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병국 고가(보은 장안)를 찾아서 : (12-02회 연번 125회차) 답사 결과 (2)
관기산성을 찾는 데 헤매다보니 해는 점심 때가 기울어가는 시각 13:00이 넘었다.
자세한 영문도 모른 채 선병국 고가를 찾아나선다.
즐거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른 채 25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들판길을 달린다.
예전에 외속리면이 장안면으로 바뀐 곳 속리초등학교 앞에서 길을 묻는다.
선병국 고가는 내건너 숲속에 있는 것도 모르고 식당을 찾아 헤맨다.
지척이 천리인지,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아는 것과 모름의 차이가 이렇다.
하개안다리를 건너 이리저리 다니다가 마침내 기다리던 이와 만난다.
오래 기다렸을 그 분은 송찬호 시인, 알고보니 성지기의 옛 제자되는 분이다.
안내되어 따라 간 곳은 선병우 고가 사랑채.
웬 고가로 들어가나 했더니 그곳에 점심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뜻밖에도 고가 사랑채에서 귀한 능이버섯 향기 맡으면서 사제간의 뜻깊은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고풍스런 한옥 방안에서 조촐한 식사대접이 저으기 흐뭇하기만하다.
깍듯한 예의에 오가는 정담,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하고는 서둘러 고가 답사길에 나선다.
식사를 한 선병우 고가 안채도 우선 보고, 이어서 선병국 고가를 본격적으로 둘러본다.
속리산(1058m) 줄기가 남쪽으로 뻗어내린 곳에 구병산( 876m )이 동서로 학 날개처럼 펼친 서쪽 끝자락, 삼가천이 흘러내리는 개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속리산과 구병산으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을 훑어내린 물은 삼가천이 되어 장안 너른 들을 적셔주고 탄부쪽으로 흘러 마로면을 지난 물줄기와 합쳐 보청천이 되어 관기산성 아랫쪽으로 흘러간다.
선병국 고가는 구병산 자락, 삼가천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합쳐지는 섬같이 생긴 지형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물위에 떠있는 연꽃같은 지형이라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형국이라 한다. 조선 말의 유명 풍수가가 잡아준 곳에 객주로서 거부가 된 선병국 조상이 이곳에 99칸 고가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형제인 선병묵, 선병우 고가도 잇달아 짓게되고,
자손이 흥하고 잘살기를 염원하며 터를 잡아 집은 지은 곳에 그의 바람대로 여전히 후손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짧은 풍수지리 이론들을 생각해보며 사당채서부터 안채, 사랑채, 찻집이 있는 곳 등을 안내를 들으며 둘러본다.
아뭏든 물길이 감돌아 가는 곳에 섬처럼 생긴 지형을 이용해서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형태의 고가 한옥의 멋스러움을 마냥 다소곳하기만한 시인의 안내와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이 자리를 빌어 송찬호 시인님께 감사의 인사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