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홈매트
가을은 손끝보다 발끝이 먼저 알아챈다.
차갑게 식은 바닥 위에 발을 올려놓는 순간, 나는 안다. 계절이 이미 한 발자국 안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그럴 때면 나는 오랜 친구처럼 꺼내는 것이 있다. 십 년이 넘도록 나를 지켜준 홈매트.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 없는, 조용하고도 묵묵한 온기.
해마다 가을이면 나는 이 홈매트를 바닥에 펼친다.
그 위에 발을 올려놓으면, 오래된 기억들이 천천히 깨어난다.
첫겨울을 견디던 스무 살의 방, 갓 결혼해 맞이한 첫 집, 그리고 혼자서 겨울을 보내야 했던 쓸쓸한 해들.
홈매트 위에서 나는 때로 책을 읽고, 때로는 먼 곳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계절이 돌고 돌아 봄이 오면, 나는 이 온기를 서랍 속 깊숙이 접어 넣는다.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는 사이처럼.
그러나 매년 꺼낼 때마다, 나는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있다.
이것이 물건과 사람의 차이일까. 물건은 늘 그 자리에 머물지만, 사람은 매번 변해간다.
사람들은 오래된 것을 버리고 새것을 들이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나는 오래된 것이 주는 위로를 버리지 못한다.
그 물건에는 나의 계절들이, 나의 나날들이, 나의 온기가 스며 있으니까.
그래도 마음 한편은 안다.
언젠가 이 물건도, 내 마음속의 무언가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가볍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을이 왔다.
올해의 홈매트를 펼쳐놓으며, 나는 다짐한다.
정리하며 살자.
놓아줄 것은 놓아주고, 품을 것은 깊이 품으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