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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권 표지판-공문 한자병용 한자를 익혀야 하는 이유는 올바른 국어
교육과, 아-태지역이 선도하는 국제화시대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
이다. 국가경쟁력확보를 위해 한자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럭키금성해외
사업추진위원회 천진환사장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주 필자는 수년
간 동남아지역본부를 맡아 중국과 동남아 여러 나라를 수시로 방문했다.
자연히 그 지역의 거대한 화상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한자의 위력에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당시 경험으로 볼때 "동남아에서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한자는 꼭 알아야 한다"는게 필자의 확신이
다. 싱가포르 국제공항. 동남아에서 외국인의 왕래가 매우 빈번한 곳
가운데 하나다. 이 국제공항의 주요 표지판에는 어김없이 한자(중국어
)가 영어와 함께 병기(병기)되어 있다. 더욱이 시내로 들어서면 간선
도로의 이정표라든지 입간판에서 손쉽게 한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요즘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과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한자를
배우자 는 캠페인이 전개되는가 하면 공문도 가능한한 한자로 쓰도록
하는 등 한자열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 나라의 공식국어는 말레이
어이지만 한자가 영어와 함께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언젠가 필리
핀에 갔을때 일이다. 현지 어느 회사와 합작해 미국에 진출키 위해서였
다. 회사이름이 스페인식이라 회장과 사장도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중국계였다. 몇마디 중국어로 인사말을 던지자 엄숙하게 앉아있
던 그들의 표정이 믿을수 없이 변하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지기를 만난양 분위기가 바뀌면서 상담은 급진전,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
두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홍콩. 이 세상에서 동과 서가 조화
를 이룬 국제무역-금융의 중심지이다. 홍콩을 다니다 보면 아주 좁은
골목의 표지판도 영어와 한자로 되어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 상주하는 영
국 독일 덴마크 등지의 서양인들도 한자문화에 매우 익숙해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다.그들은 명함에 자신과 회사의 이름(명)을 영어로 쓴 뒤
꼭 그 음이나 뜻을 따서 한자로도 써 놓는다. 어떤 경우는 우리보다도
한자상식이 풍부해 놀랄때도 있다. 심지어 한문의 좋은 구절을 외워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자녀 이름도 영어식외에 한자
로도 지어주며, 그 이름을 애용토록 가르친다. 우리 못지않게 동양적인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할때도 한자투성이인 중국요리 메뉴판을 보고 자
연스레 주문한다. 동양, 구체적으로 근무지 문화를 이해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머리가 숙여질 정도다.이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
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서도 마찬가지다. 왜 이럴까. 동남아의 상
권을 화교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작금의 세
계경제환경 변화로 중국문자, 즉 한자가 세계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서
양의 경제 혹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세계경제의 중심이
서구로부터 아시아 태평양으로 움직인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
런데 이 지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각국
등 한자문화권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을 개척하고 이 지
역의 문화-역사-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한자에 대한 지식이 필수 불가결
이다.국경없는 경제시대를 맞아 무한경쟁의 무역전쟁을 치러야 하는 마당
에 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한 손에 상품지식, 또 한 손에 언어라는
무기를 들고 발로 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구
촌이 좁다면서 동서로 뛰고 남북으로 날아야할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에
게 한자지식은 엄청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간 한자사용에
관해 여러 의견이 대립,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부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한자는 무척 어렵다 는 선입감이 내재되어 있고
,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았다.한자는 과연 어렵고 효
용가치가 없는 것일까. 필자는 한자를 어려워하는 이에게 개념을 바꿔
한자는 곧 세계글자 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영어를 열
심히 배우는 이유는 그것이 미국과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공용어가 되었
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인구의 약 25%가 중국인이고, 그들은
지구촌 곳곳에 포진해 한자를 쓰고 있다.한자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가치없는 문자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어느
정도의 한자 실력만 갖추고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 가
든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럭키금성 해외사업 추진위원회
사장
권돼야 학술원 회원인 원로경제학자 림원택교수(72.서울대명예교수)가
한자를 배웁시다 를 읽고 글을 보냈다.림교수는"학문은 가장 강력한
생산수단이며,한자는 학문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한자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노령으로 오른손이 불편한 림교수는 왼손으로 원고를썼다. 편집
자주 1백50년전 독일이 영국보다 후진국일때 력사학파의 시조 F
리스트는 영국을 추월할 수 있는 이론으로 정신적 생산력이 물질적 생
산력을 생산한다 일국의 물질적 자본이 발전하는 최진력은 일국의 정
신적 자본의 발전이다 라는 2개의 테제를 제시했다. 1차대전후 독일
의 거물 마르크스주의자인 K 카우츠키도 학문은 민족생존경쟁에 있어서
의 무기 라고 했다. 일본은 삼도통부(런던대 교수)의 말대로 베스
트 컬렉션(The Best Collection) 전략으로 근대화를 이
루었다. 즉 일본=영국의 베스트+독일의 베스트+미국의 베스트+중국의
베스트+희랍의 베스트 라는 전술로 인류가 5천년에 걸쳐 이룩한 문
화를 불과 1백년만에 모두 흡수, 거대한 정신적 자본 (책의 축적)
을 만들어 냈다. 그리곤 그것을 1백% 가동해 세계제일의 정신적 생
산력 물질적 생산력 체제를 구축했다.한편 케인지언 머니타리스트, 공
급중시 경제학 등이 나라를 망쳐 미국이 세계제일의 부채국이 된 86년
에 나타나 리스트식 국민경제학을 주장한 사람은 P 드러커였다. 그는
21세기는 포스트 자본주의-지식경제시대 가 된다고 했다. 초기 저작
에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 라고 하던 그가 최근 저작에서는
지식이야말로 오직 하나의 생산요소 라 하고 있다.지금 미국 독일
일본에서 진행중에 있는 21세기형 자본주의 라는 것에 관해 그들 나
라에는 하나의 정식이 확립되고 있다. ①생산력면에서 학문의 전문화
기술의 세분화 중소기업=부품생산의 세분화 를 통해 산업구조의 세분화
라는 대방향을 달리고 있으며 ②이것은 또 생산관계면에서 드러커가 말
한대로 종업원 자본주의 지식노동자 중심사회 , 그리고 스톡 에
코노미 플로 에코노미 의 큰 방향을 달리도록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이
다.국제경쟁의 승패는 전문화 세분화 차별화 의 정도에 따라
나게 되어 있다. 이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학문의 생산성 이라
고 드러커는 말하고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문자의 생산성 이다
. 일본인은 한자개념용어를 종횡무진으로 사용해서 세계제일의 정신적
자본 (책)을 만들어 냈고, 또 그것을 통해서 세계제일의 정신적
생산력 , 즉 학문의 생산성 을 확보함으로써 매년 사상최대의 흑자를
올리고 있지 않은가. 과거 내가 직접 경험한 바를 얘기하면 그들은
국민학교때부터 교과서와 정신적 자본 을 병행해서 국민을 교육시켰다.
일본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탕천수수박사는 4살때 부터 사서
오경을 조부의 매를 맞아 가면서 배웠다. 그의 노벨상 수상 중간자이
론 은 물리학 책이 아닌 장자를 읽고, 즉 정신적 자본 덕분에 발
견한 것이다. 일본은 각급학교 입시때 교과서와 정신적 자본 의 흡수
도를 함께 테스트한다. 대학입시의 경우 인류 5천년의 정신적 자본
흡수도를 총테스트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광복후 교육의 잘못
으로 일제때도 책방에 흔해 빠졌던 칸트 헤겔의 책 한권 볼 수 없게
되었고, 우리 5천년 역사상 처음보는 정신적 자본 정신적 생산력
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
까지 전혀 국제경쟁력이 없는 교과서만 가지고 시험, 또 시험 의 난
센스가 진행되고 있다. 얼마전 변형윤교수(서울대명예교수)를 만났더니
"감투에도, 돈에도 욕심이 없고 전력을 기울여 손자에게 천자문 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나하고 그렇게도 같은가. 손자 방에
들어가 본다. 60년전 내가 그 나이때 읽었던 책보다 훨씬 못하다.
저명출판사 사장을 만났더니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이게 남의 나
라 같으면 망해가는 꼴을 재미나게 감상이나 할텐데 우리나라이니 어떻게
하겠느냐." 그는 "한자 섞인 조금 어려운 책은 안 팔리니까 찍지를
않는다"고도 했다.온 나라가 절망상태에 있을 때 작년말 월간조선의
한자복권 과 올들어 조선일보의 한자를 배웁시다 기사로 문예부흥
의 봉화가 올랐다. 나는 광복후 50년만에 처음으로 용기를 가지고 정
론을 펴고 있는 필봉을 보았다. 대기업에서도 한자시험을 치르게 되었
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교육개혁위장으로 이석희교수가 임
명된 일이다. 그는 교개위장에 임명된후 "한자를 다시 쓰게 해서 없어
진 정신적 자본 정신적 생산력 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이런 마당에 국회는 순 한글로 된 고시를 냄으로써 반시대성
반민주성 을 노출시켰다. 그것은 지식사회지향에 역행되므로 반시대적
이다. 또 부의 악분배가 지식의 악분배보다 훨씬 죄가 가볍다. 지
배층은 국민이 많이 아는 것을 두려워 하므로 지식의 민주화를 방해한다
. 지식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힘의 원천이다(Knowledge is
the most democratic source of power) 라
고 한 A 토플러의 말에 의해서 반민주적이다. 이 기회에 청산되어야
할 스톡 에코노미의 온상이 되고 있는 국회를 근본적으로, 그리고 철
저히 고쳐야 한다는 것이 종래부터 품어온 나의 생각이다. 국회의원 누
구라도 좋으니 여기에 대해 꼭 대답해 주기 바란다. 끝으로 한자복권
을 통해 정신적 자본 정신적 생산력 회복을 개혁의 대목표 로
알고 다른 매스컴도 같이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험/대원여상 18일 오후 2시10분 서울 구로구 독산동 문성중학교(
교장 백필균.63) 2학년 1반 교실. 난로에 타들어가는 갈탄이 초봄
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졸음이 쏟아지는 6교시 한문시간. 그러나 제2
8과 오군이장(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 을 배우는 학생들은 칠판 가
득 쓰인 한자와 김성남교사(33.여)의 강의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 과의 기인장사(그 사람이 죽게 될 즈음) 에 나오는 장 자를
학생들이 제대로 읽지못하자 김교사는 "장군의 아들도 몰라?"라고 해서
한바탕 웃겼다. 당나귀 려(려)자를 가르치며 김교사가 "당나귀는 말
사촌쯤 되나"라고 묻자 한 학생이 "이문세가 말 사촌이에요"라고 답
해 또한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교사의 한문강의지론은 "한문교육은 재
미있고 실용적으로, 그러나 진지하게"이다. 이 반의 신은동군(16)
은 "한문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신문에 이미 배운 글자가 나오면 반갑고
신이난다"고 말했다. 훈장 인 김교사도 한문 열성파다. 벌써 3년
째 매주 4일씩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민족문학추진회의 국역연수원을 다
니며 사서삼경을 비롯한 고전과 조선시대 법전을 익히고 있다. 김교사는
"우리 전통문화에서 한문의 중요성을 안 이상 더 깊게 연구해 학생들
에게 체계적이고 깊은 한문수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백필균교장도 한문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해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백교장은
한문이 학생들의 국어와 국사과목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심성교육에도
필요하다고 느껴 3년전부터 겨울방학을 이용, 원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명심보감을 가르치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듣기를 더 좋아하는
중학생들이라 수강학생은 20명 안팎이나 거르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학생수가 적어 추운 겨울방학 교장실 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일일이 공
책에 한자를 쓰게하고 뜻 풀이를 해주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때도 빠지
지 않았다. 백교장은 "학생이 크게 늘지는 않지만 한문을 배운 학생들
은 생각도 깊어지고 몸가짐도 반듯해진다"고 했다. 서초구 방배동 상
문고(교장 상춘식.53)는 학교교육보다는 숙제를 내줘 한자를 교육하는
방법을 써 효과를 보고 있다. 상문고는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들
에게 예비소집때 한자숙제를 낸다. 한자 1천자를 10번씩 쓰도록 한다
. 천자문 50번쓰기로 시작된 한자쓰기 숙제가 주어진 것은 고교평준화
가 실시된 74년부터. 한자교육이 바른 우리말 구사, 어휘력 증가 등
국어교육에 필수적이라는 상교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입학하고나
서도 마찬가지다. 1-2학년 문과 학생들은 학기중에 1천2백여자에 달
하는 한자를 3번씩 되풀이해 쓴다. 처음에는 연필로, 다음에는 볼펜으
로, 세번째는 사인펜으로 한자쓰기 교본을 써나간다. 까맣게 손때가 묻
고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쯤이면 한글세대인 30대의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는 것이 이 학교교사들의 귀띔이다. 이같은 한자교육으로 올해
이 학교 졸업자중 대학 본고사를 치른 80명의 절반이 훨씬 넘는 50
명이 한문을 선택과목으로 정해 한자교육의 덕택을 톡톡히 봤다. 한문을
가르치는 곽치영교사(37)는 지난 겨울방학 1학년 학생들에게 고사성
어 6백여개를 10번씩 써오도록 숙제를 내 19일 종업식때 거두기로
했다. 성동구 중곡동 대원여상 교실의 칠판이나 게시판에는 매일 2~3
자씩의 한자가 써 붙여진다. 학년별로 난이도가 달라 고학년으로 가면
어려운 한자가 등장한다. 어려운 글자는 담임교사가 의미를 풀이해준다.
글자는 공문서나 신문사설에서 뽑힌다. 학생들은 이 글자를 자습시간이
나 쉬는 시간마다 익혀야 한다. 2주일에 한번씩 토요일은 한문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한문교사 김정운씨(37)는 "졸업후 취업하는 학생이
많아 생활에 도움을 주도록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은숙양(17.1학
년)은 "신문을 읽을 때에도 도움이 되고 다른 과목을 이해하는데도 효
과가 있다"고 말했다. 손정미기자