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난존자가 어느 날 부처님께 “왜 중생(衆生)이 생겼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 푸른 하늘에 구름이 생기듯 갑자기 생겼다. 누가 만든 것이 아니고 그냥 홀연히 구름이 생기듯 생겼다”고 했다. 누가 만든 것도 아니고 누가 주는 것도 아니니 불평할 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 어떤 원인에 의해 그러한 걸과가 생긴 것이니 이걸 깨닫게 되면 모든 번뇌가 끊겨 푸른 하늘처럼 다시 맑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날 다윗왕이 세공사에게 “나를 위한 반지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그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치 못할 때, 또한 큰 절망에 빠져 희망을 잃었을 때에도 용기도 줄 수 있는 글귀여야 한다.”고 했다. 세공사는 고민 끝에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귀를 주었다.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 왕이 이 글을 보면 자만심이 곧 가라앉을 것이고, 절망 중에 이 글을 보게 되어도 이내 곧 큰 용기를 얻게 될 것이오”라고 했다. 다윗왕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귀를 반지에 새겨 놓고 어려울 때마다 그것을 보며 고난을 극복해 갔다고 한다. 러시아 시인 푸쉬긴도 그의 시 「삶」이라는 시에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돌아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고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또 그리워지는 것이다
-푸쉬킨 「삶」
하루에도 수천 번 나타났다 사라지는 갖가지 생각과 느낌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지금 괴롭히고 있는 생각도, 나를 들뜨게 하는 느낌도 ‘나’라고 할 것이 못된다.
그래서 제법무아(諸法無我), 곧 ‘나’라고 하는 것의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좋은 날, 나쁜 날이 따로 있겠는가? 크게 보면 행복도 불행도, 성공도 실패도, 조건 따라 좋은 날이었다가 그 상황이 바꾸어지면 곧 사라지게 된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우리는 때때로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에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려도 뿌리가 흔들리지 않으면 다시 살아나듯, 우리도 희로애락에 시달리고 흔들릴지라도 그 감정에 매몰되어 우리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삶이 되어서는 안 되리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조건 따라 생겨났다가, 시간이 지나 그 조건이 다하면 사라진다. 그러기에 결국 고정된 나(我)도 없고 영원불변하는 것이 없으니 제법이 무아(諸法無我)요, 제행이 무상(諸行無常)이다.
인간은 누구나 느낌과 생각 없이는 살아갈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생각과 느낌이 '나'의 실체가 아니요, ‘진정한 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잘 나간다고 영원히 잘 나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 건강하다고 천년만년 무병으로 사는 것도 아니며, 지금의 슬픈 감정과 좌절, 아픔과 괴로움이 있다 하여 그러한 감정에 함몰되지 말자는 것이다. 잠시 흘러가는 구름처럼 이러한 생각과 감정들이 진짜 내 감정이 아니고, 내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가고
지나간다구름이 모였다 흩어지듯
강물이 흘러왔다 흘러가듯
힘겨웠던 순간도
즐거웠던 시절도
꽃이 지고 /
바람이 부는 사이
또, 그렇게 왔다 지나가리라
- 김동수, 「지나가다」
우리가 살다 보면 분명 어떤 생각과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 감정 또한 연기적(緣起的) 현상일 뿐, 그것이 곧 나의 본감정(本感情)의 실체가 아니기에 머잖아 결국은 지나갈 뿐이다. 개울가에 앉아 무심히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물만이 아니라 모든 것들이 멈추어 있지 않고 다 흘러가듯,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변하고 흘러간다.
기쁨도 노여움도 슬픔도 즐거움도 다 지나가는 한 때의 감정일 뿐,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진정 그것이 나(我)의 실체가 아니기에 마음을 내 되, 그 마음에 머물러 있지 말고 바라보면 그냥 사라질 것이다.
[김동수: 시인, 사)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첫댓글 하하하하하하하!
<지나가고
지나간다
구름이 모였다 흩어지듯
강물이 흘러왔다 흘러가듯
힘겨웠던 순간도
즐거웠던 시절도
꽃이 지고 /
바람이 부는 사이
또, 그렇게 왔다 지나가리라>
-이언 김동수,시인의 「지나가다」 시는
푸시킨의 시 보다 더 위대한 시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의 지금 육신의 고통도
또한 또 지나가지 않겠는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좋은글 주신 김 동수 시인님께 지극 감사드립니다
우리몸도 9개월이면 전부 바뀌어 새몸이 된다고 합니다
세포의 교체 이지요
세월 만물도 모두 새것으로 늘 바뀐다고 합니다
생각도 정신도
선생님 참 좋으신글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존경드립니다
여러 선생님들, 모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