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부모님께서 도착하신 첫날이었습니다.
나이트사파리는 밤에만 하기 때문에 도착한 첫날 오후에 가는게 딱 맞더군요.
한데 부모님께서는 나이트 사파리 가서는 별별 잔소리만 다 하시다
그래놓고 '싱가포르 볼거 별로없네'이러십니다.
저는 너무 열이 받아서 그 이후에 계획했던 주롱새공원 등을 다 날려버렸습니다.
주롱 새공원이 얼마나 유명한데인데요.
하지만 거기 가서도 볼거없다고 투덜대실거 뻔하니까요.
더 기가막힌건 그 이후입니다.
제가 유럽에 갈까 싶어서(가야 할 일이 있었음) 계획중이라고 하니
패키지로 다녀야 효율적이라고 하십니다.
싱가포르에서 너무 '개고생'만 하고 본게 별로 없다나요.
싱가포르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볼것이 많지 않은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패키지로 가서도 보는건 결국 그건데
첫날부터 싱가포르 볼거 없네 이러면 저보고 어쩌라구요.
그러니 계획했던 코스를 다 망쳐서 이도저도 못하니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겠죠.
한국사람들 유럽에서 한 곳에 하루이틀만 있는거 유럽에선 아주 손가락질합니다.
'한국인들은 여행을 전투의 고지 깃발꽂듯한다.'
저희 아버님은 예전에 회사에서 포상 휴가로 태국을 가셨는데요.
태국은 볼거리가 많아서 재미있으시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식인 저는 태국 등 지저분한 나라를 가서
전염병과 식중독 걱정에 시달릴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특히 당시는 신종플루도 기승을 부렸던 시기였습니다.
전 게다가 돌아온지 한 2~3일만에 고열과 두통에 시달린 적도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그 날이 주말이다보니 신종플룬가 해서 밤에 응급실 갈 생각마저 했습니다.
그 다음날 머리의 열이 다 떨어져서 별일 아니고 넘어갔지만
만일 진짜 신종플루였다면... 하이고...
그 이후에 저희 부모님께서 뜬금없이 중국 베이징을 가보시겠다고 합니다.
패키지의 바가지 뒤집어쓸까봐서라도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님은 '그건 내가 알아서 대처할게'하십니다.
제가 다시 아버님께
싱가포르같이 깨끗한 나라 가서도
결국 순두부와 된장찌개만 찾으시면서
중국같이 정말 식사때마다 갑갑한데 가셔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실거냐고 했습니다.
정말 중국과 홍콩에서 식사때마다 도대체 믿고 먹을데가 어딘가싶어 짜증났던 생각하면...
이런데를 부모님이 가신다고 생각하면 소름끼치더군요.
결국 중국 관광 계획은 없던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도리어 해외에서는 먹을것에 그런대로 잘 적응하는 편인데
다른 가족들은 저보다 어린 동생들마저도 결국 한식당만 찾더군요.
부모님도 아마 해외여행 가실일 없을겁니다.
싱가포르에서 그렇게 싱겁게 끝나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이후에 혹시라도 후진국으로 가신다고 하면 단 한방이면 끝납니다.
'가장 깨끗하다는 싱가포르 가서도 순두부 된장찌개만 찾으시면서
그 지저분한 나라는 가서 어떻게 하시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