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 아들과 포옹으로 작별 인사를 했네.
안 할 줄 알았는데... 포옹하자고 하니까 살포시 안기던데...
앞으로는 자주 포옹해야겠어요."
남편에게 오늘 일을 자랑했다.
"잘했네.. 어려서는 그렇게 까불고 잘 안기던 아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자주 안아줍시다."
남편도 웬일이냐며 반갑게 받아준다.
할까 말 까 망설였다.
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갑자기 엄마가 왜 그러지? 하면서
거부하거나 외면하면 어쩌나? 나만 민망해지는 건가?
일단 시도해 보자. 거부해도 할 수 없는 일.
큰 아들이 예비군훈련에 가야 해서 며칠 동안 집에 왔다.
(아들은 용인에 있는 기숙학원에서 회계사 자격증 공부 중이다)
예비군훈련이 끝나고 학원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들, 오늘은 엄마 한 번 안아주고 가라."
두 팔을 내밀었다.
아무 말 없이 아들이 내 품에 안긴다.
어쩐 일? 왠 일?
많이 좋다.
얼마만인가? 다 큰 아들(28살)을 품에 안아본 것이..
사춘기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조심히 잘 가고.. 건강하고... 공부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쉬움과 안쓰러움도 남았지만
아들과의 포옹이 주는 행복감이 훨씬 크다.
어려운 공부하는 아들이 안쓰럽고 학원으로 떠나보내는 시간은 내 기분도 다운된다.
빨리 공부 끝내고 편하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지금까지는 아들의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것이 배웅인사였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보자."
"응"
아주 간단한 인사다.
어려서는 말도 잘하고 잘 안기던 아들이었는데.. 사춘기가 오더니 말수도 많이 줄었고
표현도 잘하지 않는다.
스킨십은 언감생심이다.
카톡을 보내도 늘 한결같은 답은 "응" "알았어" 뿐.
서운하고 섭섭할 때도 많다. 남편도 많이 아쉽다고 했다. 어렸을 때와 달라진 아들 모습이..
큰 아들에게서 그 맘 때의 내 모습과 성격을 보게 된다. 딱 그랬다.
말 없고 고민이나 문제는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아들이 나를 많이 닮았다. 그런 면은 닮지 않기를 바랐는데.
'혼자서 고민 말고 힘들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엄마 아빠랑 함께 의논하자'라고 당부하지만
아들은 속내를 잘 얘기하지 않는다.
다 큰 아들과의 포옹에 도전한 이유는?
좋아하는 가수 손태진이 그의 부모님과 포옹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부러워서다.
따뜻한 가정의 분위기와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도 두 아들이 어렸을 때는 표현도 스킨십도 남부럽지 않게 많이 했었는데
어느 순간 스킨십이 어색해졌다.
아마도 아들들이 사춘기가 되고 덩치가 커지면서 그랬던 것 같다.
스킨십보다는 카톡이나 문자표현을 많이 하고 더 익숙해졌다.
오늘의 작은 성공(?)을 무기 삼아
앞으로는 다 큰 아들과 더 자주 포옹해야겠다.
하기 싫다고, 쑥스럽다고 해도.. 강제로(?) 하리라.
첫 시도는 멋지게 성공했지 않은가? 용기백배다.
아들도 싫지 않은 것 같고..
아니 어쩌면 아들은 나의 따뜻한 포옹을 바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표현을 잘하지 않은 성격이라서 숨기고 있었을지도.
다 큰 아들과 포옹하는 것도 나름의 소통방법이다. 아들과 더 가까워지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
다음엔 뽀뽀 한 번 하자고 해볼까나?
'음~~ 이건 너무 진도가 나간 걸까?
'엄마, 그건만은 안돼~~~ 요' 징그럽다고 놀라 도망가려나?
ㅋㅋ 아무튼 즐겁고 행복한 상상 속에 젖어본다.
"아들! 다음엔 엄마랑 뽀뽀 한 번 하자"
아들, 엄마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