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은 의료인력을 채용하려면 수도권보다 배로 높은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 병원 수익성은 낮고 인건비 지출은 높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중소병원의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 의사 인건비에 허리휘는 중소병원 <하> 중소병원 떠나는 간호사들 | | | |
"4년제 졸업한 사무직 직원의 초봉은 1600만원이다. 하지만 간호사는 3000만원 이상이다. 전문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격차가 너무 크다."
"솔직히 의사는 병원 수익을 올리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간호인력은 보조인력인데 인건비가 너무 높다보니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고민이 많다."
이는 지방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두 병원장의 솔직한 심경이다.
최근 지방에 위치한 중소병원들은 간호인력난을 겪는 동시에 인상된 간호사 인건비 부담으로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들은 간호사를 채용하는 게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지경이니 그만큼 인건비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경북의 A중소병원에 따르면 4년 전만해도 간호사 초봉은 2천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3천만원으로 크게 인상됐다.
A중소병원장은 "간호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매년 100만원씩 인상되는 것은 기본이고 연봉협상을 1년에 2번, 심한 경우 3번까지도 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주변 병원들이 인상된 임금을 제시할 때 그만큼 맞춰주지 않으면 그만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해에 두번이고 세번이고 연봉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충북의 B중소병원장은 일반 사무직 초봉은 1600만원이지만 간호사 초봉은 3500만원까지 제시했다.
B중소병원장은 "이렇게까지 높여놔도 간호사 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수도권과의 격차가 너무 큰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처럼 지방 중소병원들에 간호사 인건비가 상승한 결정적인 원인은 간호등급제.
이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로, 등급을 정해 기준 이상의 간호사를 채용하면 정부가 가산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큰 대형병원이 간호사를 많이 채용해 간호등급을 올리면서 중소병원 간호사까지 싹쓸이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내세우는 전문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 간호사 채용을 늘리면서 지방의 간호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간호인력이 병원 이외 정부기관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모 중소병원장은 "최근 심평원 등 정부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수가 증가한 것도 중소병원 간호인력난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당장 간호사 한명 한명이 아쉬운 마당에 정부기관으로까지 흘러들어가니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전문병원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도 그전에는 간호조무사를 채용하는 비중이 더 높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간호사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가 발간한 2010년 병원경영통계에 따르면 특별시에 위치한 의료기관의 경우 500병상 이상~1000병상 미만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1인당 평균 급여가 100병상 이상~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보다 1000만원 이상 많았다.
하지만 중소도시의 경우 500병상 이상~1000병상 미만의 상급종합병원보다 100병상 이상~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 간호사 1인당 평균 급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도권은 병원 규모가 클수록 급여가 높았지만 지방의 경우 영세한 중소병원일수록 간호사들의 지원이 없다보니 임금이 인상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A중소병원장은 "요즘엔 수도권 병원의 간호사 초봉은 3200만원, 지방은 3500만원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면서 "대기업도 경기불황으로 연봉을 동결하기 일쑤인데 병원은 다른 세상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협의회 관계자는 "간호등급제는 인센티브 제도가 아니라 '협박제도'에 더 가깝다"라면서 "간호사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감산까지 하는 것은 지방 의료현실을 모르는 제도"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