고 무슨 일이 있었던것도 아닌데 뭘 그래?
옥희 : 그래두 혼사라는게 괜히 시끄럽고 신경쓰이잖아요.
황 : (젓갈통 번쩍 들고 오며) 다 먹었으면 일들 하자구.
덕순 : (얼른 받으며) 하여간 기운도 좋으셔.
황 : 피난 갈땐 이거보다 두배는 무거운 것도 머리에 이고 다녔어. (옥희에게) 칼국수집 것절이부터 보내야지.
옥희 : (순대 먹던 그릇 치우며) 예, 오늘밤에 가져가야 해요.
과부댁 : (배추 쭉쭉 찢은거 수돗가에 헹굴려고) 간이 잘 배었어요.
황 : (해남댁에게) 양념 준비하고.
해남 : 예.
바쁘게 움직이는 여자들...
황 : 젓갈 아끼지 말고 넣어. 음식은 맛이 최고야.
모두 : 예.
옥희 : 참, 함흥집에 30키로 주문 있어요.
황 : 그 집 장사 잘 돼나 보네, 점점 느는거 보니.
덕순네 : (일하며) 그러게.
은상 : (오며) 어머니 배추 왔어요.
옥희 : 벌써, 얼마야? (사무실로 간다)
황 : 좀 보자. 또 나쁘면 이번엔 들이지도 말어. (나간다)
은상, 따라나간다.
S#30. 사무실, 오후
옥희, 돈 세고 있는데
형준 : (오며) 저 왔어요.
옥희 : 어머 어서 와요. 어머님이랑 형, 밖에서 배추 나르고 있는데.
형준 : 그래요? 그럼 이거. (얼른 봉투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옥희 : 이게 뭐에요?
형준 : 생활에 보태 쓰세요.
옥희 : ...(만지며) 이거 받았다가 나중에 형한테 혼나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형준 : 월급 받으면 조금이라도 보태 드릴려고 맘 먹고 있었어요.
형이 받지 말라구 하면 도루 저 줬다 그러고 형수 혼자 쓰세요.
옥희 : (웃고) 그래두 돼요?
형준 : 그래두 돼요. 형수가 어디 다른 사람 형수 같나요, 저한텐 형수님두 부모님같애요.
옥희 : (보며) 눈물 나려구 하네.
형준 : (웃고) 장사 잘 되죠?
옥희 : 그냥 그렇지 뭐... (보다가) 많이 속상하죠?
형준 :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더 편해 진것도 같구. (웃는다)
옥희 : 백선생 화 많이 났어요?
형준 : 아 장미요? 모르겠어요. 거기까지 마음 쓸 여유가 없네요.
S#31. 이사장실 오후
진. 일하다가 좀 쉰다...
창문을 열고 가을 바람을 마신다.
장미 : (오며) 부르셨어요?
진 : 퇴근 안하니?
장미 : (시무룩) 해야죠.
진 : 형준인?
장미 : 몰라...
진 : (보다가 달래듯) 옷을 사두 백화점 가보구 시장 가보구 그러는 거야,
하물며 결혼인데, 이 사람두 보구 저 사람두 보구 그래야지, 맹꽁이처럼 한사람만 죽어라고 쳐다 보니?
장미 : 첫눈에 맘에 들어 사는것두 있어, 엄마.
진 : 딱두 하다.
장미 : 그리구, 형준이가 학생하고 바람을 폈어, 아니면 스캔들을 냈어. 아무것도 아니잖아,
좀 지나치게 학생들에게 잘 해준다는 게 죄라면 죈데... 그것때문에 내가 선까지 보고 그런다는게 좀 웃기지 않아.
형준이가 날 뭘로 보겠냐구, 맨날 좋아 한다더니 겨우 그거냐 안하겠어? 난 싫어.
진 : (째려보기만) 딸 자식 키워 봤자야.
장미 : 헤헤 (애교떨며 웃다가) 그리구 이런일로 부르지 좀 말어요. 다른 선생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어요?
진 : 오죽이나 딸이 말을 잘 들으면 저렇게 학교에서까지, 딸래미 데리고 야단일까... 난 불쌍하게 볼거다.
장미 : 순전히 엄마 좋은대로만 생각한다니까. 먼저 나가요. (간다)
진 : ... (한숨 쉰다)
S#32. 거리, 오후
형준, 김치 공장에서 나와 걷는데
장미의 차, 지나다가 본다.
장미 : (형준 옆에 세운다 클락션 울린다)
형준 : (본다)
장미 : (차창 내리고) 집에 왔었구나, 가는 길이야?
형준 : 응.
장미 : 어디가니, 태워다 줄게.
S#33. 레스토랑, 오후
장미와 형준, 앉아있다.
장미 : (커피 마시며) 이런데서 너하고 둘이 만나는거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맨날 보는거 같은데 맨날 널 못보구 사는거 처럼
허전한건 왜 그런지 몰라... (보며) 나만 그렇지? 넌 나 안봐두 그만, 봐두 그만... 그렇지?
형준 : (픽) 나이두 안 먹냐? 그런 얘긴 십대에나 하는거야.
장미 : 그런게 어딨어. (고개 좀 숙이고 쓸쓸한 감정 숨긴채)
형준 : (본다)
장미 : (시선 느끼고) 왜애?
형준 : 나한테 화 안났어? 기회가 없어서 안 퍼붓는줄 알았는데...
장미 : (푹) 화...? 글세 내가 너한테 화 내두 돼니? 처음엔 화났지. 그런데 점점 그런 내가 웃겼어. 내가 뭔데 화를 내나?
니 말대로 난 니 보호자두 아닌데. (보며 부드럽게) 어떠니?
형준 : 괜찮아. 담임을 안하니까 시간두 더 많구. 여러 가지 생각 해. 교사란 뭔가, 뭐가 진정으로 학생을 도와주는 일인가?
장미 : 그런 생각 끝에 내 생각도 가끔 하니?
형준 : (본다)
장미 : (보다가...) 엄마가 선 보라구 야단이셔.
형준 : 그래?
장미 : 볼까?
형준 : (본다)
장미 : 봐두 돼?
형준 : ...나 월급 받았어, 맛있는거 사줄게. 맨날 나 만나면 싸구려 먹는다고 너 투덜댔지? 오늘은 비싼거 먹어.
장미 : (좀 보다가 더 묻지 않고 예전처럼) 좋아, 너 오늘 후회할거야. (일어난다)
형준 : 어디가?
장미 : 그럼 여기서 먹자구?
형준 : (끄덕)
장미 : 말두 안돼. 여기서 비싸 봤자지.
형준 : 그러니까 사준다고 했지.
장미 : 기막혀...(보며 웃다가 단호히) 안돼, 오늘은 벌금이야. 말나온 김에 이 백장미 수준으로 기절 시켜 주겠어.
S#34. 분식집앞 거리, 오후
선화 덕순 미경, 떡볶이 먹고 나오며
미경 : 꼭 먹으러 여기까지 원정을 와야 돼냐?
덕순 : 맛있잖아. 그렇지?
선화 : 응, 맛있게 먹은건 좋은데 (시계보며) 우리 뛰어야 해. 야간 자습에 늦을 확률이 높아.
덕순 : 어우 지겨워. (하다가 본다)
길 건너편 스토랑에서 나오는 장미와 형준.
장미, 형준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장미 차로 간다.
미경 : 어머 어머.
덕순 : 하여간 남자들이란... 여우앞엔 장사가 없다니까. 가자.
선화 : (그저 보며)
덕순 : 가자니까, 뛰어야 한다면서?
선화 : 응? 그래 우리 뛰자.
뛰어가는 세사람.
장미차는 출발 하고 선화, 뛰면서 힐끗 본다.
S#35. 선화교실, 밤
모두, 자습하고
담임, 감독한다.
선화 : ...(아까 장미가 형준의 팔짱을 끼고 나오던 장면 자꾸 떠오른다...E)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봉선화, 응?
처음부터 그 두 사람이 결혼할 사이라고 알고 있었잖아.
덕순 : (옆에서 쿡쿡 친다)
선화 : (생각에서 깨며 본다 왜애?)
덕순 : (눈짓으로 담임이 자꾸 쳐다 봐)
선화 : (담임을 보면)
담임 :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S#36. 복도, 밤
담임 : 요즘 왜 그래?
선화 : (본다)
담임 : 성적두 많이 떨어졌어. 집중이 안돼나?
선화 : ...
담임 :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이러면 안돼.
선화 :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담임 : 집에서두 그렇겠지만, 학교에서두 선화한테 거는 기대가 있어. 더 분발 하도록 해봐. 이번 모의고사 많이 떨어졌어.
지난번보다 전교 석차 10등이나 내려갔어. 알고 있나?
선화 : (좀 놀란다) 10등이요?
S#37. 미자거실, 밤
미자 현자 민섭, 식후에 과일 먹으며
미자 : 글세 내 생각엔 아는척 하지 않은게 나을거 같다. 문제를 삼으면 오히려 정말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할거 같애.
그냥 모른척 하고 넘어가는게 어떨까?
현자 : (과일 깎으며) 저한테 분명히 말했는데두요?
미자 : 고3 말기엔 한두번쯤 그럴수 있어.
민섭 : 참... 선화는 조용히 대학 갈 줄 알았더니...
현자 : (미자보며) 이이는 선화라면 무조건 잘 될거라는 식이에요.
민섭 : (미자 보며 좀 웃는다) 누나 나두 그랬어?
미자 : 말이라구, 고시 공부 한창 하다가 공부 때려치고 결혼 하겠다고 안했어?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때 기절 하는줄 알았다.
현자 : 우리 어머니두 대단하셨잖아요.
민섭 : 그럼 선화가 우리 닮아 그렇단 소리야?
미자 : 누가 알어, 누구 닮았는지. (현자보며) 사둔어른 아직 모르시지?
현자 : 예, 지난번 김형준 선생하고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두 황여사님과 말씀도 안하세요.
선화 대학 안가면 아마 우리 엄마부터 누우실거에요.
미자 : 형준이가 원래 좀 자상한데가 있어. 올케가 사둔께 말씀 잘드려, 너무 걱정 하시지 않게. 형준이 나쁜애 아냐.
민섭 : 나쁜애 아니긴... 나두 그녀석 맘에 안들어.
현자 : 그 녀석이 뭐에요, 교양없이. 그래두 선화 선생님인데.
민섭 : 자기가 선생이라구 선생 욕하는거 되게 싫어 해, 암튼.
미자 : 선생 여기 또 있다.
민섭 : 하, 하하
S#38. 선화의방, 밤
선화, 성적표 본다...괴롭다
밖에서 현자와 민섭, 들어오는 소리 들린다.
선화, 얼른 성적표 치운다.
S#39. 선화거실, 밤
진수, 문열어주고
민섭 현자, 온다.
현자 : 할머닌?
진수 : 교회 가셨어요.
현자 : (눈으로 선화방 가리킨다)
진수 : (방에 얌전히 있다고 한다)
S#40. 선화의방, 밤
민섭 : (노크하고 오며) 우리 딸, 아직 안 주무시나?
선화 : 오셨어요?
민섭 : 공부 잘 되지?
선화 : (어정쩡) 예...
민섭 : 그래 그래... 수고한다. 너무 무리 하지 말구 자.
선화 : (말 하려다가 차마 입이 안떨어지고) 예.
민섭, 나가고
선화, 다시 책상에 앉는다.
S#41. 스카이라운지, 밤
형준과 장미, 아이스크림 먹는다.
장미 : 호호 후식은 내가 살게. 너 오늘 과용했다.
형준 : 한 며칠 라면 먹지 뭐.
장미 : 낄낄 맨날 너한테 당하고 산 느낌인데 오늘은 모처럼 통쾌해서 기분 아주 좋아.
형준 : 좋기두 하겠네.
장미 : 히히
형준 : (문득 보며) 그러길래 뭐하러 나 같은 앨 찍어?
장미 : 뭐라구?
형준 : 넌 충분히 화려하고 이쁘게 살 수 있잖아.
장미 : 김형준
형준 : 알았어, 오늘은 그런 애기 하지 말자.
장미 : 우리 엄마 학교일에 그다지 관심없어.
형준 : 무슨 소리야?
장미 : 너만 맘 먹으면 우리가 학교 운영 할 수 있단 소리야. 아빤 사업가지 교육자는 아니셔.
엄마두 열심히는 하시지만 한계가 있구, 교육은 비젼있는 사람이 해야 해, 난 그렇게 생각 해. 우리가 하자.
내 동생 미국에서 오면 아버지 따라 갠 사업 해야 해. 학교, 내가 달라고 하면,
형준 : (O,L) 그만.
장미 : (본다)
형준 : 그만 해. 그런 애기 듣고 싶지 않아.
장미 : 다른 사람 같으면 이런 제안에 몹시 흔들린텐데...왜 그렇게 거부감을 갖어?
형준 : (몸을 막 흔든다... 웃으며) 흔들리고 있어, 나.
장미 : (보다가 웃는다) 넌 정말 이해 할 수가 없다. 너 혹시 착한 남자 컴플렉스 같은거 있니?
나쁜일은 전혀 해선 안되고 모든 여자에게 잘 해 줘야 하구, 너 아니면 이 세상 여자들 외로워 죽을거 같구...?
형준 : 내가 정신병잔줄 아냐?
장미 : 그럼 왜 그렇게 너만 독특해?
형준 : 그러니까 날 좋아 하는거 아냐? 내가 다른 남자처럼 좋은게 좋은거다, 니 환경두 못이기는 척 이용하구...
내가 그렇게 했으면, 아마 니가 나한테 정 떨어졌을걸 아냐?
장미 : ...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형준 : 기분 좋게 저녁 샀어, 나. 기분좋게 들어 가.
S#42. 선화의집 앞, 밤
선화, 가디건 하나 들고 살짝 나온다.
S#43. 거리. 밤
선화, 걷는다.
선화 : (E) 전에는 공부 하는게 가장 좋았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기 보다 공부에 빠져 있으면 잡념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S#44. 형준의 집앞, 밤
선화, 멀리 다가온다.
선화 : (E) 결국 여기까지 왔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조하며) 봉선화, 너 왜 이러는거야?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적 없잖아.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방황할 시간있어?
선화, 돌아서는데 장미의 차, 오는거 보인다.
숨는다.
차 파킹 되면, 형준 내린다.
이어서 장미도 내린다.
장미 : 저녁 잘 먹었어.
형준 : 그래, 조심해 들어 가.
장미 : 형준아, (보며) 너 나 좋아는 하니?
형준 : (웃고) 좋아 하니까 친구 하지, 넌 싫어 하는 사람하고 친구 하냐?
장미 : (보다가) 난 너 정말 좋아. 무지무지 좋아.
형준 : 고지식해서 답답하고 짜증난다면서?
장미 : 응 그렇긴 해. 하지만 좋아. (문득 뽀뽀한다)
형준 : (좀 놀랐지만, 가볍게 안으며) 나 때문에 외로워 하지 말어.
장미 : (형준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 안고 본다)
형준 : (빰에 키스해 준다) 어서 가.
장미 끄덕이고 차에 다시 탄다.
형준, 보고 있다.
선화, 말은 잘 안들리고 두사람의 모습만 본다...
형준이 장미에게 키스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린다.
눈앞이 하애진다.
장미의 차, 골목을 빠져 나가고
선화, 휘청이듯이 반대로 걷는다.
형준, 들어 가다가 선화가 골목을 나가는 모습 잠깐 보지만 잘못 봤겠지... 싶어 그냥 돌아 서다가 다시 본다.
선화가 분명해 보인다.
뛰어가며 선화를 부른다.
선화, 형준이 자기 이름 부르고 오는 것을 보자 빨리 걷는다.
형준, 다가와 선화의 옷자락을 잡는다.
형준 : 선화야.
선화 : 선생님댁에 온거 아네요. (뿌리치고 가는데)
형준 : (좀 더 강하게) 선화야.
선화, 돌아 보는데 눈물이 가득하다.
눈물을 보고 순간 좀 놀라 형준의 얼굴.
선화, 도망치듯이 간다.
형준, 좀 의외롭다...
형준의 당황해서 보고 있는 모습...
선화는 달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