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6일 대림 2주간 화요일 (마태 18,12-14)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져야 하는 일"
옛날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다는 사람 별로 없겠지만, 저 역시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정말 공부를 잘했습니다.
초등 때는 국산사자, 중딩 초기는 국영수...
시험을 보면 올백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렸고, 어떤 때는 그중 한, 두 개 틀린 게 분해서 책상에 엎드려 찔찔 짜고 울던 (지금 생각하면) 참 ‘재수없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집안 가세도 기울고 또 미술부다 뭐다 삐딱선을 탄 이유도 있지만,
그때 생각에 사람 사는데 너무 그렇게 점수 하나에 아등바등 빡빡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란 회의감이 들면서 공부는 그저 적당히, 그럭저럭 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공부 잘하는 것과, 공부 못하는 차이가 뭘까...를 생각해 보니까 공부를 잘하는 비결은...
그날 배운 것 중에 모르는 것,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질 못하고,
어떤 때는 안달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게 그걸 이해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즉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나 집중력 같은 것이 바로 공부를 잘하는 비결 같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고등학교 때는 모르는 것이 생겨도 “나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말고, 안달 떨 필요 없이 적당히 넘어가 주는 것도 필요하다.”란 생각으로,
예전 같으면 100점 못 맞으면 스스로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했을 텐데, 그때부터는 점점 90점, 80점으로 목표를 낮추다가 그냥 대충, 그럭저럭- 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도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겠다, 꼭 월드컵 16강에 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참 덧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살아보니 요즘엔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자신을 들볶아대며 안달복달할 필요가 없는 건 맞는 말이지만, 또 세상일에는 설렁설렁 적당히 넘어가 줄 일도 있는 반면, 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물고 늘어질 일도 있다는 것...
이렇게 적당히 해야 할 일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아는 판단력이나 식별이 필요하더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끝까지 찾아 나서는 비유 이야기도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아흔아홉 이 정도면 거의 성공 아닌가?
이쯤에서 ‘대충’ 만족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수님은 당신이 돌보는 양만큼은 ‘대충, 적당히’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목자가 양을 포기하는 일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
특히 힘없는 작은 이들을 거두는 일만큼은 대충, 적당히..가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