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스파크 EV는 GM이 처음으로 내놓는 순수 전기차다. 스파크란 이름이 말하듯, 한국GM이 개발한 경차 ‘스파크’에 GM의 전기차 기술을 더해 만든 차다. 그래서 디자인은 스파크와 거의 같다. 알루미늄으로 덮은 라디에이터 그릴만이 차이가 날 뿐이다. 하지만 길이가 조금 늘어나 더는 경차가 아니게 됐다. 주행에 필요한 배터리를 얹는 동시에 충분한 냉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길이는 3,595mm에서 3,720mm로, 너비는 1,595mm에서 1,630mm로 늘어나 소형차 규격이 됐다. 실내의 구성은 스파크와 같다. 실내 구성을 유지하며 편의 장비를 개선했다. 우선 EV 전용의 전자식 계기판, 변속기 뒤에 자리한 스포츠 버튼, 전자식 사이드 브레이크가 눈에 띈다. 스파크S에서는 선택 사양이었던 마이링크 시스템 또한 기본으로 달린다. EV 시스템에 맞춰 개선되어 가까운 충전소를 안내하거나, 에너지 사용 내역 등 다양한 정보를 띄운다.
보닛을 열면 전기모터가 도드라져 보인다. 143마력(105kW)의 최고출력을 낸다. 스파크의 70마력에 비교하면 2배의 힘을 낸다. 대신 무게가 조금 늘었다. 스파크 기본형 수동 모델의 경우 공차중량이 895kg다. CVT 변속기를 짝지은 스파크 S 모델의 경우 955kg이다. 반면 스파크 EV 모델의 공차중량은 1,280kg로 상대적으로 아주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카 이상인 57.4kg‧m의 최대토크가 늘어난 무게를 뒷받침한다. 엄청난 토크로 마구 튀어나갈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면 곤란하지만, 저속에서는 힘이 부족하단 생각을 지우기엔 충분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8.5초가 걸린다. 실제로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매끄러우면서도 힘 있게 속도를 높여나간다.
시동을 걸었을 때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변속 레버를 P에서 D로 옮기자 철컥하는 소리가 들린다. 엔진음이 들리지 않으니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 잘 유입되는 것 같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실내에는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위잉’하며 돌아가는 전기모터의 소리마저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속도를 높여도 모터의 소리는 크지 않다.
오히려 노면 소음이 귓가에 더욱 들이쳤다. 시속 100km를 넘는 속도로 달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모터의 소음이 없기에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도드라졌지만, 음악을 틀었을 때 전부 사라질 정도다. 아마 EV를 탄다면 항상 음악을 켜놓을 듯하다. 스파크 EV의 늘어난 무게는 배터리 팩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터리 팩은 뒤 차축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덕분에 무게중심이 스파크보다 뒤로 물러났다. 게다가 가벼운 차체를 눌러주는 효과도 있어 안정감이 상당히 좋아졌다. 바탕이 된 스파크의 움직임은 상당히 가벼운 감각을 주는데, 스파크 EV는 절도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좌우로 꺾어대며 몰아쳐도 큰 롤링이 없고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고 따라 돈다. 늘어난 무게에 맞춰 짝지은 전기모터와의 궁합이 상당히 좋다.
시속 145km에서 리미터가 작동하는데, 그 이전까지는 속도를 묵직하고 빠르게 올려나간다. 스파크가 바탕인지라 아무래도 느릴 것이라는 편견이 박살났다. 외관과 실내만 스파크지 주행 감각은 전혀 다른 차였다. 주행감각은 수준 높게 마무리됐다. 달리는 즐거움을 충분히 줄 수 있을 정도다. 승차감 또한 매끄러웠다. 하지만 시승의 제약으로 인해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시승은 인천 청라지구의 자동차 성능 시험장(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진행됐다. 그래서 요철 및 구덩이가 제법 많은 일반도로에서의 승차감은 살필 수 없었다. 나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차체의 안정성과 움직임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스파크 EV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135km다. 국내 전기차 중 가장 길다. 하지만, 에어컨을 켜는 등 전기 소모가 많아지면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스파크 EV는 급속 충전 방식을 도입했다.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용량의 80%를 20분 내에 충전 가능하다.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완전 충전까지는 6~8시간이 걸리며, 비상 충전 코드셋을 이용해 가정용 220V 전기로도 충전 가능하다. 스파크 EV의 가격은 3천990만원이다.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보조금을 더하면 가격은 크게 떨어진다. 일단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 1천500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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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자체 보조금을 추가하면 가격은 2천490만원 아래로 내려간다. 일례로 10대 전기차 선도 도시 중 하나인 제주도에 산다면 추가 보조금 800만원을 더해 총 2천3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스파크 EV를 1천690만원에 살 수 있다. 이쯤 되면 스파크 S LT의 1천373만원과 비교해볼 만하다. 반면 서울은 아직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추가 보조금 지원은 없다. 하지만 연료비를 감안했을 때 EV의 장점은 충분하다.
한국GM은 현행 전기차 전용 요금을 기준으로 1년 1만5천km를 주행한다면, 휘발유 경차에 비해 연료비 1천208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기차가 갖는 고민은 스마트폰이 도입됐을 때 그것과 같다. PDA 같은 단계를 거쳐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녹아든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없는 현대 생활을 상상하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전기차는 충분히 우리 일상에 녹아들 것이다.
글: 안민희 기자
CHEVROLET SPARK EV
가격: 3천990만원
크기: 3720×1630×1520mm
휠베이스: 2375mm
최고시속: 145km(제한)
0→시속 100km 가속: 8.3초
엔진: 영구 자석 모터 드라이브 유닛
무게: 1280kg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57.4kg·m
배터리: 21.4kWh 리튬이온
주행가능거리: 135km
복합연비: 5.6km/kWh
CO₂ 배출량: 0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