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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혼인관계가 객관적으로 파탄된 경우 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 즉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이를 부정하는 이른바 소극적 파탄주의와 긍정하는 적극적 파탄주의의 입장이 대립하여 왔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주21)
주21)
(1) 소극적 파탄주의
_ 종래의 판례 및 다수설의 입장으로, 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고,주22) ② 혼인의 윤리성·도덕성에 반하며, 제도로서의 혼인을 보호할 수 없게 되고,주23) ③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축출이혼을 인정하는 셈이 되며,주24) ④ 무책배우자(특히 처)의 보호와 자녀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22)
(2) 적극적 파탄주의
_ 소극적 파탄주의는 유책배우자의 역행주25) 이라고 비판하면서 혼인생활이 객관적으로 파탄되어 형해화된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른 이상 애정 없는 혼인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건전한 혼인제도의 유지,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면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25)
_ 적극적 파탄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창 명 교수는 무엇보다도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혼인관, 이혼관인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본위(개인의 행복본위), 애정본위(애정지상주의)의 혼인관·이혼관에 선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를 부정함으로써 오히려 중혼적 내연관계의 작출에 의한 일부일처제의 사실상 파괴를 가져오며, 만일 사회적 체면 또는 보복적 감정에 의해 이혼청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혼인을 모독하고 사적 이익 내지 감정을 위해서 공적 제도로서의 혼인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_ 위 교수는 계속하여 가정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형해화하여 호적상의 것에 불과한 가정을 유지하기보다는 이와 같은 혼인을 즉각 해체하여 애정이 수반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이 실질에 있어서 보다 가정의 안정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주26) 나머지 소수설이 들고 있는 논거, 예를 들어 자녀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든가,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든가, 이혼의 증
가 내지는 축출이혼을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든가, 이혼 후의 처의 보호라든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일일이 반박하고 있다.주27)
주26)
_ 초기의 판례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입장에 서 있었다.
_ 즉, 대법원 1965.9.21. 선고 65므37 판결은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사이에 청구인의 축첩생활에 기인한 애정의 냉각이 있었다 하여 축첩을 한 청구인이 애정의 냉각을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주장할 수 없다 할 것이며…”라고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였고, 대법원 1967.6.27. 선고 67므12 판결은 “부부 사이에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였고 부부관계를 지속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고 하여도 그 파탄의 이혼원인을 준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였다.
_ 이와 같은 입장은 1980년대 중반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대법원 1985.7.23. 선고 85므20 판결은 “설사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다시 합쳐질 수 없는 부부로서 혼인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그에 책임 있는 청구인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면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고, 대법원 1986.2.25. 선고 85므79 판결은 “원심판결은 그 이유에서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혼인은 그 판시 내용과 같은 이혼합의와 위자료 지급, 별거 계속 등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할 것이나 그 이유는 청구인의 부정행위 등 불성실한 생활태도에 연유된 것이므로 스스로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청구인으로서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원인을 준 유책당사자의 청구에 의한
이혼은 허용될 수 없다 함이 누차 거듭된 당원의 판례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청구인을 유책배우자로 인정하여 그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판례위반이나 이유모순의 위법사유가 없다”고 하여 종전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였다.
2) 유책성비교설에 입각한 판결
_ 대법원 1979.2.13. 선고 78므34 판결은 “혼인관계의 파탄은 반드시 이혼을 구하는 자의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을 필요는 없어도 혼인관계의 파탄이 주로 이혼을 구하는 배우자의 일방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은 경우는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상당하다”고 하여 파탄에 일부 책임이 있는 당사자의 이혼청구라도 그 유책성을 비교하여 허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_ 그 후 대법원 1988.4.25. 선고 87므9 판결은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경위는 대체로 복잡 미묘하여 그 책임이 당사자 어느 한 쪽에만 있다고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부간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혼청구인에게 전적으로 또는 주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유로 그 파탄의 원인이 조성된 경우가 아닌 이상 이혼청구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배척되는 유책성의 정도에 관한 개념을 명확히 하였으며, ‘오로지 또는 주로’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 1990.3.27. 선고 88므375 판결은 청구인의 책임이 피청구인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주28)
주28)
3)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판례의 등장
_ 1980년대 후반에 들어 제한적이나마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판례가 나타나게 되었다.
_ 대법원 1987.4.14. 선고 86므28 판결은 상대방이 진실로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사안에서 “혼인의 파경에 관하여 유책배우자는 그 파경을 원인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바, 이는 혼인의 파경을 자초한 자에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도덕성에 근본적으로 배치되고 배우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는 축출이혼을 시인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혼인의 파경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희망하지 않고 있는 상대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혼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일 뿐, 상대배우자에게도 그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까지 파경된 혼인의 계속을 강제하려는 취지는 아니다”라
고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밝힌 후 이어 “유책자의 이혼제기에 대하여 상대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거나주29)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그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비록 혼인의 파경에 관하여 전적인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할지라도 이를 인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한정적으로 허용됨을 선언하였다.
주29)
_ 위 판결이 선고된 후 대법원은 사안에 따라 상대방이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는 것이라고 하여 이혼청구를 허용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여 이를 배척해 오고 있다.
(가)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진 사례
_ ▶ 대법원 1988.2.9. 선고 87므60 판결
_ 을녀가 배우자인 갑남을 간통죄로 고소하여 실형을 복역하게 한 다음 위자료, 양육비를 지급받고 자유로운 의사로 이혼하기로 합의한 후 갑남이 병녀와 동거하면서 자녀를 출산하는 것을 방치하여 둔 채 서로 소식조차 없이 10여 년을 갑남과 남남으로 지내온 경우.주30)
주30)
_ ▶ 대법원 1988.3.22. 선고 87므83 판결
_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이혼요구를 거절하면서 청구인과 그 상대방을 간통죄로 고소하는 한편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심판청구를 하였던바, 청구인이 그제서야 잘못을 뉘우치고 피청구인과의 혼인생활을 계속하기 위하여 용서를 구하면서 합의하고자 노력하였으나 피청구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끝내 간통고소를 취소하지 아니하여 청구인으로 하여금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케 하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이 의사자격을 박탈당하게 되었으며, 피청구인이 제기한 위 이혼심판청구는 청구인과 피청구인에 대한 송달이 되지 아니하여 재판부에서 피청구인에 대하여 공시송달로 청구인의 주소를 보정할 것을 명하였으나 주소가 보정되지 아니함으로써 각하되었고, 청구인은 가석방된 후 피청구인을 찾아갔으나 피청구인을 겨우 1회 만나기만 하였을 뿐, 피청구인과 그 친정가족으로부터 냉대를 받은 채 서로 별거하여 온 경우.주31)
주31)
(나) 청구가 배척된 사례
_ ▶ 대법원 1993.2.12. 선고 92므778 판결
_ 원고의 피고에 대한 폭행이 잦자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원고의 간청으로 그 소송을 취하하였으나, 원고가 다시 피고를 폭행하자 피고와 그 부모들이 원고에게 협의이혼을 요구하고 원고는 이에 응하여 위자료 명목으로 아파트 1채를 마련하여 주고 협의이혼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원고가 그 합의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소송계속중 피고가 원고를 상해 등 죄로 고소하여 원고가 유죄판결을 받았고, 원·피고 사이의 두 아들은 부모와 떨어져 원고의 모친과 함께 살고 있으며 원고는 집을 나와 그 모친 및 아들들과 동거하고 있는데 피고는 한번도 남편이나 아들들을 찾아본 일이 없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는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음을 거듭 밝히고 있으며 더욱이 원고는 피고와 합의한 협의이혼의 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고 자기의 재산을 다른 사람 앞으로 넘긴 채 이 사건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위에서 본 사실들만으로는 피고가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_ ▶ 대법원 1993.11.26. 선고 91므177·184 판결
_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다만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함이 당원이 판결에서 밝혀온 바의 법리이며, 간통죄의 고소를 제기하기 위하여는 먼저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여 그 고소사건의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간통죄의 고소가 취소되지 않아 유죄판결이 선고된 경우에 고소한 배우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간통하여 혼인생활을 파탄에 빠지게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곧 인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_ ▶ 대법원 1996.11.8. 선고 96므998 판결
_ 유책배우자 갑과 상대방 을 사이에 갑이 을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급하되 을은 갑이 다른 여자와 살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서를 작성한 경우, 그 합의서는 갑이 을을 거부하기 때문에 같이 살 수는 없더라도 이혼은 할 수 없다는 을의 의사를 강력히 나타낸 것에 불과하고, 그 합의서의 존재를 들어 을
이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_ ▶ 대법원 1997.5.16. 선고 97므155 판결
_ 간통죄의 고소를 제기하기 위하여는 먼저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배우자의 간통에 대처하여 상간자를 처벌하고 배우자의 회심을 유도하기 위하여 일응 고소를 하는 경우도 흔히 있으므로, 간통죄의 고소사실만을 가지고 이혼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_ ▶ 대법원 1999.10.8. 선고 99므1213 판결
_ 피고가 제1심 조사기일과 원심 조정기일에서 원고가 이혼에 따른 위자료나 금전청산에 관하여 피고가 제시하는 금액에 동의하면 이혼하겠다고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4) 대법원 입장의 정리
_ 요컨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혼인관계가 객관적으로는 완전히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이는 경우라도 그 파탄에 전적으로 또는 주로 책임이 있는 당사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주32) 다만 예외적으로 상대방 역시 진실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단지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으로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허용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으나, 다만 현재로는 그 예외적 허용범위가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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