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으며
23.04.22
입 안 가득 쑥향
머리속까지 봄이다.
어제는 주일 예배후 해남으로 나가
감기로 고생한 짝궁과
염소탕 한 그릇에 원기 보충
간척지를 가로 질러 고천암을 걷고 또 걸어 왕복
멀리 붉게 물들어 가는 석양이 아름다워
해풍 가득 먹은 푸릇 푸릇 쑥들이 반가워
한 주먹 뜯어와 아침으로 부침개를 즐긴다.
구수한 된장에 슬쩍 데친 쑥을 넣어 끓인 국
숟가락이 가벼워 어느새 밥 한 그릇 비우네
여유로운 아침 식사
짝궁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행복이라네
일상이 반복되어 세상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네
햇살 가득 봄이다
입 안에서 퍼지는 향기로운 쑥이 봄이다
09년 어느 날
암 진단으로 세상이 무거운 그 날
큰 딸이 만들어준 쑥차 한 잔에 힘이 불끈
이것도 비?
23.4.27일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멀리 높은 하늘에서 내려 오느라 힘든 탓인가
빨래줄에서 걸터 앉아 쉬고 있는 물 방을 몇 개
잔뜩 흐린 하늘이 야속하다.
지난해부터 가뭄이 계속인데
말라가는 저수지
격일째 급수로 고생하는 섬 주민들
날마다 기다리는 비
겨우 이슬로 내려 빨래줄에 걸렸다네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내렸는데
호미가 들어가지 않는 텃 밭
아직도 물 한방울 머금지 않았네
화단의 철쭉은 수돗물로 관수하여
꽃을 피우니
봄이 예쁘다 꽃이 예쁘다
젊어선 보지 못했는데
이젠 꽃을 보면 예쁜 생각이 든다는 짝궁
자신이 나이를 먹었단다.
감사
23. 4. 27일
스타렉스
교회 차량을 운전하는데
매 번 2열 출입구 의자가
앞으로 당겨져 접어져있다.
나이 많은 권사님들을 배려하여
목사님이 수고 하셨다.
이웃에 사시는 어머니
주일 교회에 오시며
검은색 비닐봉지를 나에게 주신다.
어제 담은 김치라며
어머니의 사랑을 주시네
호미로 괭이로 텃 밭 가득
철마다 갖가지 채소를 가꾸어
앞 집 옆 집 어르신들
양파, 감자, 배추, 무를 가져다 주신다
날마다 쏫아 오르는 저 태양
출근 길 나를 반기며
오늘도 즐겁게 힘차게 살아라네
게으른 탓 새벽 예배는 이불 속에서
출근 길에 잠깐 들러가는 교회
1분 기도로 위로를 받는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