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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20대 대선은 이전 대선과 달리 여야 대선후보 배우자들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뜨겁다. 예비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인 김혜경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배우자이자 서울대 의대 교수인 김미경씨의 공개적인 행보를 둘러싼 언론과 대중의 호기심이다. 묘하게도 세 사람의 성씨가 같아서 이른바 ‘3김(金)의 내조전쟁’으로 불린다.
- 악재 턴 김건희 공개활동 득실론…김혜경, ‘배우자 리스크’ 두문불출
- 가족리스크 자유로운 김미경, 安 참모이자 멘토로 맹활약
역대 대선에서 예비 영부인들이 보일 듯 말 듯 그림자 내조경쟁에 주력한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를 이상적인 영부인상으로 평가해왔지만 양성평등 강화라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보다 적극적인 영부인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세 명의 대선후보 배우자들은 공개 또는 비공개 행보를 통해 남편의 대선승리를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다. 여야 대선캠프 역시 대선후보는 물론 배우자에 대한 공세와 검증 또한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 안팎에서는 배우자의 대선 기여도가 초박빙 접전구도인 20대 대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최근 상황은 미묘하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크고작은 악재에 얽혀있기 때문이다. 전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지난 3일 대선 첫 TV토론에서도 배우자 리스크에 대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언급이 없었던 점도 이 때문이다. 우선 크고작은 의혹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두문불출했던 김건희씨는 MBC의 7시간 녹취록 보도 이후 상대적으로 여론이 호전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최근 팬클럽까지 만들어지면서 조만간 공개 등판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후보의 현장유세에 동행하는 등 지원사격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김혜경씨는 이른바 황제의전 논란은 물론 ‘쇠고기 법카’ 의혹으로 여론의 융단폭격에 시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족 리스크와는 거리가 먼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는 안 후보를 물밑에서 밀착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선캠프 운영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설 연휴 이후에도 오리무중 판세가 이어지면서 대선후보 배우자들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20대 대선의 히든카드 3김(金)의 뜨거운 내조경쟁을 짚어봤다.
7시간 악재 털고 팬클럽까지…조만간 공개등판 임박
김건희씨는 20대 대선국면에서 극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크고작은 의혹 탓에 김 씨는 그동안 외부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언론보도를 통해 허위경력 및 이력 논란이 폭로되면서 윤석열 후보의 대선가도에서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었다. 다만 1월 MBC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론 보도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윤 후보는 김씨의 7시간 통화 논란에 “공인의 부인으로서 (녹취록에) 상처받은 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불필요하게 왜 상대하고 이런 통화를 장시간 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론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MBC가 김건희를 구했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였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김 씨가 녹취를 인지하고 계산된 발언을 한 것 같다”면서도 “쥴리 의혹이 어쨌든 깔끔하게 해명됐다. 본인의 육성으로 해결했다”고 호평할 정도였다. 김씨에 대한 여론이 급반전하면서 오히려 상황은 여유로워졌다. 쥴리 의혹이나 검사와의 동거설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도 쿨하게 대처하면서 ‘걸크러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김씨 개인에 대한 팬클럽이 만들어진 것은 물론 이재명 후보에 반발한 친문 지지층 일부 역시 김씨에 대한 호감과 지지를 나타낼 정도다. 김씨는 기존 악재를 훌훌 털어내고 정치적으로 등판할 타이밍을 재고 있다.
징후는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전시기획자’라는 프로필을 등록하면서 공식 등판을 예고한 바 있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경우 네이버 프로필이 따로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의욕적인 행보다. 이 때문에 설 연휴 휴지기를 거친 김 씨가 오는 15일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개시를 전후로 공개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역시 김 씨를 둘러싼 네거티브 대응이라는 소극적 기조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보좌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정치와 언론 경험이 부족한 김 씨의 대외행보를 지원해서 윤 후보의 대선승리를 돕겠다는 구상이다.
김씨의 대외행보는 대국민사과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MBC의 7시간 녹취록 보도에서 언급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 씨는 물론 경선 라이벌이었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유감표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인 기자회견보다는 별도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하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이후 유기견 봉사 등 외부활동을 시작으로 대중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당 안팎에서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허위경력 의혹이 본격적인 공개활동과 더불어 재점화될 수 있는 것은 물론 무속논란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떄문에 김씨의 공개활동이 윤 후보의 대선승리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보다 세심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씨가 처한 여러 특수성을 고려해서 대선후보의 배우자로서 공개행보를 최소화는 게 대선승리에 유리할 것이라는 것이다.
잉꼬부부 과시 광폭지원…황제의전 논란 ‘곤혹’
김혜경씨는 남편 이재명 후보보다 대중적 인기가 낫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전업주부로 살아왔지만 여야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 중에서 대외활동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전 성남시장 선거,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 2018년 6월 경기지사 선거를 거치면서 쌓아온 내공이 20대 대선에서도 발휘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김 씨는 남편인 이 후보의 현장유세에 동행하는 것은 물론 조용한 광폭행보를 이어왔다. 실제 김 씨의 공개일정은 대선후보 못지않을 만큼 빽빽했다. 전국을 가로지르며 노인, 장애인, 아동 등과 만나는 강행군을 통해 밑바닥 표심을 다지면서 남편의 빈 곳을 메어왔다. 현장에서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수첩에 항상 기록하면서 남편에게 전달한다는 후문도 들려왔다. 때로는 이 후보와의 케미를 과시하는 잉꼬부부의 모습으로, 때로는 살림9단으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잘 나가던 김씨는 이른바 황제의전 논란으로 한순간에 이미지가 추락했다. 설 연휴 기간 중 이 후보의 경기지사 재직시절 김 씨가 도청 총무과 소속 공무원인 배모씨를 통해 약 대리 처방과 수령, 음식 배달과 같은 사적인 일을 지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이후 법인카드를 소고기나 회덮밥 구매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따라 김 씨는 당분간 공개행보 없이 두문불출할 것으로 보인다. 아들의 도박·성매매 의혹에 이어 이 후보의 형수 욕설파일까지 등장한 데 이어 또다시 가족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 후보로서는 최대 악재를 만난 셈이다.
특히 민주당은 대선국면에서 후보 배우자도 검증 대상이라면서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맹공을 이어왔다. 결과적으로 김씨의 황제의전 논란이 부메랑이 된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이 대선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송영길 대표가 이와 관련, “김건희 씨 수사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반박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워낙 자극적인 소재인 만큼 악재가 장기화될 경우 이 후보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해명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최초 보도 이후 무대응 전략을 취했다가 설 연휴 내내 여론이 악화된 뒤 김 씨의 명의로 뒤늦은 사과문이 나왔다. 김 씨는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송구하다”며 “있어서는 안 될이 있었다.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모 비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 역시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리스크에 시달려온 국민의힘은 김씨의 과잉의전 논란에 연일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원일희 선대위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나 김혜경 씨가 지시한 적이 없고 공무원이 과잉 충성 했다는 식의 해명은 꼬리 자르기 궤변 그 자체”라면서 “침묵으로 외면하지 말고 명백한 불법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역시 “배우자가 그렇게 공직자를 마음대로 이렇게 심부름시킨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갑질이다. 좀 상식적이지는 않다”며 “그런 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되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산전수전 겪은 김미경, 안철수 대선승리 적극
김미경씨는 산전수전을 다겪은 그야말로 내조의 여왕이다. 2012년 대선,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녹색돌풍, 2017년 대선에 이어 2018년 6월 서울시장 참패와 21대 총선 폭망, 202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남편인 안 후보의 정치적 흥망성쇠를 모두 함께 했다.
특히 20대 대선은 안 후보에게 남은 마지막 정치적 기회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씨 역시 안 후보의 대선승리를 위해 전방적위적으로 뛰고 있다. 대선캠프 주변에서는 외유내강 스타일의 김씨는 안 후보의 든든한 정치적 동지이자 뛰어난 멘토라는 평가까지 내릴 정도다. 조용한 이미지와는 달리 안 후보의 일정, 전략, 메시지에도 적극적인 의견을 내면서 참모로서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김 씨는 서울대 의대 시절 가톨릭 봉사동아리에서 안 후보를 만나 “철수형”이라고 부르며 도서관에서 만남을 이어가다 부부의 연을 맺었다. 김 씨는 남편 안철수 후보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일 수도 있는 20대 대선의 승리를 물밑에서 지원 중이다. 김혜경·김건희씨와는 달리 별다른 악재가 없다는 점에서 공개 행보에도 적극적인 것은 물론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말 2박3일 호남일정이 눈길을 끌었다. 전남 순천 출생으로 여수에서 자란 김 씨는 현장에서 오히려 안 후보보다 인기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김 씨는 시장상인들과의 적극적인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으면 “제가 안철수 부인이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서울대 의대 교수라는 전문성을 살펴서 설 연휴 기간 중 남편과 코로나 의료봉사에 나선 점도 대중적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감염 경로 연구로 유력 외신의 조명을 받았던 외동딸인 안설희 박사까지 함께 하면서 여야 유력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가족리스크가 없다는 점을 뽐내고 있다. 안 후보로서는 부인과 딸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여야 대선후보 배우자들의 맞대결은 20대 대선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또하나의 관전포인트다. 공개행보에서 나타난 패션은 물론 말투나 이미지 등 모든 게 대중의 관심사”라면서 “이른바 ‘김혜경 vs 김건희’라는 맞대결 구도와 각각의 리스크는 박빙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vs 윤석열’ 경쟁구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갈 길 바쁜 이재명 후보로서는 ‘황제의전’으로 상징되는 배우자 리스크가 박스권 지지율 돌파의 걸림돌도 작용할 수 있다. 여론반전에 성공한 윤석열 후보는 김건희씨의 공개행보에 대한 대중적 평가에 따라 대선가도에서의 득실이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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