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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징검다리] 고령에도 간병하는 김순정씨 |
"마지막까지 함께…" 무의식 남편 보며 눈물 |
김순정(가명·73) 할머니는 날씨가 추워지면 남편을 간병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다 쓰러져 가는 지붕에다 벽지도 벗겨진 단칸방은 외풍이 심해 입김을 내뿜으면 김이 모락모락 보일 정도로 스산합니다.
고령에 척추협착증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일어나려면 한참 동안이나 혼자서 끙끙거려야 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몸이 굳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예전에는 할머니 곁에 할아버지(74)가 계셔서 도와주었지만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에는 계속 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병세는 그동안 더욱 악화되어 지금은 예전의 일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얼마 전에는 오른쪽 손발에도 마비 증세가 왔습니다.
공과대학까지 나온 할아버지는 지난 90년대 초 큰 맘 먹고 전기 관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거래처의 잇따른 부도로 인해 가진 재산은 모두 빚을 갚은 데 다 쓰고 말았습니다.
빈털털이 상태에서 거리로 내몰렸지만 친지들과 이웃들의 도움으로 전세보증금 400만원 짜리 방을 겨우 하나 얻었습니다. 이후 재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물품의 외상 대금이 쌓이면서 할아버지는 더욱 많은 빚을 져야 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아파트 경비 일을 하며 가족을 돌봤지만 그만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입니다.
할아버지도 그렇지만 할머니 역시 허리통증이 더욱 심해져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당장 수술이 시급하지만 3∼4달 동안 입원할 기간에 할아버지를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할아버지 병원비에 할머니 수술비까지…. 전세보증금 400만원을 모두 사용한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모두 형편이 어려워 부모를 돌볼 여력이 없습니다.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집으로 가자"고 할 것 같은 할아버지는 오늘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하루를 보냅니다. 기억을 상실했는데도 할머니를 보면 눈물을 흘리는 할아버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고 싶은 노부부가 서로 "미안하고 고맙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일까요. 서로의 눈빛이 애틋하기만 합니다.
△정희웅·부산 연제구 연산8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665-4912.
△지난 2일자 오세연씨 이야기 48명의 후원자 172만2천500원.
↓ 이렇게 됐습니다 - 지난 1월 12일자 박영석씨 이야기
혈관육종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투병중인 박영석씨의 사연에는 모두 200여만원 상당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성금은 모두 박씨 가족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박씨의 아버지는 너무 감사하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어린 딸을 두고 있는 구치소의 한 수감자도 가족들이 어렵게 보내준 영치금을 박씨를 위해 쓰고 싶다며 편지와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또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전화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박씨는 아직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로 건강은 더욱 악화됐다고 합니다. 그래도 박씨의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아들과 세 살배기 손녀를 끝까지 보살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15분에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