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골프경기가 넘쳐났다. 2개 채널이 시간에 맞춰 중계하기에도 바쁠 지경이다.
평소에는 경기가 3~4일 일정으로 2개 정도 열리므로 목요일 부터 이리저리 찾아서 보다보면 주말 보내기가 지루하지 않다. 그런데 어제는 무려 5개 경기가 개최되었다. 그것도 비중있고 상금도 많은 중요 대회였으니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눈복이 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지난 주말 경기는 치열한 경쟁으로 재미도 있거니와 그 결과도 의미가 있어 여기에 기록해 두는 것도 나름 뜻이 있겠다 싶다.
우선 미국의 남자대회는 그 이름도 유명한 'PGA챔피언십'이다. "이 대회를 안보고 골프를 말하지 말라."는 방송사의 광고가 이 경기의 비중을 잘 전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맥일로이와 미국의 영웅 필 미컬슨, 리키 파울러의 대결로 압축된 피말리는 게임은 결국 25세 황태자의 한 타차 승리로 끝났다. 그 결과로 맥일로이는 180만달러의 상금과 함께 '지존'의 자리도 흔들림없이 꿰어찼다.
또 다른 경기는 LPGA 여성 상위자들 간의 대회인데 박인비가 이틀째부터 선두를 달렸고, 랭킹 4위 노르웨이 출신의 수잔 페테르센이 1타차로 뒤를 쫒고 있었다. 그런데다 1년차 루키인 한국의 이미림이 상위권에 포진해 우승경쟁을 펼쳤는데 결국 박인비와 이미림이 동타로 경기를 마쳤다. 둘은 연장전에 들어갔고 우승의 영광은 신인 이미림에게 돌아가 미국무대에서 각광받는 선수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에서도 2개 대회가 열렸다. 남자대회는 92년생 황중곤이 우승했는데 그동안 일본에서만 2차례 우승했고 우리나라에서 유독 타이틀이 없다가 이날 의미있는 국내 우승자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여자대회는 경산의 인터불고 골프장에서 열려 코스가 익숙하고 친근감이 들어 더 열심히 지켜보았다. 이 경기는 이정민이 여유있게 2타를 앞서 나갔으나 긴장으로 1미터도 안되는 퍼트를 막판에 2번이나 놓치는 바람에 김보경과 동타를 이루어 연장에 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이정민의 손에 결국 우승컵이 쥐어졌다. 돌고 돌았지만 그래도 순리대로 순위가 정해진 셈이다.
일본여자대회도 중계되었는데 미국에서 넘어온 신지애가 금년에만 2번째 우승을 차지하여 면목을 세웠다. 한 때는 세계랭킹 1위 까지 갔지만 강행군을 이겨내지 못하고 미국 투어카드를 반납하고 일본에 정착하겠다며 물러선 상태에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고 하겠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가며 지켜본 5개의 대회가 나름대로 다 큰 의미를 가지고 진행되었지만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인터불고 대회가 특히 인상깊었다. 몇 차례 라운드를 해 익숙한 코스에서 빼어난 미인들이 경기하는 모습도 보기에 좋았고, 또 지방 경기로서는 가장 많은 기록이라는 2만명에 달하는 갤러리가 내 고향의 골프장에 와서 진지하게 관전하는 것도 더없이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중국인들은 진귀한 보석이나 멋진 장면들을 접할 때 눈복(眼福)이 터진다고 한다. 우리 말에도 눈복 또는 안복이라는 용어가 사전에 있기는 하지만 자주 쓰이는 것 같지는 않다. 어떻든 지난 주말 몇일은 눈이 즐거울 만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골프경기에 심취해 있었다. 골퍼라면 누구나 휴일 시간에 필드에 나가있기를 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제약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아 늘 아쉬운데, 이렇게 멋진 경기를 TV에서나마 보면서 즐겁고 건강하게 한 주일을 보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나는 행복하다.
첫댓글 좋은 취미, 잘 갈고 닦아 생활의 활력소로 많이 즐기시게나~
눈복터지다에 한표 여기에도 ㅋ♥
난 아마 연습은 안해도 눈으로 구경을 마니해서 보기로 유지하나싶다ㅋ
좀 세상이 조아져서 일주일 한번이라도 갈수있기를 희망하면서
이번주에도 굿 샷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