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9번째 참가 대회인 피톤치드 마라톤.
작년엔 춘마 이후로 연이어 참가한 대회여서 많은 느낌과 감회어린 대회이다.
소수의 진정한 매니아들이 참가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가족을 동반하여 참가하는 이들도 많고 대회측에서도 그런 점을 생각하여 준비하는 대회이다.
참가하는 이들을 보면 초보보다는 여러 번의 경험을 가진 매니아들의 대회라고도 할 수 있다.
처음 출발해서 이어지는 가파른 산림욕장길은 조금은 숨이 찰 수 있지만 출발선에서 내리막길을 1km를 달리면 저절로 숨이 터지고 이내 언덕길에 적응이 된다.
처음 한바퀴는 힘이 있어 편안하게 달리지만 두바퀴, 세바퀴 돌 때는 점점 힘이 빠져 고통의 순간을 맛보게 하는 코스이다.
김밥을 준비하느라 예정보다 20분 늦게 출발을 할 수가 있었다. 25인승 버스는 고속도로에 접어 드니까 속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순간 45인승을 빌려서 갈까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다닥다닥 붙어서 가는 모습을 보니 더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상 휴게실은 건너뛰어서 대회주차장에 도착하여 셔틀버스에 멈을 싣는다. 대회 어디를 가도 화장실은 우리에게 곤혹감을 준다. 역시 화장실이 부족하다. 남자들은 구석진 곳을 찾아 볼 일을 본다.
황순복 회원의 유혹으로 지원순 부회장님은 산으로 올라서 일을 본다.
출발 신호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달려간다. 회원들을 둘러보면서 좁은 입구에 나도 합류한다. 5km를 지나니까 자기와 비슷한 레벨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간다. 내리막에서 속력을 낸 이는 오르막에서 만나고 그러기를 계속 반복한다.
10m 앞에서 도성기 주무와 박현철 회장님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려간다. 나는 떨어졌다 싶으면 급수대에서 만나기를 반복한다.
한바퀴가 끝나기 얼마전에 김상훈 회원이 발목의 부상으로 달리기를 포기한다. 축구에서 발목을 다친 듯 싶다.
우리가 달리기에 미쳤듯이 그도 축구에서 그 맛을 못버린다.
한바퀴가 끝나는 내리막에서 힘이 난다. 그 페이스에 몸을 맡긴다. 이것이 마지막에서 독이 될 줄이야. 레이스 내내 왼쪽 무릎과
발바닥에 통증을 유발시켰다.
한바퀴는 편안하게 돌았다. 두바퀴에서 배고픔을 느끼는데 호박죽이 나왔다. 한컵을 먹으려니 조금은 뜨겁다.
차뒤로 돌아가서 볼일을 보는 사이에 회장과 주무가 출발을 한다. 아! 나는 아직 먹지를 못했는데. 호호 연신 불면서 얼른 입속으로 집어 넣으며 한 컵의 유혹을 버리며 쫒아간다.
길 잃을까 앞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달려간다. 왼무릎에 힘을 못 싣는다. 걱정이 서서히 먹구름 처럼 몰려온다.
두바퀴에서 갈등을 느낀다. 항상 25-30은 우리를 갈등시킨다. 열렬한 응원과 격려 속에 세바퀴로 갈등과 유혹을 뒤로하고
두 다리를 가동시킨다.
기록을 위한 대회는 아니기에 적당히 먹고 적당한 페이스로 달려가지만 42.195는 여전히 힘이 들고 고통을 느껴야 한다.
얼마가지 않아 회장과 주무는 안보이고 최기운 고문님이 걸어가신다. 힘내시라는 구호를 보내고 호박죽을 먹기 위해 언덕길을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내딛는다.
이젠 고통의 한계 속에서 주변 경치를 둘러본다.
대청호를 둘러보니 가뭄의 영향으로 물이 많이 줄었다.
등산로에서 시민들의 "도봉 파이팅" 소리에 나도 파이팅이라고 답을 해준다. '도봉'이라는 큰 글씨 때문에 우리는 확 눈에 띈다.
산위에서 대전 시내를 내려본다. 뿌연 스모그로 대전이 광역도시란 것을 일순간에 알 수 있다.
도성기 주무가 발에 쥐가 났는지 회장님이 다리를 마사지한다. 나도 힘들게 언덕을 올라와서 걷고 싶었지만 회장이 출발하는
것에 자극을 받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논산마라톤 회원은 주중에 딱 한번 5km만 뛰고 주말은 전국각지 대회에 참가하다보니 34번, 올해 신청한 나머지 대회에
참가하면 40번을 세운다는데 참가비도 만만치 않다.
우리 이홍희는 24번인가 참가한다는데...
첫바퀴를 1시간 35분, 두바퀴를 1시간 20분. 세번째 바퀴를 1시간 25분에 돌 수 있다면 4시간 20분 안에 들오 올 수 있으리라
예상을 하였지만 무거워진 다리와 점점 더 심해지는 통증은 걷지말고 천천히라도 뛰어가자고 다짐을 한다.
35에서 시작되는 긴 언덕을 마지막 나와 싸움이다.
걷고 싶은 유혹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긴다. 저 앞에서 회장님은 정말 무겁게 무겁게 고개를 올라간다.
나도 저 모습이겠지.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듯 안스럽다.
저 앞에서 발에 응급 조치를 한 지원순 부회장님이 보인다. 걷다가 뛰다가 하시는데 거리가 안 좁혀진다.
37km 정상. 바로 옆에 다가갔지만 말을 건넬 힘도 없다. 바나나와 음료를 마시는 사이에 안보이신다. 힘들어하는 회장님을
뒤로 하고 4km 남아있는 거리를 향해 마지막 힘을 낸다.
100회 마라톤 회원들이 앞서거니 하면서 같이 간다.
내리막길에서 무릎에 힘을 줄 수 없어, 아니 겁이 나서 빨리 달리지를 못한다.
결승선을 앞에 두고 각 클럽의 응원 소리에 오히려 정신이 산란스럽다.
또 완주를 하였다. 항상 고통을 느끼지만 또 뛴다. 다음 대회가 어디지...
모두가 힘이 드는지 서울로 바로 올라가자는 말에 동의를 한다. 대전이지만 동네가 시골 같아서 슈퍼에도 김치가 없더란다.
단무지 몇 조각으로 막걸리 안주 삼아 조용히 올라온다.
무슨 나들이 차가 많은지 고속도로에 차들로 꽉 찼다.
우리는 버스 전용차로로 쌩쌩 달린다.
내 다리도 버스 전용찰로를 달리는 차처럼 쌩쌩 달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술에 대회사진을 넣어주는 색다른 기념품 때문에 신청을 하였건만 6병에서 2병으로 줄었고 대형 타월도 없는 대회를
내년에도 또 올지는,, 글쎄다.
몇몇 회원은 사진이 누락이 되어 빈손으로 왔다. 나 역시도 못받았다.
주로에서 칵테일을 나눠줬다는데 나는 사먹는 것으로 착각하여 그냥 지나친 것이 못내 아쉽다.
술은 안 마시지만 배고프고 힘들 때는 뭐든지 먹어야 되는데..
다시 한번 검색을 한다. 어디 갈만한 데가 없나...
아 그리고 25인승 버스는 18명까지만 좌석이 머리받이가 없어서 불편하다...
첫댓글 참석 보람기 잘읽고 갑니다.빠른회복 하세요.
다녀 오신 회원님 수고 하셨어요. 함께 하지 못해 아쉽네요.
단체대회 준비하느라 수고 많이 했습니다. 구석구석 세밀히 챙기는 사무장덕분에 모두들 잘다녀왔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조의자에 앉자오느라 목까지 아프다니... 빨리 아픈 목과 무릎이 낫기를 바래요.
날씨도 안좋은 상황에서 풀코스 달리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래도 꾸준 하신걸 보면 참으로 대단 하십니다. 분명 아름다운 몸 성공 하시리라 믿습니다. 어서 빨리 회복 하시고 주로에서 만나요?
새벽부터 김밥 준비하시랴, 불편한 자리에 앉아 다녀오시랴, 이로이로 준비하고 진행하시느라 항상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에겐 즐거운 여행, 색다른 경험 이었습니다. 피톤치드....그래서인가 많이 지치고 피곤하질 않네요. 다녀오신 횐님들 모두모두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