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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밭에 직파해도 되는 채소도 기후가 맞지 않을 때는 모를 길러 아주심기를 하는 방법을 택한다. 물론 자연계의 활동에는 옮겨 심기가 없다. 하지만 안정된 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육묘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채소는 밭에 직접 씨를 뿌린다. 하지만 겨울 채소의 수확 시기와 여름 채소의 초기 생육 시기가 겹치는 경우는 못자리에서 모를 길러 옮겨 심는다. 봄 파종 시기는 풀의 성장이 왕성한 때이다. 그러므로 모를 길러 옮겨 심는 쪽이 풀을 이기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줄기와 뿌리 사이에 있는 성장점을 흙에 묻어버리면 잘 자라지 못한다. 그 부분이 묻히지 않도록 주의하며 모를 심는다.
감자, 고구마, 마늘, 생강 등은 먹을 수 있게 자란 것이 그대로 다음 세대의 씨앗이 된다. 씨감자는 잘 자란 포기에서 거두어 흠집이 없는 것을 저장해둔다. 상자 등에 넣고, 신문지 등으로 덮어 보관한다. 고구마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저장이 어렵지만 감자는 추위에 강해 씨감자를 두기 쉽다.
어떤 한 식물을 뿌리 및 줄기 부분에서 나눠 포기를 늘리는 걸 포기 나누기라고 한다. 고구마는 땅에 묻으면 여러 개의 덩굴이 나는데 그것을 모로 쓴다. 파, 머위, 부추, 당파 등도 포기 나누기로 늘려간다.
대파는 5월에서 6월에 꽃대가 나오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때문에 그것을 씨앗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꽃대가 안 생기는, 포기 나누기로 늘려가는 품종도 있다.
땅 위로 뻗어가며 자라는 채소를 뺀 나머지 채소는 성질에 맞춰 지지대를 세워준다. 지지대에는 합장식, 직립식, 그리고 한 그루에 사방에서 둘러치듯 지지대를 세우는 방식 등이 있다. 지지대의 높이는 1m에서 3m 정도로 작물에 맞춰 준비한다.
완두콩, 오이, 여주처럼 덩굴손으로 감고 올라가며 자라는 것은 볏짚, 줄, 망 등을 쳐준다. 여주는 위를 향해 기세 좋게 줄기를 뻗기 때문에 길이가 긴 지지대를 준비해야 한다. 토마토, 가지 피망 등은 끈을 써서 지지대에 묶어놓는다.
물론 작물의 가지를 내가 바라는 대로 유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되도록 작물이 자라는 대로 맡기고 거기에 따르도록 한다.
시기도 중요하다. 적기를 잘 살펴서 일찌감치 세운다. 특히 성장 도중에 태풍 시즌을 맞는다거나, 바람이 많고 강한 지역에서는 넘어지지 않도록 덧기둥 따위를 세워 대비를 한다.
대나무는 잘 썩지 않도록 수분이 적은 겨울 동안에 잘라둔다. 늦어도 봄이 되기 전까지는 벤다. 보관할 곳이 없다면 야외에 눕히지 말고 세워둔다.
땅을 갈지 않고 벤 풀을 덮어 땅을 벌거숭이로 두지 않는 자연농의 논밭은 보수력이 있다. 그래서 못자리를 만들 때나, 모를 옮겨 심을 때나, 밭이 말라 있는 경우를 빼고는 물을 줄 필요가 없다. 물을 주면 더 잘 자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물을 주면 작물이 연약해지고, 생육이 나빠진다거나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며, 벌레가 생기는 일도 있다. 물을 주면 그곳에 지렁이가 모이고, 그 지렁이를 노리고 두더지가 나타나 작물 뿌리를 잘라버리는 일도 있다.
맑은 날이 이어질 때는 더 많은 풀 덮기로 대응한다. 가물어서 생육이 늦다 싶을 때도, 작물 스스로 수분을 찾아 땅속 깊이까지 뿌리를 뻗어간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건강한 채소로 자란다.
작물에 따라서는 순치기, 가지치기와 같은 작업이 있지만, 그 목적은 꽃 수를 늘려 수확량을 늘리는 것. 하지만 자연농에서는 되도록 채소가 자라는 대로 맡긴다.
한편 토마토 등이 지나치게 무성해지며 햇빛이 잘 안 들거나 통풍이 안 좋을 때는 생육이 늦어져서 잘 안 된다거나 병에 걸린다거나 완숙이 잘 안 된다거나 병에 걸린다거나 하는 일이 있다. 그때는 곁순을 따서 가짓수를 줄일 수 있다.
감자는 싹이 많이 나면 감자알만 많아지고 알이 굵어지지 않는다. 두세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따버린다.
감자, 토란, 대파 등은 일반적으로 북주기를 필요로 한다. 포기 주변으로 흙을 모아 줌으로써 수확량을 늘린다거나 쓰러짐을 막아준다. 풀의 생육을 제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땅에 층이 생김으로써 습도나 온도가 안정되며, 가뭄에 강해지는 효과도 있다.
감자는 씨감자 바로 옆과 아래에서 새끼 감자가 나고 자라기 때문에, 자연농에서는 북주기를 하지 않는다. 토란은 씨 토란 위에 어미 토란이 생기고, 그 어미 토란 주위에 새끼 토란이 나기 때문에, 고랑 흙 등을 끌어 모아 주거나 처음부터 깊이 심기를 한다.
대파는 땅속의 흰 부분을 늘리기 위해 북을 준다. 구덩이를 깊이 파고, 파를 심고, 파의 성장에 따라 흙을 메워가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는 빗물이 고이기 쉽기 때문에 주의한다.
농사를 지으면 논둑과 밭둑의 풀이나 생활 주변의 풀, 등겨와 밀기울, 기름을 짜고 남은 유박, 채소 찌꺼기 등이 나오는데 그것을 논밭으로 돌린다. 다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콩이나 팥 등에는 주지 않는다. 영양 과다가 되기 때문이다.
풀이나 벌레 등의 주검은 땅 위에 쌓여가는 것이 자연계의 본래 모습이다. 그러므로 성장 돕기를 할 때는 항상 위에 놓는다. 땅속에 묻으면 발효하며 가스가 나와 뿌리를 해친다. 음식물 쓰레기 등은 개나 고양이나 까마귀를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풀로 덮어둔다. 또한 채소는 땅속만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도 양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흙의 상태만 보아서도 안 된다.
이른 봄에 애벌레가 나타나 양배추 잎을 갉아먹는 일이 있다. 심하면 잎사귀가 망처럼 변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양배추는 안에서 새잎을 내어가며 결구를 해간다. 그러므로 바깥 잎 정도는 문제가 안 된다.
가을에 씨앗을 뿌리는 채소는 벌레 피해가 적다. 기온이 떨어지면 사라지는 벌레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씨앗을 일찍 뿌리면 벌레 피해를 입기 쉽다. 거꾸로 늦어지면 생육이 나쁘다. 당근, 시금치, 상추 등은 쓴맛 때문인지 벌레 피해가 적다.
눈에 뜨이는 벌레는 잡아 죽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망 따위로 막는 길도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이 환경과 맞지 않는 작물을 심었다거나, 풀을 지나치게 베었다거나, 등겨 따위를 지나치게 준 데 있는 경우도 많다. 풀베기가 지나치면 벌레나 소동물의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또한 한 곳에서 같은 과의 채소를 이어 지배하면 연작 장해가 일어난다. 땅속의 비료 성분 균형이 깨지거나, 특정한 토양 미생물이 모여들어 피해를 주는 연작 장해가 일어나는 것이다.
벌레 피해가 클 경우는 논밭의 조화로운 생명 활동이 파괴됐을 때이기 쉽다. 그러므로 그럴 때는 망설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벌레를 죽인다. 산다는 건, 아니 인간이라 하는 생물은 다른 생명을 죽여서 먹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작물이 풀에 지지 않도록 풀베기를 하는 것도 풀을 죽이는 일이다. 때로는 벌레를 잡아 작물의 생육을 돕는다. 이것은 재배를 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일. 그렇게 기른 작물 또한 마지막에는 사람을 살리고 자신은 죽는다.
산간지의 밭에서는 푸른 채소가 줄어드는 겨울에서 봄에 걸쳐 제주직박구리 등 새가 무리를 지어 잎채소를 먹으러 오는 일이 있다. 여름철에는 토마토 등의 과채류를 쪼아 먹는다.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작물 가까이 줄을 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줄도 좋고, 그와는 반대로 가까이 가야 보이는 줄을 치는 것도 좋다.
콩과의 씨앗을 뿌린 뒤 비둘기나 까마귀에 먹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줄을 치는 한편 주위에 풀을 남긴 상태에서 씨앗을 뿌리고, 씨앗을 뿌린 위에도 풀을 덮어 눈에 뜨지 않게 함으로써 대처할 수 있다.
새가 작물을 먹어버리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새는 벌레를 잡아먹어 밭의 조화를 찾아주는 역할도 한다. 오는 것 자체를 막지 말고, 어디까지나 부분적으로 대처한다.
짐승 피해를 막기 위해서 소리가 잘 나는 방울을 단다거나, 밤에 라디오를 틀어놓는다거나, 부정기적으로 폭죽을 터뜨린다거나, LED의 점멸 라이트를 설치한다거나, 방향제나 사람의 머리카락 등 냄새가 나는 것을 놓아둔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것이나 효과는 일시적이고, 곧 익숙해져버린다. 개를 풀어놓는 것도 효과적. 한편 짐승 피해가 적은 작물을 고르는 것도 한 길.
멧돼지의 피해는 감자, 고구마, 벼 등에 많다. 함석 등으로 둘러치는 길밖에 없지만, 1.2m 높이의 울타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넘는다. 그러므로 그 이상의 높이로 설치. 항상 살펴보며 망가진 곳은 없는지 확인한다. 전기 철책을 치는 경우는, 풀이 닿으면 지면으로 방류가 되기 때문에 성실한 풀베기가 기본.
비둘기 피해는 도시 지역에, 산간지에는 멧비둘기가 많다. 콩과 작물의 피해가 특히 많다. 파종한 씨앗과 발아 직후의 부드러운 새싹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씨앗을 뿌린 뒤, 10cm 정도 위로 줄을 치면 좋다. 옥수수 씨앗이나 잎채소를 먹어버리는 일도 있다.
사슴 피해는 콩과 작물이나 잎채소, 양파 등을 먹으러 온다. 2m 정도의 높이는 뛰어넘기 때문에 함석판이 설치된 그 위에 다시 망을 친다. 주로 밤에 활동한다. 그러므로 센서 라이트나 점멸 라이트를 설치하는 것도 효과적.
두더지나 들쥐 피해는 수년에 한 번은 크게 늘어나는 일이 많다. 주로 어린 모나 잎을 먹어버린다. 풀숲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위의 풀을 베고, 햇빛이 잘 들게 하면 활동하지 않는다. 채소가 어릴 대, 두더지가 다녀 땅이 솟아 올라와 있으면 발로 밟아 눌러놓는다. 채소가 자라면 문제가 사라진다.
못자리를 할 때는 못자리 주위로 고랑을 파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 경우는 못자리 주위에 통로를 두고, 그 바깥에 고랑을 판다.
유기농 농가 중에는 자가 채종을 하는 집이 많은데 어려움 또한 많다. 경운을 하기 때문이다. 자가 채종을 하려면 채종용은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야 한다. 수고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자연농에서는 채종용을 그 자리에 그냥 두고, 그 아래나 옆에서 다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경운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농은 자가 채종에 맞는 재배 방법이다. 때로는 절로 익어 떨어진 것이 다음 해에 절로 나 자라고 열매를 맺기도 한다.
같은 종류의 채소끼리는 교잡을 하기 때문에, 채종을 하려고 할 때는 거리를 두어 재배한다. 꽃 색깔이 다르면 과(科)가 다르기 때문에 교잡하지 않는 게 많다. 콩과 끼리나 상추류 또한 교잡을 잘 안 한다. 자가용의 채소라면 이런 데 신경을 쓰지 않고 씨앗을 받아 써도 괜찮다.
콩과 같은 잡곡은 완숙된 씨앗을 그대로 먹지만, 여주나 가지와 같은 열매 채소의 일부는 완숙하기 전 상태에서 수확해 먹는다. 채소의 일생에서 보면 미성숙 상태다. 그러므로 씨앗으로 쓸 것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 중에서 골라 남겨두었다가 잘 익은 다음에 씨앗을 받는다. 토마토, 호박, 수박과 같은 것은 완숙된 상태에서 수확하기 때문에 먹을 대 씨앗을 받으면 된다.
토마토처럼 연한 열매를 가진 것은 손으로, 가지나 호박 등은 칼로 쪼개어 씨를 받는다. 받은 씨앗은 물에 씻어 점액질을 제거한다. 잘 여문 씨앗은 물에 가라앉는다. 물에 뜨는 씨앗은 버린다. 한편 호박이나 동아의 씨앗은 반대로 뜬 것을 건져서 쓴다.
물에 넣어 선별한 씨앗을 말리지 않고, 그대로 두면 싹이 트거나 표면에 곰팡이가 슬기 때문에, 맑은 날 오전 중에 작업을 하는 게 좋다. 씨앗은 물로 씻은 뒤, 신문지 등에 겹치지 않도록 펴서 직사광선에 말리고 밤에는 집안으로 들인다. 그늘에 놓으면 곰팡이가 슬거나 여러 날이 걸리기 때문에 직사광선에서 적어도 이삼일은 말린다.
수확한 열매가 그대로 씨앗이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수확 시기를 지나서 꽃대가 나고 그 꽃대에서 씨앗을 맺는 것도 있다. 무나 당근 등의 꽃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참깨나 꼬투리 째 먹는 강낭콩처럼 우리가 먹는 열매가 그대로 씨앗이 되는 것은 꼬투리에서 씨앗을 받으면 된다. 참깨는 알이 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데 까지 품이 많이 든다. 꼬투리를 가진 작물은, 꼬투리가 알차게 자라고 갈색으로 익어 가면 베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세워, 이삼주 정도 말린다. 그 뒤에 멍석 위에서 두드려가며 씨앗을 턴다. 무처럼 꼬투리가 딱딱한 경우는 나무 메로 두드리면 좋다.
볏과(옥수수 제외)와 콩과는 자가수분이기 때문에 유사 품종과 교잡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배할 때 거리를 둘 필요가 없다. 한편 평지과나 박과, 옥수수 등 타가수분을 하는 것은 유사종과 교잡을 하기 때문에 되도록 거리를 둬서 재배하는 게 좋다.
당근처럼 꼬투리가 없는 것은 시들면 씨앗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채종한다.
무는 꽃대가 올라오고 꼬투리가 여린 다음, 그루 전체가 담갈색으로 시들어 가면 벤다.
참깨는 베고 묶어 세워서 햇살에 말린다. 꼬투리나 줄기가 갈색으로 잘 마른 뒤에 탈곡한다. 적은 양이라면 포대 안에 넣거나 돗자리로 싼 뒤, 나무 막대기로 두드려 턴다. 탈곡이 끝나면 다시 한 번 더 햇살 아래서 말린다.
당근은 꽃대에서 흰 꽃이 핀다. 꽃이 갈색으로 시들며 마르면 양동이나 깔개를 놓고 위에서 손으로 비벼가며 씨앗을 받는다.
거의 모든 채소는 씨앗을 받아 다음 해에 쓰는 종자 번식이다. 하지만 감자, 고구마, 토란, 양하, 염교 등은 그 일부를 씨로 쓰는 영양 번식이다. 마늘, 머위, 땅두릅, 잎파 등은 포기 나누기를 해서 늘린다. 씨로 쓸 것은 건강하고 모양이 좋은 것 중에서 고른다. 포기 나누기 또한 기세가 좋고 건강한 포기를 골라 한다.
생강은 흙을 잘 씻어낸 뒤, 햇살 아래서 말린다. 알맞은 크기로 나누고 하나씩 신문지에 싼 뒤, 발포 스티로폼 상자에 넣고 뚜껑을 조금 열어놓은 채로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곳에서 보관한다.
토란은 새끼 토란을 씨로 쓴다. 캐지 않고 밭에 그냥 두고 볏짚이나 풀을 두껍게 덮어서 다음 해 봄까지 두거나 한 그루를 통째로 캐서 구덩이를 파고 묻어두는 방법이 맞다. 묻는 경우는 깊이 70cm 정도의 구덩이를 파고 옆면에 볏짚을 세우고 그 안에 토란 그루를 거꾸로 세우고, 흙을 채운 뒤, 등겨나 볏짚을 덮고 함석 등을 올려 빗물이 새어들지 않도록 한다.
수확한 감자 중에서 상처가 없는 것을 고랄 바람에 흙이 바짝 마르도록 건조시킨다. 습기가 남아 있으면 썩기 쉽다. 봄 감자는 그늘에 보존하고, 싹이 튼 것은 가을에 심는다. 가을 감자는 상자 등에 넣고 전체를 신문지로 싸서 보관한다. 감자는 토란이나 고구마에 비해 추위에 강하여 씨감자로 보관하기 쉽다.
씨로 쓸 고구마는 모양이 좋고, 상처가 없는 것을 고른다. 줄기가 잘리지 않도록 포기 채 파낸 뒤, 신문지에 싸서 종이 상자나 발포 스티로폼 상자에 넣되 밀폐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안의 기농이 떨어지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토란처럼 흙에 묻어서 저장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바깥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썩기 쉽기 때문에 주의한다.
-자연농의 벼와 보리 재배
옛날에는 논에서 벼를 기른 뒤, 가을부터 겨울에는 보리나 콩을 기르는 지역이 많았다. 요즘에는 벼 뒷그루로 양파를 심는 곳도 있다.
벼 뒷그루로 보리를 재배하면 논이 건조한 밭 상태가 되기 때문에, 물을 좋아하는 풀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겨울 동안 싹이 튼, 마른 땅을 좋아하는 풀은 모내기를 하고 물을 대면 죽는다.
경운을 했던 땅을 자연농으로 바꿀 때는 보리로부터 시작하면 좋다. 보리 씨앗을 뿌린 뒤에 등겨나 유박을 반씩 섞어 뿌려 놓는다.
벼 못자리는 보리가 자라고 있는 한 귀퉁이에 준비한다. 물을 대는 못자리보다 마른 못자리 쪽이 더 건강한 모를 기른다. 벼농사에서는 모가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벼의 일생 중 못자리에서 지내는 2개월이 중요하다. 확실하고 정성스럽게 돌보아야 한다.
벼에는 찰벼와 메벼가 있고, 재배 방식에 따라 논에서 기르는 물벼와 밭에서 기르는 밭벼가 있다. 품종 선택은 자신이 좋아하는 품종보다 논의 환경을 우선해서 고른다. 요즘 품종은 많은 양의 비료와 농약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연농에는 30~40년 전의 품종이 좋다. 여름이 짧은 지역에서는 조생이나 극조생, 거꾸로 긴 지역에서는 만생종을 고른다.
보리가 자라고 있는 논 한구석에 마련한 벼 못자리에는 모에 섞여 풀도 난다. 벼를 거두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풀을 꼼꼼히 제거하고 등겨나 유박을 반반씩 섞어 못자리에 흩어 뿌려준다.
논농사 1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보리가 자라고 있는 한쪽에서 벼농사를 시작한다. 다른 장소가 있다면 그곳도 가능하다.
벼의 성장기에는 풀에게 지지 않도록 두 차례 정도 풀베기를 한다. 개화기에는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벼를 벤 뒤, 볏덕에 걸어 자연 건조를 시킨다. 그 아래에 보리 씨앗을 뿌린다.
보리는 씨앗을 뿌릴 때의 제초로 끝이다. 그 뒤에는 자연에 맡기고 절로 자라게 한다.
벼 못자리는 벼의 일생이 시작되는 중요한 작업.
서리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4월 초순에서 5월 상순 중에 전날에 비가 내리지 않은, 맑은 날을 골라서 한다.
양쪽에서 작업을 하기 쉬운 폭(약 1.2m)으로 못줄을 치고, 풀을 벤다. 괭이로 풀씨가 섞인 겉흙을 걷어낸 뒤, 평평하게 고른다. 여러해살이풀의 뿌리 등이 있으면 톱낫을 이용해 뿌리를 잘라 제거한다. 못자리 주위로 고랑을 판다. 복토는 풀씨가 없는 땅속의 흙을 파서 쓴다. 고랑은 두더지나 쥐의 침입을 막아준다.
모 줄기는 단단하고, 편평하며, 바늘처럼 가늘다. 풀은 줄기가 연하고, 둥글며, 잎이 넓다. 초보자는 볏모 하나를 뽑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볏모에는 볍씨가 붙어 있다. 볏모를 알아야 풀을 찾아낼 수 있다. 풀을 뽑은 뒤에는 등겨나 유박을 볍씨의 두세 배 정도 뿌린다.
보리가 황금빛으로 익어간다. 그 시기를 보릿가을이라고도 한다. 보리 수확은 장마 전에 맑은 날을 골라 한다. 거두어들인 보리나 밀은 자급자족에 필요한 다양한 요리의 원료가 된다.
밀은 밀가루로 빻아 빵이나 면으로 만들어 먹는 한편, 된장이나 간장의 원료로도 쓴다. 밀은 딱딱한 겉껍질로 덮여 있기 때문에 제분을 해야 한다.
한편 쌀보리는 껍질을 까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수고가 적고, 밀보다 일찍 익기 때문에 벼 뒷그루로 적당하다.
맥류는 전체가 누렇게 익을 무렵이 수확 시기다. 밀은 맑은 날에 수확해야 한다. 잘 마르지 않으면 제분을 할 수 없고, 현맥 상태로 보관을 해도 곰팡이나 벌레가 생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줄기가 강한 호밀이나 밀은 벼처럼 줄기째 베어 발탈곡기로 털 수 있지만 줄기가 약한 쌀보리는 이삭 베기를 한다.
보리는 수확한 뒤, 이삼 일 해에 말려 탈곡을 하고, 다시 이틀 정도 햇살 아래 말리면 현맥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탈곡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이삭만을 벤 보리를 멍석 위에 편 뒤에 나무 메로 두드려 터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afl처럼 발탈곡기로 터는 방법이다.
나무 메로 두드려 탈곡을 한 경우는 키질을 통해 현맥과 부스러기를 깨끗하게 나눈다. 양이 적을 때는 이 방법이 좋다.
제분은 기계 말고 맷돌도 쓸 수 있다. 맷돌로 갈고 체로 치면, 흰 밀가루와 밀기울로 나누어진다. 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쌀보리를 빼고는 제분을 하지 않고는 먹을 수 없다.
논에서는 겨울풀과 여름풀이 교체하는 시기. 쑥이나 명아주 등이 나도 물을 대면 죽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 보리를 심지 않는 논에서는 습기가 많으면 미나리나 고마리와 같은 풀이 난다. 그때는 모내기 전에 베어놓는다.
논두렁 고치기는 논두렁으로 물이 새는 것을 막는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다. 논두렁의 풀을 베고 이랑과 통로 사이에 고랑을 파고 발로 밟아가며 흙을 이긴 다음, 논두렁 쪽으로 그 흙을 끌어올린다. 다음 날 밟아 이긴 흙이 반쯤 굳은 다음에, 논두렁 쪽으로 경사가 지게 끌어올린 뒤, 괭이 등으로 눌러가며 마무리를 하고, 통로 쪽도 그렇게 한다.
못자리에서 2개월 동안 자란 모는 30cm 쯤 자라 있다. 괭이를 써서 두께 3cm쯤으로 모를 떠내고, 상자에 담은 뒤, 심을 곳으로 옮긴다. 자연농의 모내기는 한 포기 심기가 기본이지만 모가 작다거나 가는 경우는 두 포기를 심는다. 톱낫이나 손으로 구멍을 내고, 모 뿌리와 줄기의 접점이 지면과 같은 높이가 되도록 심는다. 경운을 했던 논을 자연농으로 바꾼 경우는 땅이 딱딱하기 때문에 모종삽, 나무막대기, 대나무 등으로 구멍을 내고 심는다.
그루 간격은 여름이 짧은 곳에서 심는 조생종의 경우 25cm, 여름이 긴 곳에서 심는 만생종의 경우 40cm가 기준이다. 줄 간격은 풀베기를 하러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40cm를 기준으로 한다.
논에 모내기가 끝나면, 못자리로 썼던 부분을 평평하게 고른 뒤, 모를 심는다. 보통은 밭 상태에서 모를 기른다. 자연농의 못자리 고르기는 물을 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모내기를 하고 나서 열흘 정도가 지나면 모가 활착을 하고, 대략 2주 뒤부터 분얼, 곧 가지치기를 시작한다. 그러므로 그 뒤에 첫 번째 풀베기를 하면 된다. 단번에 전면을 다 베지 않고 한 줄씩 건너 뛰어가며 풀을 베고, 2주 정도 사이를 두고 남은 줄의 풀을 벤다.
이 시기는 벼의 일생 중 몸을 만드는 시간에서 자손을 만드는 기간으로의 전환기다. 조생종은 7월 말이 마지막 제초 시기고, 중생종과 만생종은 8월 10일경, 늦어도 8월 15일까지는 김매기를 마친다. 개화와 교배 시기에는 김매기를 하다가 벼 뿌리를 다치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절대로 논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그 뒤에는 소동물의 생활을 위해서도 풀이 있는 쪽이 좋다.
습지에 나는 미나리나 고마리와 같은 풀은 지상부를 잘라도 뿌리가 남아 있으면 죽지 않고 다시 난다. 한편 톱낫을 써서 뿌리까지 잘라내려고 하면 지표부까지 자라 있는 벼 뿌리를 다치게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풀베기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거나 풀의 세력이 강할 때는, 줄기와 뿌리의 접점이 아니라 5~10cm 부분을 베도록 한다. 미나리처럼 뿌리를 옆으로 길게 뻗는 풀은, 잡아 뽑으면 벼 뿌리가 상하게 되므로, 되도록 뽑지 말고 지표부를 톱낫으로 자르도록 한다.
모내기 2개월 뒤의 두 번째 제초에는 좌우 줄을 동시에 베어 나가도록 하고 한 번에 베어나가는 세 줄 중 사람이 들어가는 줄은 가운데 한 줄만이 되도록 배려한다.
고랑에 물을 대어주면 이랑 위까지 잠기지 않아도 문제가 없고, 풀베기를 할 때에는 이랑 위에 물이 없는 쪽이 작업을 하기 쉽다. 8월에 꽃이 피고 1개월쯤 지나면 물이 고랑의 반 정도가 되도록 취수구를 조정한다. 벼 베기 한 주에서 열흘쯤 전에는 고랑의 물을 완전히 뗀다.
벼 베기 1개월 전에는 물을 떼고, 1주에서 열흘 전에는 고랑의 물까지 완전히 뗀다. 벼이삭 줄기의 2/3 가 황금색으로 물들고, 벼 한 포기의 이삭 2/3 가 그 상태가 되고, 논 전체 면적의 2/3 가 그 상태가 됐을 때가 수확 적기. 이때를 놓치면 볏짚이 약해지며 탈곡할 때 벼이삭이 끊어져 버린다.
일반적으로 10월 하순경 수확 적기이고, 벤 벼는 볏덕에 걸어 자연 건조를 시킨다. 기계로 건조시키지 않고 햇살에 말리면 줄기의 양분이 이삭에 모여 미질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환경이나 날씨에 따라 2주에서 한 달쯤 말린다. 건조 시군은 껍질을 벗겨 확인한다. 쌀알이 투명하고 이로 깨물면 문드러지지 않고 깨질 때가 좋다.
벼 베기는 아침 이슬이 마른 뒤부터 시작한다. 톱낫을 써서 세 줄에서 내 줄씩 베어나간다. 오른손잡이인 경우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두세 그루를 순서대로 베어 한 다발로 하고 좌측에 놓는다. 벼 포기를 잡는 왼손은 엄지가 위로 가게 한다. 풀을 벨 때와는 반대다. 그쪽이 작업하기 수월하다.
세 다발을 한 세트로 하면서 순서대로 베어가고, 어느 정도 베고 나서는 묶기용의 볏짚을 각 단에 놓고 한 단씩 묶어 나간다.
벼 베기가 끝나면, 묶은 볏단을 한 곳에 모으고 볏덕을 세운다. 땅속으로 30~40cm 정도 볏덕의 기둥을 박아 안정시킨다. 옆으로 놓는 가로대의 높이는 작업하기 쉽게 가슴 높이로 하고,벼를 걸었을 때 땅 위에서 30cm 이상 떨어지게 한다.
일반 농가는 콤바인을 쓰기 때문에 벼 베기와 탈곡까지 단숨에 끝난다. 하지만 기계나 연료를 준비하는 수고나 비용을 생각하면, 수작업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고 온갖 환경 문제도 불러오지도 않는다. 발탈곡기와 풍구가 없을 때는 더 오래된 농기구를 써도 좋다.
발탈곡기에는 이삭 끝부터 넣어 털고, 펴며 털고, 마지막에는 밑동을 손으로 가볍게 눌러가며 턴다. 이 세 단계 작업이 아주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다. 턴 벼는 체에 넣어 큰 줄기를 골라내고, 이삭 째 떨어진 벼는 나무 메로 두드리거나 손으로 비빈다. 풍구를 써서 부스러기나 먼지 등을 날려버리고 알곡만을 골라 자루에 담는다.
보리는 습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파종 전에 수로를 막아 물이 완전히 덴다. 습지에서 자라는 벼와 마른 땅에서 자라는 보리를 교대로 재배하면, 논의 환경이 바뀌어 풀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볏덕에서 말린 벼는 발탈곡기로 탈곡한다. 다음 해에 쓸 볏짚을 남기고, 남은 볏짚은 모두 논에 흩어 뿌려놓는다. 이 작업을 마치면 그 뒤에는 보리 수확까지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여름풀인 벼가 자라던 곳에서 겨울풀인 보리가 제힘으로 자라간다.
도정을 한 뒤에 나오는 왕겨는 보리 싹 위에 뿌린다. 이 시기의 보리는 발로 밟아도 괜찮다. 전체에 빈틈이 없도록 골고루 뿌린다. 먹는 것을 빼고는 모두 온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기본. 그곳에서 썩고, 미생물이나 소동물이 먹고 자라서 죽으며 다음 생명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