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은 망자에게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걸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 동진시대에 천하 명필인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오룡’이라고 했고, 아들은 ‘유룡’이라고 했다 합니다.
아버지 오룡은 독실한 도교 신자였습니다. 동진 당시 중국은 도교와 불교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대였지요. 아버지 오룡은 도교 신자였기 때문에 불교를 아주 싫어했어요.
그런 그가 나이 들어 큰 병에 걸리게 되었을 때 아들 유룡을 불러 유언을 남깁니다.
유언의 내용은 절대 불교를 가까이하지 말라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불경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아도 절대로 써 주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유룡은 아들에게 이 말을 어기면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니 반드시 명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오룡은 피를 토하고 온몸을 쥐어짜면서 아주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을 때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내생에 어디에 태어나게 될지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허공에 손발을 휘저으면서 눈을 부릅뜨고 괴로워하다 죽으면 대부분 지옥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배고파하다가 죽으면 아귀로,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거나 엉금엉금 기어다니다가 죽으면 축생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반면에 조상님이 보인다고 하거나 먼저 돌아가신 누군가가 보인다고 하면서 숨을 거두면 사람으로 태어난다 하고, 밝은 빛이 보인다고 하면서 편안하게 숨을 거두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오룡이 죽을 때 보인 모습은 정확히 지옥에 떨어지게 될 중생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평생 불교를 비방했던 업보에 의해서 지옥에 떨어진 것이지요.
오룡이 죽은 후 세월이 흘렀습니다. 독실한 불자였던 당시 동진의 황제는 아버지에 이어 천하의 명필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유룡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자신이 사찰에 공양 올린 『법화경』을 단정한 글씨로 써 오라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유룡은 아버지의 유언을 생각하여 황제의 명령에 따르지 않습니다.
이후 거듭된 명령에도 따르지 않자 황제는 유룡의 사정을 이해하고 각 권의 제목만이라도 써 줄 것을 요청합니다. 유룡은 이 명령까지 거부할 수는 없어서 『법화경』각 권의 제목을 썼습니다. 『법화경』, 즉 『모법연화경』은 8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권의 제목은 ‘묘법연화경권제일’, ‘묘법연화경권제이’, 이런 식이지요.
각 권의 제목이 여덟 글자인데 이렇게 여덟 권 각각에 대해 제목을 쓰면 모두 64자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유룡은 총 64자를 쓰게 되었지요.
『법화경』각 권의 제목들을 써서 바친 다음 유룡은 한탄했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유룡은 잠이 들었는데 꿈을 하나 꾸게 됩니다.
꿈에서 유룡은 하늘세계에 사는 천신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자신의 집 마당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답니다. 깜짝 놀란 유룡은 천신에게 인사를 올리고 어느 하늘세계에서 오신 분이시냐고 물었다고 해요. 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나는 네 아버지 오룡이다.이 아비는 전생에 부처님 법을 비방했던 악업 때문에 목숨이 다한 후 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통을 당하고 있었느니라. 과거에 내가 저질렀던 일들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어쩔 수가 없더구나. 너라도 불법을 숭상하여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 말라는 말을 네게 해 주고 싶었지만 그 또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옥에서 고통받던 어느 날, 머리 위 허공에 ‘묘妙’라는 글자가 딱 박히더구나. 그리고 그 다음에는 ‘법法’자, ‘연蓮’자, ‘화華’자, ‘경經’자, ‘권券’자, ‘제第’자, ‘일一’자가 차례로 박히더니 이런 식으로 모두 64자가 박혔단다. 이 64자는 모두 부처님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그 모습을 본 염라대왕과 저승사자와 지옥의 나찰들이 모두 나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그러더니 지옥의 모든 불길이 사라지면서 이 아비의 고통도 다 사라지더구나. 그 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이 아비는 어느 새 천상세계에 다시 태어나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네가 『법화경』각 권의 제목 64자를 쓴 공덕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하더구나. 이 아비가 너를 찾아온 것은 아비를 구해 준 네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란다. 앞으로 너는 열심히 불법을 믿고 따르도록 해라.”
꿈에서 깨어난 유룡은 기쁜 마음으로 곧장 황제를 찾아갔습니다.
“황제이시여,『법화경』6만9천 자를 모두 쓸 수 있는 영광을 제게 주십시오. 피를 쏟는 마음으로 임하여 부처님께 올리겠습니다.”
갑작스레 변한 유룡의 태도에 의아했던 황제는 어떻게 된 연유인지 물었고, 유룡은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유룡의 이야기를 들은 황제는 크게 기뻐하면서 이 일을 기록으로 남겨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지게 했습니다. 이후 유룡은 평생 오로지 불경만을 쓰면서 열심히 수행하며 살았습니다. 이렇게 제목만 적어도 크나큰 공덕을 받는데, 하물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거나 모두 사경한다면 그 공덕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이와 같이 유룡의 아버지 오룡이 지옥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를 네 글자로 하면 뭐라고 할까요? 이것이 바로 ‘영가 천도’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까이하고 부처님의 경전을 열심히 외우거나 베끼고, 항상 부처님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염불수행을 열심히 한다면 여러분들 삶에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 다다음 생이라도 여러분들이 그 공덕을 다 받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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