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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로만 이루어진 산호섬, 멀리 구름을 이고 있는 섬이 떼르나떼입니다.
여기 자이롤로 남쪽에 시당고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거기는 규조토광산이 있는 지역으로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이미 많은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판매나 합작 문제로 외국회사들과 접촉중입니다. 이 섬 바로 앞, 배로 5분 거리에 산호섬이 있습니다.
바다 속 산호들이 파도에 쏠려 쌓여서 생긴 섬으로 아직 풀이나 나무가 자라지 않는 순전히 산호로만 이루어진 섬입니다.
현재 크기가 얼마 되지 않으나 계속 자라듯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다녀가는 이도 없고 접안 시설도 없는 갓 섬의 형태가 생겨나는 과정에 있는 산호섬입니다. 근처에 또 하나의 작은 산호섬이 물속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멀리서 바라본 산호섬
직원들이 조사를 위해 떼르나떼 사무실에서 시당고리로 배를 전세 내어 다니면서 그 산호섬에 배를 대고 채집한 산호들을 떼르나떼 사무실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선배에게 얻은 산호,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찍었습니다.
제 행동반경 상 인도네시아에서 구입할 귀국 선물이 마땅치 않습니다.
선물은 비싼 것보다도 그 나라의 특산물이 좋은데, 짭띠꾸스와 이 산호가 사람들에게 가장 괜찮은 선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 산호는 그 산호섬을 갔다 와야 하는데 그게 비용도 비용이지만,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행히 자이롤로 선배가 제가 산호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몽땅 주었습니다. 그리고 떼르나떼에 있는 다른 선배 산호도 꾸러미 채 하나를 가져가라고 일러 줍니다.
2007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밥을 해주는 노르마는 이틀 방학한 아들을 여기에 데리고 오더니 떼르나떼에 데려다 주면서 점심을 먹고 나갔고, 운전기사인 유삭은 2, 3일을 휴가를 내어 부모님께 간다고 퇴근했습니다. 지질직 2명중 한명은 오늘 복귀를 해야 하는데, 비행기편이 결항되었다고 도착이 늦어진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총무직인 로날드도 떼르나떼에 볼 일이 있다고 외출했습니다.
식당이 한적한 길에 아무런 안내판이나 간판이 없습니다.
생선토막구이와 소스, 그리고 깐콩이라는 나물무침
지질직 수나리오의 생일 인데다가 선배가 여기 와서 사귄 이웃이 식당을 오픈한다고 하여 저녁은 거기서 먹기로 했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막상 가보니 문이 닫혀져 있고 주인은 바깥에 나와 있는데, 우물쭈물 하면서 정식 오픈은 내일한다고 하는군요.
어쨌든 들어오라 하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생선구이를 부위별로 주문 받는데 뭔지 모르니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서 빨리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문하면 그제서야 준비를 해서 요리를 하니 주문 후에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네델란드의 식민지여서 주문 후, 한 시간 뒤에 요리가 나오고, 먹는 시간이 한 시간, 식후에 디저트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한 시간 등, 외식을 하려면 시간도 많이 소요되거니와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자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선배가 들려줍니다.
시당고리에서 신선한 생선을 가져온다는데, 고기는 괜찮은 편이지만, 집에서 먹는 식사와 크게 다를 바를 모르겠습니다. 가격은 일인당 2만 루삐아 정도인데, 우리네 돈 가치로 환산하면 무척 싸지만, 여기 기준으로 하면 싼 편은 아닙니다.
식사를 마치고는 집으로 돌아 왔는데. 오늘 따라 유난히 한적한 집 앞길에 오토바이가 많이 지나다니고 걷는 이도 제법 보입니다. 하도 많이 다니기에 물어보니 새해를 맞는 뮤직페스티발이 부근 군청에서 벌어진다고 합니다.
경비 데릭이 오토바이를 타고 부인과 함께 들렀는데 페스티발 구경을 가느냐고 물었더니 닭튀김을 사러 나온 모양입니다. 초면인 부인이 유창한 영어로 말을 계속 걸어와 이쪽의 우먼파워를 짐작케 해줍니다. 집에서 직장이야기를 자주하는 편인지 소상하게 알고 있는 느낌입니다.
데릭 부부
축제도 구경할 겸 연말연시를 그냥 보내기 뭣해 선배를 꽤서 페스티발 장소로 갑니다.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인데 가는 도중에도 오토바이의 행렬이 끊이지 않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오토바이는 여기서 택시영업을 하는데 오잭이라고 합니다. 소위 영업용 택시가 승객을 실어 나르는 거지요.
작은 언덕을 오르는 중에 오토바이를 탄 누군가가 서면서 말을 붙여 오길래 보니 운전기사 유삭이 부인과 함께 구경을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불빛에 우리를 보고 아는 척을 한 것입니다.
언덕을 넘어가니 수많은 차량과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멀리서 여자가수의 노래 소리가 들립니다. 선배와 저는 맨 뒤편에서 목을 빼고 구경하고 있으려니 사진 찍기도 뭣해서 혼자 인파를 헤치고 맨 앞으로 이동합니다.
어떤 여성분의 의자를 빌려 올라가서 찍었습니다.
운집한 군중
인구가 별로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 자이롤로에 웬 사람들이 이렇게 운집했는지 놀라울 정도의 인파입니다. 선배 이야기로는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하는 이런 행사에는 여기 사람 뿐 아니라 또소아, 그리고 그보다도 더 먼 이부, 혹은 떼르나떼에서도 배를 타고 구경을 온다고 합니다.
사진기를 들고 가니 사람들이 모두 길을 터줍니다.
맨 앞에 가니 질서유지를 위해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있습니다.
사진기를 든 외국인인 저를 보고 공간을 마련해 줍니다.
중앙무대에서 관객석 앞으로 기다란 무대가 마련되어 가수가 왕복하면서 노래를 하고 주변 사람들은 열광을 하면서 손을 흔드는가 하면, 악수를 청하기도 합니다.
가수는 친절히도 일일이 악수를 해 줍니다.
열창하는 가수
열창하는 가수와 운집한 군중
이번에는 좀 더 중앙무대 가까이 밴드 옆으로 가봤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하나만 있어도 모두 자리를 비켜 줍니다. 거기에는 저처럼 디지털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두어 명 가량 있습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선배에게 했더니 그 사람들은 여기 사람들이 아니라 떼르나떼에서 온 사람들 일거라고 말해 줍니다. 어쨌든 여기서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만, 가수가 하도 움직이고 다녀서 제대로 찍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 배터리도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물러났습니다. 여기서 카메라가 있으면 중앙무대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중에는 여기 우리 회사 주주이자 군수인 무빠띠가 무대에서 인사를 합니다.
우리랑은 일종의 정경유착이지요.
이후 숙소로 돌아왔는데, 자정이 되어 한 이 분간 불꽃놀이를 합니다.
평시보다 좀 더 늦게 새해를 맞이하고도 한 시간 가량 더 있다가 잠이 듭니다.
첫댓글 어머나 저 호수같은 바다 가보고 싶네요 저 조갑들도 한번 가져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