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피고인, 기결수의 인권에 대한 나의 입장
이덕하
2009-02-05
범죄자를 처벌해야 하는가?. 1
처벌의 종류.. 2
용의자와 피고인의 인권.. 2
사형 제도.. 3
전자 팔찌.. 3
망신형.. 4
추방형.. 4
지문과 DNA 채취.. 5
범죄자를 처벌해야 하는가?
범죄자의 인권을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은 범죄자의 처벌 자체에 반대한다. 어떤
사람들은 범죄자들이 모두 병에 걸린 것이기 때문에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들은
감옥에 보내면 오히려 더 사악해진다는 이유로 감옥 제도에 반대한다. 어떤 사람들은 범죄자 처벌이 범죄를
줄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처벌에 반대한다.
나는 범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래야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형 제도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미국에서 범죄율이 매우 높다는 데이터가 있다. 또한 범죄자를 처벌하고 있음에도
범죄는 꾸준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만 보는 것은 사태의 한 측면만 보는 것이다.
범죄자가 전혀 처벌 받지 않는 사회와 비교해야 한다. 실제로 그런
사회는 사실상 없었고 지금도 없다. 하지만 북미의 어느 도시에서 경찰이 파업을 했을 때의 상황(『빈 서판』에서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등을 보면, 그리고 상식적으로 추측해 보면 어떨지는 뻔하다. 범죄자가 전혀 처벌
받지 않는다면 (선량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회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범죄자 처벌 없이 사회가 어느 정도 잘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순진한 낙관론에 빠진 것이다. 먼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사회에서는 범죄자 처벌 없이 사회가 어느 정도 잘 굴러갈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망상이다.
가장 극단적인 처벌은 물론 사형이다. 물론 옛날에는 3족을 멸하는(범죄자의
친족까지 죽이는) 더 극단적인 처벌도 있었다.
현대에 가장 애용되고 있는 처벌 방식은 감옥형과 벌금형이다. 전자 팔찌 등으로 감시하는 것은 약화된 감옥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도 추방형이 가끔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체벌형(예컨대
태형)도 많이 있었다.
망신형(광장에서 칼
쓰고 서 있기, 신상 정보 공개 등)이 미국 같은 나라에서
부활하고 있다.
나는 용의자와 피고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대체로 반대한다. 아직
범죄자인지 여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망신형이라는 처벌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자의 경우에는 인권을 어느 정도 제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권력자는 권력을 이용해서 처벌을 피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유력한 혐의를 받고 있는 권력자의 신상을 방송에서 공개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범죄 문제만이
아니라 권력자의 인권은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보통 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형 제도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흉악범의 인권도 어느 정도는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누명을 쓴 사람이 사형 당할 위험도 있다.
나는 전자 팔찌 제도(더 넓게 보면 여러 가지 감시 제도)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전자 팔찌는 일종의 약화된 감옥형이다. 예컨대 범죄자가 어린 자식이 있는 엄마인 경우에는 감옥형을 완화하여 전자 팔찌를 이용한 감시로 대체하는 것도 어린 자식의 인권을 위해서 써먹을 수 있다고 본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이중 처벌과 법에 규정되지 않은 처벌이다. 이미
감옥형을 다 마친 사람에게 추가로 전자 팔찌를 채우는 것은 이중 처벌이다. 이것은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난다.
망신형
망신형 자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하지만 인터넷과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에는 망신형이 너무 가혹한
것 같다.
어쨌든 이미 처벌을 받은 사람 또는 처벌을 받고 있는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위에서 밝혔듯이 권력자의 경우 예외). 왜냐하면 사실상 망신형이라는 처벌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망신형에 처하려면 법에 명시해야 한다. 즉 망신형도 죄형 법정주의에 따라야 한다.
추방형
현대에 자기 나라 사람을 추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끔찍한 죄를
저지른 사람은 사형에 처하거나 감형 없는 무기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자기 나라에 와서 범죄를
저지를 때 추방을 하기도 한다.
나는 추방형에 반대한다. 예컨대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면 될 것이다. 나는 이주
노동자에게 되도록 많은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주 노동자가 모든 직종에 취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1년 이상 살고 있다면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주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추방형에 반대하는 것은 이런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모든 국민의 지문 또는 DNA를 채취하는 것에 반대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조치가 범죄자 검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전국민의 DNA를
몽땅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면 수사관의 천국이 될 것이다. 범죄 현장에서 DNA만 수거하면 되기 때문이다. 거의 DNA를 남길 수밖에 없는 강간 사건 같은 경우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가 될 것이다. 강간 피해자가 강간범을 손톱으로 긁기만 해도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내가 지문이나 DNA 채취에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 수사에서 획기적인 진보를 이루더라도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중증 정신 지체자, 치매 노인 같은 경우에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서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흉악범(기결수)의 경우에는 채취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자나 용의자의 경우에는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