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절반을 지나오는 동안 2012년 대학배구 춘계리그와 종합선수권대회 모두 마무리 되었다. 2․3․4학년 선배들의 활약과 더불어 신인들의 패기 있는 플레이가 더해지면서 전반기 대학배구코트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인들 중에는 유감없이 자신의 기량을 뽐낸 선수가 있는가 하면 아직 완전히 날개를 펴지 못해 아쉬운 선수도 있을 터, 종합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리면서 올해 첫 신인상의 주인공이 정해졌다. 영광은 인하대학교 황두연에게 돌아갔다. 인하부고 시절에 유스대표팀이기도 했던 그는 대학무대에서도 두각을 드러냈고, 또래보다 먼저 그 가능성을 확인 받았다. 대학배구 코트에 이제 막 익숙해졌을 그를 찾아 지난 학기를 보낸 소감을 들어보기로 했다.
INTERVIEW
황두연 인하대학교 배구부 학생선수 (인하대 12)
| 아쉬운 팀 성적, 그리고 수확
“팀 전체적으로 보자면 춘계리그보다는 단양 종합선수권대회에 더 준비가 잘 되었었다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춘계리그 때 더 준비된 편이었지만요. 종합선수권대회 때에는 제 능력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결과를 따지자면 두 대회 모두 마지막이 허무했어요. 춘계리그도, 종합선수권대회도 마지막에 힘이 부족해서 무너졌던 것이 아쉬워요. 춘계 4강전에서 경기대학교와 했던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결과는 패했지만 저희 선수들 몸 상태도 좋았고, 경기도 잘 했었거든요.”
춘계리그와 종합선수권대회를 치르고 난 황두연의 짧은 소감이다. 인하대학교는 두 대회 모두 3위에 만족해야 했다. 2010년 하계대회에서 우승한 이후로 최근까지 인하대학교의 팀 성적은 ‘배구명문’으로 통하는 기존의 명성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하대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한 발 앞서 올 신인들의 가능성을 입증 받은 셈이다. 바로 신인상을 수상한 황두연과 수비상을 수상한 조진구(1학년, 리베로)가 그 수확. 앞으로 인하대학교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올해 초 새내기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점을 묻자, 배구선수로서 자신은 딱히 장점이 없는 것 같다며 겸손했던 그에게 1학기 대회들을 치르면서 이제 본인의 장단점이 좀 파악되었냐고 질문했다.
“장점은 서브인 것 같아요. 단점은 블로킹이 약해요. 그래서 블로킹 연습을 많이 하고 있고, 캐치수비(서브리시브와 수비)도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황두연의 플레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서브다. 일찍이 고등학생시절 유스 대표팀으로 활약할 때부터 그의 서브는 인상적이었다. 인하대학교에서도 역시 손현종(2학년, 레프트)과 더불어 가장 강한 서브를 구사하고 있고, 특히 팀의 분위기를 역전 시킬 때 나오는 강 서브는 더욱 빛을 발했다. 그의 말대로 블로킹과 수비부분에서는 보완할 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1학년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신인상은 올해 받고 싶었던 상이었어요. 그런데 시합 때 제가 잘 못해서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경기도 잘하고 상을 받았더라면 더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아요. 감독님과 선수들한테도 감사하다고 전했어요. 수상할 때 부모님께서 함께 자리에 계시지는 못했지만 전화로 말씀 드렸을 때 정말 좋아하셨어요. 부모님도 중계로 보실 때 제가 시합을 잘 못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으셨나 봐요.”
대학에 들어와 첫 신인상을 받은 소감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의 시작은 훗날 그의 배구 인생에 호결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 배구, 막상 해 보니까 힘들었어요.
“부모님께 떼쓰고 몰래 운동하러 가고 하면서 시작하게 됐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지만, 처음 배구를 시작할 때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구를 하겠다는 뜻을 접지 않았다. 마음고생을 한 적도 있었다. 막상 배구를 시작하고 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은 물론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부상으로 발목수술을 했고,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하지만 힘든 일이 있더라도 부모님께는 ‘괜찮다’고만 할 뿐 속 얘기를 털어 놓지는 않는다. 오히려 친누나에게 가끔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대학교에 막내로 들어오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힘든 점도 있어요. 1학년들은 운동 끝나도 바로 쉬지 못하잖아요. 청소하고 짐 옮기고, 심부름도 하고. 그래도 저는 태호 형이랑 승빈이 형이랑 셋이 같이 방을 쓰는데, 저는 심부름 별로 없어요.”
물론 막내라서 좋은 점도 있다. 운동할 때 잘 되지 않아도 아직 1학년이니까 괜찮다며 크게 핀잔을 듣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맏형의 입장에서 다시 든든한 형들의 그늘 아래에서 뛰게 된 것은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다. 그는 특히 주장인 김은섭(4학년, 센터)을 평소에 조언을 많이 해주는 선배로 꼽았다.
| 12학번 새내기 생활
그는 인하대로 입학하기 위해서 인하부고로 진학했고, 인하부고로 진학하기 위해서 중학교 3학년 마지막 무렵 인하부중으로 전학을 갔다. 인하대학교의 무엇이 어린 그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인하대학교는 학교도 좋고, 배구도 잘한다고 얘기 많이 들었어요. 체육교육과인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이렇게 입학하게 된 대학교, 첫 학기 ‘선수’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보낸 소감을 들었다.
“우선 고등학교 때랑 비교해서 대학경기는 관중이 더 많아요. 높이도 높아요. 처음에는 1학년이지만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까 힘든 점이 많은 것 같아요.학교생활은 아직 과 친구들이랑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아요. 다음 학기에는 더 친해지고, 수업도 더 잘 들어가고 싶어요. 아직 대학수업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대학생활이 재미있어요. 운동 할 때나 놀 때나 대학이 더 재미있어요. 놀 때는 저희끼리 축구도 하고. 무엇보다 고등학교 때는 배구가 별로 재미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학교 올라와서 지금은 배구를 더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일반 학생들도 대학에 와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보다 대학 때가 더 즐겁다고 단언하는 그에게서 식지 않은 새내기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수업이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발표나 난감한 과제는 없었고, 교수님들께서도 학생 선수들을 많이 배려해주시는 편. 이번 학기 성적은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F학점은 하나도 받지 않았고, 친구들 성적 보다는 조금 더 나았다고 여유 있게 대답했다.
첫 여름 방학 휴가는 어떻게 보냈는지, 훈련이 없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집이 대천이거든요. 휴가 때 가족들이랑 해수욕장에 놀러가고, 주로 물놀이를 많이 했어요. 남은 방학 동안은 열심히 운동하고 곧 추계리그도 시작하니까 추계리그 준비 잘 해야죠. 저희 1학년들은 훈련 틈틈이 비는 시간에는 청소를 하거나 심부름을 하거나 해요. 저녁에 저는 주로 영화보거나 음악 들어요.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가요보단 팝을 더 즐겨 듣는 편이에요.”
| 팀 우승과 국가대표
대학생활 총 8학기 중에이제 막 한 학기를 마친 황두연. 3년 후, 지금과는 정반대로 마지막 학기만을 앞둔 시점을 가정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그는 무엇을 이루었을까.
“가장 하고 싶은게 있다면 팀 우승이에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고요.”
그는 대회를 치르는 동안 어떤 선수의 서브가 가장 받기 힘들었냐는 질문에 성균관대학교 전광인(3학년, 레프트)을, 다른 학교 선수들 중에서 롤 모델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경기대학교 송명근(2학년, 레프트)을 꼽았다. 이 둘 모두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쟁쟁한 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친구들이다.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자기 일에 전념하는’ 송명근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 또한 장차 후배들에게 본이 되는 선배로, 대표팀에 막내로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를 비롯해 인하대학교가 그토록 열망하는 팀 우승의 꿈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꿈은 이미 그들이 지나온 과거이자 가까운 미래다. 짧은 휴가를 끝내고 팀을 위해 일찌감치 훈련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향해 굳은 의지를 다지는 모습은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다가오는 앞날을 위해 한 발 먼저 걸음을 내딛은 그들의 노력이 곧 결실을 맺길 바란다.
“저는 배구 팬들한테 ‘배구를 정말 잘한다.’ 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제가 코트에서 잘 웃지는 않지만, ‘저 선수는 코트에서 배구를 즐기고 있구나.’ 하고 봐주셨으면 해요.”
신인이기에 그가 나아갈 길이 더 멀고 고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수고로움이 결국엔 더 빛을 발할 것을 알기에 그의 노정을 묵묵히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