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사망자의 가족이나 친구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는 등 자세한 조사를 통해 자살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다. 일기와 같은 개인적 기록을 포함, 광범위한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사망자의 의도와 죽음을 유발한 정신·행동적 요인을 밝혀낸다. 핀란드와 영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심리적 부검으로 알아낸 통계 정보를 자살예방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심리적 부검이 시작된 것은 1950년대 무렵이다. 당시 워싱턴 대학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이 세인트루이스(St. Louis)에서 1년간 자살한 사망자들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등 관련 요인을 조사해 분석했다.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50년대 LA 자살예방센터(Suicide Prevention Center)에서 근무했던 심리학자 에드윈 슈나이드먼(Edwin Shneidman)이다. 1958년 에드윈 슈나이드먼을 포함한 LA 자살예방센터 연구진은 원인이 불분명한 사망자의 자살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체계적인 심리적 부검 방법론을 개발했다. 에드윈 슈나이드먼은 1968년 미국자살학회(AAS, American Association of Suicidology)를 창립해 자살 사망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심리적 부검 도구를 개발·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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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부검을 위해서는 자살한 사망자의 대인관계와 의학적 변수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 정신질환이나 신체질환 등의 의료기록과 사망자가 남긴 유서, 경찰 수사기록 등을 포함해 사망자의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의 심층 면접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사망자의 평소 성격 특성과 행동적 특성 등을 파악하고 의학 병력과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사망 전의 상황과 행동 변화, 자살 경고 신호 등을 재구성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한다.
한국에서 정부 차원의 심리적 부검은 2006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심리부검자문소위원회를 통해 처음 시행되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군 복무 중에 발생한 원인 불명의 의문사를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2009년에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심리적 부검을 시행하기도 했다.
2015년 보건복지부 산하로 심리적 부검을 진행하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설립되었다. 자살한 고인에 대해 알고 있는 유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등이 심리적 부검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심층 면담 후 소정의 정보제공비가 지급된다. 면담은 비밀로 유지되며 별도의 인적사항도 기록하지 않고 분석과 통계를 위한 자료로만 쓰인다.
또한,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는 유가족 등 정보제공자를 대상으로 각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나 자살예방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인 상담과 사례관리 등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조사·분석한 심리적 부검 자료는 자살예방정책에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