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하면 떠올라 흥얼 거리길 "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면..."
이것을 개사 하길 " 살무사 껍질 벗겨 그녀의 목에 걸면 그녀는 깝짝 놀라 내 품에 안기겠지..."
하여간 생각하는 것이라곤 그 수준이 땅 바닥이다.
하지만 카셋트 라디오와 기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몰래 감추며 경춘선 열차를 타던 세대이고 보면 그때의 추억이 어디 가겠는가!
봄 바람은 황사바람이 아니더라도 살랑살랑 거리지 않는다.
정오만 넘었다 싶으면 여지없이 바람은 거칠어 진다.
하지만 숲속의 양지 바른곳!
하기사 숲속의 양지 바른곳이 묘터 말고 또 어디 있겠는가!
폭신폭신한 잔디와 바람을 막아주는 나무들,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
영화속 주인공도 아니고 엉덩이 밑에 뭔 손수건을 받치겠는가.
그저 털석 주저 앉아도 좋은 잔디 밭인것을...
살무사 껍질 벗겨 그녀의... 남의 묘지 앞에서 저절로 나오는 흥얼거림이 올바른것이 아닐런지 모르겠지만 나름 분위기가 그런대로
좋지 않은가!
숯불에 주먹만한 조개를 얹어 구우며 곡차라도 한 잔 걸치면 극락인들 부럽겠는가!
하여간 이것이 나의 생각의 한계이다.
자라온 환경, 살아온 환경이 그렇고 그러하니 수준도 도낀개낀 아니겠는가!
조개나물 탓이다.
묘지의 이곳 저곳에 핀 조개나물 탓이다.
어째서 조개나물인가!
스무고개를 넘듯 "살무사 껍질 벗겨..." 흥얼흥얼...
우선 "나물" 부터 짚어보자.
들나물이던 산나물이던 나물은 봄에 채취한다.
겨우네 얼어 붙었던 대지가 해토되면 순이 나오고 싹이 트기 마련이다.
어린순과 싹은 우선 덜 질겨 씹기가 좋다.
그리고 독성이 적다.
쌀독은 비었고 보리가 익으려면 좀 더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춘궁기, 즉 보리고개가 이 때쯤이다.
먹어야 산다. 그러니 쌀가루 조금 넣고 풀떼기라도 넣어서 멀건 죽이라도 쑤어야 먹고 살 수가 있다.
쌀독이 넘치는 지주의 집안에선 풀떼기에 쌀가루를 발라 바삭바삭하게 튀기거나 밥지을때 위에 얹어 쪄서 별식으로 먹기도한다.
사실은 이도 쌀을 아끼려는 수단이지만 소작농 입장에서 보면 호사를 누리는것으로 비치리라.
여하튼 이때 맛이 있던 없던 먹을 수 있는 풀은 모두 나물이다.
간혹 먹음직 스럽게 생겨서 나물이란 이름이 붙여진 독초도 있지만 말이다.
당연히 조개나물도 나물로 먹었던 풀이다.
한식 무렵 조상의 무덤을 찿게되고 그곳에선 누런 뗏장 사이로 푸른잎이 무슨 탑을 쌓은듯한 모습으로 조개나물이 나오는 시기다.
바로 이 때가 조개나물을 나물로 먹는 시기이다.
나물은 그렇다치고 어째서 조개란 이름을 엊었을까!
바닷가 식물도 아닌데 말이다.
이 해답은 꽃이 피기 시작 하면서 부터 알게 되었다.
사진에서 우측의 마른 솔잎이 서 있는곳을 보면 이해가 된다.
조개 껍질이 열리듯 잎이 아래로 처지고 흡사 조개가 껍질 밖으로 몸을 내밀듯한 모양으로 꽃이 피기 때문이다.
지금도 꽃을 보면 숯불 위에 놓여진 조개가 익어가며 껍질을 쩌억 벌리는 모습이 상상되어 침이 고이는데...
배고픔을 일상적 삶으로 여기던 옛 사람들은 바른것도 헛것으로 보일 판인데 오즉 했겠는가.
더군다나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여느 고기에 뒤지지 않을 조개살이고 보면...
꽃을 보고도 상상 할만 하지 않겠는가!
막걸리라도 한 잔 해야겠다.
비도 내리는데....
첫댓글 ㅎㅎㅎ 그런 연유가 있군요...암튼 봄날엔 꽃이 최고입니다.
참 구수한 옛이야기에 꽃에 대한 상식까지 얻어가니
草仙님 글을 읽을때마다 행복한 기분이 전염됩니다~! ^ ^ 감사~! ^ ^
아하~그렇군요~~
매일이 새롭습니다.
하하하~ 초선님 덕분에 또 한수 배웁니다.
'조개나물' 저도 엊그제 담아왔는데.. 다시한번 봐야겠습니다. ^^
초선님~ 행복한 연휴되시기 바랍니다.^^
혹시 곡차 좋아 하시는지요.
막걸리요.
진땡이!
제가 올리는 글은 늘 저의 짧은 식견으로 허접하오며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습니다.
절대로 믿으시면 아니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