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聲洞 溪谷 散步 2023-10-28 土 (공57등모)
겸제 정선의 인왕산 제색도에 나오는 바로 그 현장.. 뒤로 인왕산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초록을 잃은 갈색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진다.
가을을 데려왔던 바람은
떠나기가 아쉬운 듯
수성동 계곡에 맴돌고
나뭇잎들은 초록이 지쳐가면서
서로에게 물들이는데
푸른 솔은 갈색 풀잎을 내려다본다.
지난 봄 붉은 진달래 철쭉과 함께
노랗게 피어났던 산수유 꽃들을
한 참 잊고 있었더니
산수유 열매가 물기 빠진 이파리 사이로
가을 햇살에 빤짝이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기억에서 멀어져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처음으로 만나 동행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보듯
빨간 산수유 열매를 만져보았다
구름을 희롱하고 빗방울과 장난치던
길섶의 억새는 어느새 은빛 꽃을 피우고
닥쳐올 된서리의 두려움도 없이 춤춘다.
함께 걷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시간의
한복판에 와 있음을 본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솟아오를 때
빛이 함께하여 쉼표 하나 없이 흐르니
그것이 세월이었던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동기 친구들,
내일 만나도 특별히 할 말도 없지만
그래도 다시 보고 싶은 친구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순간은
세월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어
우리들만의 세계가 열리고
거기서 우리들만의 그리움이 만나니
이것이 오늘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아직 떠나지 않은 가을,
오늘의 동행이 여운을 남기는 것은
다음에 만날 날을 기다리는 마음이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은
삶에 대한 사색의 결과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내일은 생각 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길이려니
행복은 마음으로 만들고
천국은 우리들 가슴에 있다는 말을 생각해 본다
가을을 마중 나갔던 바람이 이제 곧 가을을 데리고 떠나려니
억새풀처럼 나부끼는 추억을 가슴으로 새기면서 수성동 계곡의
한나절을 가슴에 담아둔다. Lsd
(동행 : 장중웅 전홍규 조성호 이두형 신명희 이상덕 외 3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