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 [무등산 서석대]
2020. 10. 9. 금요일
금요4인방
지난 달부터 김 교장이 서석대를 가고자 한다. 어찌저찌 하다가 오늘은 드디어 결행한다.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코스가 바로 화순 수만리 탐방지원센터가 있는 ‘너와 나 목장’에서 오름이다.
○ 수만리 탐방로
10:30 화순 수만리 ‘너와 나 목장’에서 산행 시작. 장불재까지 1.9km
안내 간판의 난이도에 ‘매우 어려움’ 구간으로 기재되어 있다.
[사진 – 탐방로 안내 간판]
10:45 첫 번째 쉼터 의자에서 과일(배)을 먹으며 휴식한다. 오르막이라고 하지만 너무 이르게 쉰 듯하다. 뭐, 천천히 가고~ 가다 못가면 말자고 한 출발이니 나이에 맞게 자주 쉬는 것도 괜찮다. 쉼터에 의자까지 있고요. ^^
11:10 두 번째 쉼, 쉼터는 아니지만, 늙은이 산행이니 자주 쉬어야 한다. 포도를 먹으면서 5분 쉬다.
11:20 두 번째 쉬고서 5분 정도 가니 이정표도 있고, 휴식용 의자가 있다. 두 번째 쉼터지만, 우리는 세 번째 휴식을 취한다. 이정표를 보니 장불재 0.9km. 이제 절반 왔다.
5분 쉬고 또 출발. 천천히 노인 행보를 하다 보니 숨만 벅차지 땀은 별로 나지도 않는데, 추월해 가는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땀이 범벅이다.
11:50 장불재 도착하다. 전보다 10여 분 더 걸렸지만, 어떻든지 난코스인 장불재까지 도착했다. 이 기쁨에 네 명이 각자 환성을 지른다. 나이 먹었다고 포기했더라면 이 기쁨도 못 느꼈을 터, 오늘 서석대 산행을 고집한 김 교장 덕분이다.
장불재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틈새를 내어 수년 전 찔레향과 보았던 바위에 쓰여진 암각 글씨를 찾는데 위치가 정확지 않아 실패하다.
(나중에 소식을 들은 찔레향이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 장불재의 암각 글씨]
장불재에서 횡설수설하는 중에 김기창 사무장을 만나다. 부부간에 올랐다는데, 우리처럼 친구도 좋지만, 부부간에 산행이 가장 최상의 그림이다. 기념사진만 찍고 우리는 목적지 서석대를 향한다.
[사진 – 장불재 김 사무장]
○ 서석대의 아쉬움
12:25 목교를 건넌다. 서석대 초입이다. 여기서부터 또 급경사이다. 김 교장의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김 교장이 서석대를 주장할 때 자신 없다고 물러섰지만, 크게 반대하지 않음은 내심 서석대의 원 표지석 [瑞石]이라는 글자 바위를 찾기 위함이다. 어제밤 찔레향에게 위치를 물었지만, 전화상으로 감이 안 잡힌다. 대신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 찔레향이 보내진 서석 암각 사진]
글자 바위를 오늘은 기어이 찾고야 말겠다는 야심에 혼자 앞장서서 달린다. 두리번두리번하면서 서석대에 이르다. 휴일이지만 정작 서석대 전망대에는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 우선 기념사진을 찍고서, 아직 일행이 안 오니 혼자서 원 표지석 찾으러 서석대 능선을 향해 오르는데도 암각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정 선생에게 전화해 본다. 서석대 표지석 부근의 아래라고 하니 능선의 서석대 표지석까지 두리번거리며 한걸음에 달려간다. 평소 같으면 흐느적거리며 겨우 갈 험로를 오늘은 발걸음이 바쁘다.
12:50 능선의 서석대 표지석에 도착한다. 정작 서석대보다 이곳 표지석에 사람이 더 붐빈다. 기념 촬영할 사람들의 대기 줄이 10여 명씩 기다린다. 가을 하늘이 너무도 맑다. 정상 천왕봉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산들바람은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학교 소풍에서 보물찾기하듯 부근을 헤매지만, 보물이 보이지 않는다 찔레향에게 다시 전화하니 서석대와 목교 사이란다. 그럼 온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 일행은 그때야 서석대를 지나 표지석 능선으로 오른다. 바삐 서석대에서 목교를 향해 내려가는데, 또 허탕이다.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다시 일행이 있는 서석대 표지석 능선까지 가건만 도무지 비슷한 바위도 보이지 않는다.
“아, 무등산 신령님이 나에게는 아직 보여주지 않으려나 보다 ~” 혼자서만 관심있는 보물찾기에,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아쉽지만 오늘은 아닌가 보다. 훗날을 기약하며 후퇴다.
포기하지만, 너무 서운하다.
언제 다시 서석대에 오를지 자신이 없는데, 어쩜 마지막 같기만 한데 -
야속함과 아쉬움에 마음이 아프다.
서석대 표지석에는 아직도 대기 줄이 길다.
○ 서석대의 오찬
13:00 점심 보따리가 펼쳐진다. 카레 밥, 김밥, 흑산 홍어 등 세 사람이 내놓은 진수성찬이다. 난 입만 가지고 참석했으니, 이 기쁨을 기록이라도 해서 남겨야지~
김 교장 사모님이 싸준 김밥을 먹는다. 막걸리 한잔에 약초 주 한잔까지 더 하면서 노년의 행복을 위한 이야기들이 술술 터져 나온다. 막걸리에 약초 주를 마셨으니 ‘술술~’ 이야기가 풀려나오나 보다.
더구나 오늘 목표인 서석대에 올랐으니 더 바랄 게 뭐냐! 시간도 많다. 두 시간을 노닥거린다. 세시에 오찬을 마친다. 서석대에서의 신선놀음이다.
○ 입석대 하산 길
15:00 입석대로 하산한다. 너무 좋은 가을 날씨에 산행객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다. 우리 일행도 10대 학생 때 소풍 온 기분으로 즐겁게 하산한다.
젊은이 하나가 길 가운데 엎드려 있고, 친구 한 사람이 멋쩍은 표정이다. 고소공포증이라고 한다. 서석대로 올라가다가 퍼져있고, 옆의 친구는 다행히 서석대까지 다녀와 함께 있단다. 식은땀이 나느냐, 호흡이 어떠냐 등 내 경험상 몇 가지를 물어본다. 응급상태는 아니지만, 어린 친구 혼자서 감당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부축하면서 내려온다. 옆의 동행한 친구에게 물은 바. 중학교 동창생으로 자기는 나주 미용고등학교. 헤매는 친구는 광주공고 학생이란다.
[사진 – 환자 부축]
15:30 입석대 도착.
30분 가까이 고등학생을 부축하고 오니 힘이 좀 든다. 윤 선생도 어깨가 아프단다. 입석대에서 쉬다 보니 환자는 제법 정신이 들었다. 얼굴에도 혈색이 돌아왔다. 함께 사진도 촬영했다.
고등학교 1학년들이 시내에서 배회하지 않고 무등산에 온 것으로도 대견하다. 어린 마음에 달랑 물 한 병 들고서 달려왔겠지만, 하산 중인 지금은 마실 물도 없는 딱한 처지이다 -
15:50 장불재까지 내려와 어린 친구들과 작별하다.
16:00 재정비하고 장불재에서 오던 길로 하산한다.
내리막이라고 쉽지도 않다. 경사도가 심하니 무릎에 체중이 전달되는 느낌이 요란하다. 스틱으로 몸을 의지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16:30 오르막 때 쉬었던 중간 쉼터 의자에 도착하여 5분 휴식.
17:10 출발지인 너와 나 목장에 도착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부근에 있는 환산정을 드라이브하자는 제안에 반대하는 이 없다.
17:30 환산정 도착. 초행인 일행들에게 보여주고픈 경치인데, 친구들이 별로 감탄사에 인색하다.
[사진 – 환산정]
오늘 수만리 탐방지원센터 비포장길을 달려준 윤 선생이 고생 많았고, 두 지팡이에 의지하며 기어이 서석대를 완주한 김 교장의 기쁨이 가장 컸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사진사 역할을 해준 산고수장은 삼각대까지 들고 다니며 고생 많았다.
난 [서석] 원 표지석을 찾지 못해 하산 때까지 아쉬웠지만, 서석대를 위아래 2번이나 씩씩거리고 다닌 기력을 확인했다는 점에 스스로 위로를 한다.
오늘 서석대 완주를 자축하며, 저녁 식사는 모아아파트 정문 횟집에서 하산주를 곁들이다.
下山酒에 지쳐서 다음날인 토요일 밤에 산행기 초고를 쓴다.
(2020. 10.10.)
첫댓글 설명 전달이 잘못된 것 같은데 서석대 와 서석대 전망대 중간 사이인데
목교에서 서석대 중간 사이를 찾은 것 같아요
무등산 신령께서 원.지명석 아무나 보여주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