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국
설날에 먹는 절식(節食)의 하나.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조선 후기에 편찬된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에 의하면 정초 차례와 세찬에 필수음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떡국을 끓일 때는 양지머리를 푹 고아서 기름기를 걷어낸 육수 또는 쇠고기를 썰어서 끓인 맑은 장국에 흰떡을 어슷어슷하게 썰어 넣고, 팔팔 끓으면 파를 넣은 뒤 합·반병두리·대접 등의 그릇에 담고 쇠고기볶음·지단·파산적 등의 웃기를 얹는다. 떡국은 설날은 물론 평상시에도 상용된다. 개성지역에서는 조랭이떡국이라 하여 흰떡을 가늘게 빚어 3㎝ 가량으로 끊고 가운데를 잘록하게 만들어 끓인다.
● 한으로 빚은 조랭이떡국 - 한겨레 21
신정이나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떡국을 끓여 먹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해가 바뀔 때마다 끓여먹는 떡국이지만 개성(開城) 지방의 조랭이 떡국은 그 모양이 독특하고, 예로부터 개성 편수와 보쌈김치 등과 더불어 개 성지방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꼽혀 왔다. 깔끔하고 맛깔스럽기 이를 데 없다는 개성 음식 중에서도 새해 첫 아침에 먹는 조랭이 떡국은 그 쫄깃 하고 부드러운 맛이 안겨주는 인상만큼이나 깊은 한과 섬뜩한 사연을 안고 있다.
고려왕조를 무너뜨린 이성계는 고려의 재건을 뿌리째 봉쇄하려고 왕족은 물론 고려왕조의 벼슬을 지낸 친족들까지 남자들은 모조리 거세하려 했다. 그래서 왕씨 성을 가진 남자들은 전(全)씨 또는 옥(玉)씨 등으로 위장 하고 시골로 낙향하거나 장사길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이같은 모진 획책에 분을 느낀 개성 여인들은 이성계에 대한 한을 한시도 잊지 못해 떡국을 끓이려고 조랭이 떡을 썰면서도 이성계의 목을 연상하며 그의 목이 떨 어져 나가기를 기원했다는 것이다. ‘대칼로 목을 베어야 한다’는 개성 지방의 욕설도 이때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전주 이( 李)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조랭이 떡국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랭이 떡국의 유래가 여기서 생겨났다고 하는 것은 개성사람들의 한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미 그 이전부터 개성 음식으로 명맥을 이어왔는데 만드는 방법이 이같은 한을 담기 알맞았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설명이 좀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조랭이 떡은 일반 떡가래처럼 길쭉길쭉 빗썰지 않고 동전을 포갠 것처럼 둥글게 썰어 그 가운데를 대칼로 문질러 마치 누에고치나 앵두알이 두개 씩 겹친 것처럼 동글동글하고 예쁘게 빚는다. 그래서 개성음식점에는 기 름이 반지르하게 밴 대(竹)칼들이 있는데 떡가래를 놓고 문지르는 모습이 마치 무엇을 모질게 자르는 것처럼 보인다.
● 만두 [饅頭]
메밀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넣고 빚어서 삶거나 찐 음식. 중국에서 전래된 음식으로 전래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사》 <충혜왕조>에 내주(內廚)에 들어가서 만두를 훔쳐 먹는 자를 처벌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에 이미 전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밀가루를 발효시켜 고기나 채소로 만든 소를 넣고 찐 것은 만두 또는 포자(包子)라 하고, 밀가루로 만든 얇은 껍질에 소를 싸서 끓이거나 기름에 지지거나 찌는 것은 교자(餃子)라 하는데, 《고려사》에 기록된 만두는 어느 것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고려가요인 《쌍화점(雙花店)》에 나오는 쌍화는 밀가루를 발효시켜 소를 넣고 찐 음식으로, 조리법이 중국의 만두와 같은 것으로 미루어 만두는 고려 때 그 명칭이 바뀌어 수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기록에 보이는 만두는 주로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싸서 삶아 낸 것으로 교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중엽까지도 만두는 상화(霜花;床花)로, 교자는 만두로 명칭이 바뀌어 전해져 오다가 상화라는 음식은 사라지고 교자만이 만두라는 명칭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만두는 껍질의 재료, 소의 재료, 조리법 및 빚는 모양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만두껍질의 재료에 따라서는 밀만두·어만두·메밀만두가 있고, 소의 재료에 따라서는 호박만두·고기만두·버섯만두·김치만두 등이 있다. 만두를 빚어서 더운 장국에 넣고 끓인 것은 만두국, 쪄서 국물 없이 먹는 것은 찐만두, 차게 식힌 장국에 넣은 것은 편수라 한다. 빚는 모양에 따라서는 세모모양으로 빚은 변씨만두, 해삼모양으로 빚은 규아상 등이 있다. 또한 작은 만두 여러 개를 싸서 만든 대만두가 있다. 만두는 잔치상이나 제상에 쓰이거나 겨울철의 시식(時食)으로 애용되었다. 평안도와 함경도 지방에서 발달하였고, 개성지방의 편수는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