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이상은 유제두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세계 미들급 권투 챔피언이었다. 지금은 환갑 정도 되었을 거다.
참고로 미들급은 운동 매일 하는 근육덩어리 현역 체중이 71~75킬로그램이다. 운동 쉬면 80킬로그램은 바로 쉽게 넘어간다.
한국인으로서는 결코 작지 않은 체격이고 오랫동안 권투까지 하고
그게 세계챔피언이었다면 한마디로 무적이다.
80년대의 일이다.
누군가 파출소에 신고를 했는데 학생들이 빙 둘러서서 아저씨 하나를 때린다는 것이었다. 출동해보니 중학생 또래 여러명이 누군가를 때리고 있고 그 중에 두 녀석이 한 팔에 하나씩 그 매맞는 아저씨에게 붙잡혀 있는 거였다.
경찰이 오니깐 이 녀석들이 다 도망가고 붙잡혀 있던 두 녀석만 파출소에 연행하였다. 맞은 아저씨 즉, 피해자 조사를 하는데 [유제두]였다.
파출소장과 경찰들 몇몇은 유제두라는 이름을 물론 알고 있었다.
소장과 경찰들이 모두 놀라면서 " 아니, 선생님, 왜 맞고 계셨어요?"
그랬더니 이 중년의 유제두 아저씨, 왕년의 세계 미들급 권투챔피언이 뭐라 했는지 아나? 가만 있더니 조용히 말하기를 " 제가 때리면 다 죽습니다"
이게 무술인이고 이게 스포츠맨인 거다.
내가 때리면 다 죽는다. 맷집은 나름대로 있으니까
그리고 학생애들한테 맞아봤자 얼마나 맞겠나 이러면서 누군가 신고할 때까지 매 맞으면서 두 녀석만 꽉 잡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이 두 녀석이 유제두를 알 턱이 있나? 그 녀석들은 당시 중3이었다.
유제두라는 이름을 분명히 들었는데도 파출소에서 악을 쓰며 이러는 거다.
"아이 씨팔 유제두가 누구야 확~ 아저씨, 너 더 맞을래?" 이랬다.
그 녀석들 까부는 걸 옆에서 들으면서 얼마나 기가 차던지.
나중에 그 부모들이 와서는 자기네 아들들이 때린 아저씨가 유제두라는 걸 알고는 너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유제두에게 미안하고 고맙기도 해서
유제두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